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투리 수필>

'싸라기 밥이라카능 거 알랑가 모리겠네'                 

                                                       양미경 수필가

 

 양미경 수필가
 양미경 수필가

얼매전 난전에서 물건 사고 있는데 한 사내가 화가 불같이 나가꼬 소리소리 질러 쌓는기라. 이바구 가마이 듣고 있응께네 피시시 웃음이 나오데. 뭐라카는고 한번 들어보래이.

“내사 지끔이라도 달리 가가꼬 고놈아 고거 콧방맹이로 고마 팍 쌔리 뽀사삐모 싶은기라. 차로 쪼맨한 거 타고 왔닥꼬 낼로 물로 보는기라.

”어이, 차로 고게 대모 안돼. 요래 빼가꼬 저 안으로 대야 돼.” 안카나. 아, 내도 지금 환갑 다 지내삐고 낼모레 칠십 밑자리 깔았는데 육십도 안돼 보이는기 오데서 싸라기 밥만 묵고 살았는가 반말지꺼리아이가. 조딩이에서 나오는 말뽄새가 그기 뭐꼬.

호테루 결혼식장에 갔는데 주차관리원이라카는 사람이 영 하대로 하든 모양이제. 거서는 아바구도 몬하고 가게 와가꼬 마누라한테 뿔따구로 팍팍 내고 앉았는데 그기 장난아인기라. 하기사 사람 겉만 보고 대접하는 것도 좀 고치야제. 우린 인자 선진국아이가 말다.

그거는 그렇고 내는 그 양반 이바구 중에 ‘싸라기 밥’이라카능기 오랜만에 들으니 얼매나 반갑던고 모른데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싸라기 밥이라 카능 거 아마도 모릴 거로, 모릴끼구 마는.

싸라기라 카능기 뭔고 하모 말다. 옛날에는 추수하고 난 뒤에 곡식을 터는 탈곡기나 껍데기로 배끼는 작업을 원시적인 기계로 했능기라. 그란께네 벼거튼 거로 탈곡하모 쌀알에 충격이 가가꼬 깨진단 말이거든. 깨지가꼬 반동가리 난 쌀알로 싸라기라 캤다. 요새는 기계가 좋아가꼬 싸라기 거튼기 벨로 없지마는 그때는 싸라기만 따로 모아 가꼬 폴기도 했제. 쌀만아이라 콩 싸라기 보리 싸라기도 있었데이.

그래서 말뽄새 없는 사람 보문 ‘싸라기 밥만 묵었나.’ 했다 아인가베. 반동가리 쌀로만 밥을 해 맥이가꼬 반말한단 말이제.

옛날에는 싸라기로 비유한 속담도 많았능기라.

‘어무이는 한 알의 싸라기라도 더 챙기려고 늦은 저녁에도 들에 나가셨다.’ 이 말은 우짜든동 반동가리 쌀이라도 더 주버까꼬 자슥들 맥일라캤다는 이바구제.

‘노적가리에 불 지르고 싸라기 주워 먹는다’카는거는, 뭔 일로 할 때 큰 거 내삐리고 작은 거로 취한다카는 비유제.

‘사돈이 말하는데 싸라기 엎지른 것까지 들춘다’카는 거는 싸라기 엎지른 실수로가꼬 사돈 앞에서 망신 준다카는 이바구 아이것나. 가까운 사이에 잘못한 거 숭카줄준은 모리고 들차 낸다 카는거제. 암튼 옛말은 재미도 있제마는 교훈거튼 것도 들어있다 캐도 되것제.

그란데 요새도 싸라기 밥을 묵는 사람들이 있더라카이. 싸라기 밥이 아이라 오데 순 갈갈이 깨진 싸락 밥을 묵는지 하는 말들이 거칠어질 때는 옆에서 보고 있으모 겁날 때도 있다카이. 학교 선생한테 들은 이바군데, 어른들이 그카는 거는 상대 할 수는 있는데, 학생들이 교사한테 그카는 거는 상대도 몬하고 혼자 끙끙 앓는다 쿤다. 우리가 상상하는 거 이상이라카네.

이기 참말로 문제더라꼬. 요새 부부들 맞벌이 마이 안하나. 아아는 아침부터 학교로 학원으로 그러다가 갈 떼 없으모 혼자 논께네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된다 아인가베. 옛날에는 어른들이 논으로 밭으로 일하러 나가모 할매 할부지가 얼라들로 밥상머리 교육을 시킸다아이가. 대가족으로 살 때사 부모님이 어른들께 우째 대하는고 보는 것만 해도 참교육이 됐능기라. 자슥들 가정교육은 부모 보고 배우는 기 젤로 크다 안카더나.

이라이께네 요새는 사람들이 자꾸 더 거칠어지는 거 같아서 걱정이데이. 이래 되모 우짜든동 싸라기 밥멕이가꼬 키우는 기나 마찬가진데 머 방법 없것나? 우리 자슥들 장래로 생각해가꼬 시험공부 쫌 줄이뿌고 예절도 알고 배려도 아는 아아로 키우는 방법 쫌 생각해보재이.

교육부에서 지(知), 덕(德), 체(體)를 겸비한 인본주의 전인교육(全人敎育)을 한다꼬캐쌌드마는 그런 거 다 오데로 갔삐능고 모리것네. 정신 사나운 싸라기 밥 고만 멕이고 아아들 머리에 제대로 된 교육 쌀밥 쫌 멕이자카이. 교육도 밥인기라. 마음에 양식이라카는 거는 다 알제?

 

1994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경남문학 우수 작품집상·신곡문학본상수상·제31회 경남문학상수상·제38회 조연현문학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진흥원 2004년 우수도서 선정. 수필집『외딴 곳 그 작은 집』『생각을 겨냥한 총』『눈오는 날 추사를 만나다』『고양이는 썰매를 끌지 않는다』 경상도사투리 수필집 『내 쫌 만지도』. 수필과비평 작가회의·물목문학회·통영문인협회 지부장 역임. 현 한국문인협회 문화정보위원회 위원 · 한국예총경상남도연합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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