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주 작가(전통미술공예가)
박동주 작가(전통미술공예가)

나의 백골이 운다 저 먼 날에도 울어 또 울어 나를 향해 목 놓아 운다

동에서 서에서 봄에도 가을에도 홀로 외로워 운다

가지 끝에 둥근 달은 백골의 그림자를 밟고 섰다

잿빛 어둠은 파도를 밀어내고 돛대 위에 깃발은 아우성친다

바람이 분다 또 바람이 분다

길은 멀고 비는 내리고 돌아가 쉴 파란 하늘은 없다

별 없는 밤 나의 백골이 운다 소리 없이 운다 오늘도 또 오늘도...

슬픈 백골을 끌어안고 나도 따라 운다

결론은 이러하다. 있어서 없고 없어서 없다. 눈으로 담아 놓은 것이 너무 많아서 없고, 작업에 대한 오롯한 정체성이 없어서 없다. 이러함이 없이 오랜 시간 인고하며 고도의 외줄 위에서 위태롭게 방황하고 있다. 각설하고

아주 오래 전 한지에 매료되어 한지를 여러 재료들과 혼합하여 사용했었다. 한지는 질기면서도 부드러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효과를 낼 수가 있다. 구기거나 비틀거나 엮거나 찢거나 하여 회화나 조소, 공예작업에 활용할 수 있으며, 다른 재료들과 혼합하여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 웬만한 재료들과도 잘 어우러져 다양한 방법으로 용이하게 활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모든 작업의 대부분은 한지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표현기법에 따라 다양한 재료와 오브제를 활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나의 작업이 왜곡되어 변질되지 않기를...

이미지화 된 작품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내는 순간, 그 찰나의 느낌과 감정은 왜곡 없는 진실이다.

박동주 작가 '해바라기' _ 한지회화_ 10F ,  2012作
박동주 작가 '해바라기' _ 한지회화_ 10F ,  2012作

하지만 1인칭 시점에서의 주변 환경과 시간,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대상을 바라보는 느낌과 감정은 변할 수 있으며, 그때 내면의 존재가 인식하는 감정은 왜곡될 수도 있다. 그리고 평론가의 평론, 쌓여있는 전문적 지식, 작품에 대한 개인적 기호와 성향, 타 작품과의 비교 등 여러 잣대위에서의 느낌과 감정은 이러한 여러 외적 영향에 의해 왜곡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 드러나는 것만이 전부(진실)가 아니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대상이나 존재, 혹은 순수이성의 변화 등이 함의하고 있는 것들을 형이상학적, 추상적 개념으로 해석하여 표현해 내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작업의 방향성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감정의 파문을 일게 하고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의식하는 것이며 살아 있음이다. 이것은 내적태동에 의한 기의 흐름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강도에 따라 표현하는 방법과 받아들이는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며 느낄 수 있게 한다.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1인칭 주인공의 몫이다.

어린 봄꽃들이 돌담에서 춤을 추거나 잔잔하던 파도가 포효하며 거칠게 바위를 휘감거나 가을 낙엽이 붉은 노을 위로 솟구쳐 오르거나 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있음을 알고 우리의 내면에서 용트림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 냄새와 소리만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거나 인식하게 되며, 우리는 그것들의 변화와 흐름을 통해 인지하고 느끼며, 그것에 반응 한다.

마음속 세상의 변화무쌍한 많은 감정들의 울림으로 우리는 그 마음을 엿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보이지 않거나 드러나지 않은 사물과 존재에 대한 느낌과 감정을 공감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해 내려 고민한다. 발화되고 점철된 시각, 청각 등의 여러 감각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 되고 이러한 이미지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시와 음악, 그림, 조형물로 승화되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 나의 작업에 대한 화두는 보이지 않는 존재, 그 대상을 어떻게 담아내느냐는 것이다. 빙산더미의 일각일지라도 그 내면 깊숙이 숨겨진 거대담론을 어떻게 어떤 이미지로 형상화시켜 표현해 내느냐는 마라톤 숙제이다.

걸망 속 망태기 같은 삶 속에서도 숙고하고 인내하며 시간의 파도 위에 위태한 존재로 살아가지만 작업에 대한 욕망의 덩어리는 버리고 싶지 않다.

과유불급이라도 어쩔 수 없다.

나의 표현이 어떤 이의 마음에 시와 노래가 되기를...

샤갈의「나의 마을」이란 작품을 본 김춘수시인이「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를 쓴 것처럼...

그리고 나는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을 마크 로스코, 잭슨 폴락을 그리고 김환기를 노래하고 싶다.

외면의 나는 웃고 있지만 내면의 나는 울고 있다. 의식 속에 나는 감정을 절제하고 있지만 무의식 속의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그 무의식 속의 내가 진짜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바람일 수도 누구의 마음 일수도 있다.

볼 수 없는 진실, 그것은 삶의 무게, 시간의 깊이쯤으로 가늠할 수 있을지도... 아니 어쩌면 영원히 모른 채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 드러나지 않는 어떤 존재, 어떤 대상의 내면을 창조적 이데아(idea)로 끌어낼 수만 있다면...

바람은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은 바람을 그려낸다.

그리고 나는 순수한 아이의 눈을 갖고 싶다.

하지만 작품 속 나의 에고는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고, 모든 것은 거짓이기에

절차탁마로 정진해야 할 것이다.

 

박동주(전통미술공예가) : 개인전, 초대전, 개인 부스전, 아트페어, 한국미협전, 일본오사카문화원, 중국산업박람회, 양주필룩스박물관 등 전시 · 출품 다수. 통일부장관상, 서울시의회 의장상, 한국교육미술협회·학회 미술교육상, 한국회화위상전 작가상, 전국 공모전 수상 등 다수. 한국미술협회 전통공예분과위원, 한국미술협회 심사위원, 한양예술대전 심사위원, 신조형미술대전 심사위원, 연명예술촌장 역김. 한국미협, 통영미협, 연명예술촌, 한양문화예술협회, 한국교육미술협회·학회, 한국서화협회 회원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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