소프트파워(soft power). 다른 나라, 다른 지역,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설득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게 만드는 군사력이나 경제력같은 하드파워(hard power)에 대비해 미국 하버드대학의 조셉 나이 교수가 처음 소개했다는 개념.

나이 교수는 “파워(힘, 권력)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라며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강압이나 위협으로, 거래를 통해, 매력을 통해서”라고 한다.

김숙중 기자
김숙중 기자

중국은 이 개념을 진작부터 실행하고 있다. 2007년 후진타오 주석은 소프트파워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고, 2014년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높여서 사회주의 문화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장담했으니까. 하지만 최근 나이 교수는 “중국이 소프트파워를 위해 매년 100억 달러 이상 지출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소프트파워에 올바른 투자와 노력을 한다면 한국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소프트파워는 홍보가 아니다. 홍보캠페인으로 소프트파워를 속이려 들 경우 사람들은 금방 알아채기 때문에 즉시 실패할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소프트파워의 힘은 사회구조의 자신감과 건전성, 건설적인 관심에서 나온다”며 “이런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소프트파워는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소프트파워 강국이 된 것은 우리 민족성에 새겨진 정의로움, 홍익인간의 정신, 가무를 즐기는 민족성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그런 기질이 발현되도록 하는 자유롭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어야 하고, 표현과 창작에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권위주의국가는 권력자의 위신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없다. 아무리 겉으로 포장한다 해도 결코 숨길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이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서 소프트파워를 키우려고 하지만 실패하는 것은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며, 중국인들이 그에 익숙하고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어디 민주주의 국가이던가? 자본주의에 맛 들였지만 결국 공산당이 일당 독재하는 권위주의 국가에 불과하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 탄압에서도 알 수 있다. 중국은 왕조국가에서 곧장 공산국가로 전환됐고, 중국인들은 결코 민주주의를 체험하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지를 결코 알지 못한다. 자신의 결점을 과감히 끄집어내고,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할 수 있는지 여부가 소프트파워의 성패의 열쇠가 되는 것을.

그런 점에서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군주국가기도 하고, 전에도 말했듯 일본인들은 민주시민(citizen. 市民)이 아니라 군주의 신민(subject. 臣民)에 불과하다. 일본인들은 시기적으로는 현대사회를 살지만, 정치적으로는 봉건시대를 살아가는 듯하다. 연필로 이름을 올바르게 적어야만 하는 투표제도는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3~4대가 세습하며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은 현대판 다이묘(大名)라 할만하다.

2차 대전 패망 후 한국전쟁 특수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덕분에 일본인들은 자민당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든지 민주주의든지 시민사회의 적절한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으면 통제불능이 되고 만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고 했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권위주의에 빠진다. 권위주의는 비판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운 창의력은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이 소프트파워 강국이 된 것은 “지나친 통제와 간섭은 안 된다”는 문화의 본질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며, 그 근간에는 수 세대에 걸쳐 피를 흘리며 쟁취한 민주시민의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상품이 전 세계인의 보편적인 정서와 잇닿아 있고,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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