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경남도의원
정동영 경남도의원

“빛은 동방에서”라는 말이 있다. 산업혁명 이전 서양이 발전되지 않았을 때 중동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발달된 문명을 받아들이던 서구인들의 동양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하던 말이다. 이것을 통영 버전으로 살짝 바꾼다면 “빛은 동피랑에서 부터”쯤 되지 않을까 싶다.

동피랑이란 말은 곧 벽화마을의 대명사이면서, 생활공간을 관광명소로 승화시킨 관광의 역발상을 대변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즉, 도심 공동화와 정주 여건 악화로 쇠퇴일로를 걷던 동피랑에 우리 통영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벽화를 그려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것이 벌써 13년 전인 2008년이다. 이후 전국에 얼마나 많은 벽화마을 생겨났는가? 지금도 전국 어디에선가 그려지고 있을 마을 벽화가 모두 동피랑의 영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동피랑을 벽화마을로 가꾸었는데, 이것은 모두 통영시민들의 높은 예술적 감각과 열정 어린 애향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동피랑은 관이 주도적으로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여러 관광시설을 조성하는 등의 기존의 관광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별도의 예산 없이 자발적인 참여로 생활공간을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에 가히 관광 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이룬 곳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동피랑의 오늘은 어떠한가? 늘어난 관광객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각종 혼잡함이 일상이 되었으며, 주민들 역시 사생활 노출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각 동피랑 내 골목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 관광객의 동선은 물론 안전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택의 노후화로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으며, 특히 동피랑의 트레이드마크인 벽화 역시 참신함이 떨어지고 있어 동피랑의 매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필자는 이제 동피랑 시즌 1을 마감하고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뉴동피랑으로 거듭나야 하며, 그것은 다음의 여건이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안전이다. 이번 욕지도 모노레일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서 관광객 안전뿐만 아니라 거주민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지 개발 방식을 통해 동피랑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골목길과 자동차 길을 재정비하여 안전과 동선을 동시에 도모해야 할 것이다.

즉, 인위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골목길을 다시금 구획해서, 관광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예술적 색채를 가미해 통영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주택의 정비이다. 골목길과 자동차길이 정비되고 나면 주택들을 다시 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작지만 편리하면서 다양한 모양의 주택들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면서 건축되어야 하겠다. 예컨대, 건평 30평 이내의 집들을 짓되, 기본 가옥으로 한옥을 설정하고, 기와는 통영을 상징하는 코발트 청기와로 한옥의 외벽은 흰 바탕 내지 은은한 나무 바탕으로 하여 통제영과 잘 어울리게 하면서도 통영의 특징을 잘 나타나게 지어 어디에도 볼 수 없는 통영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각 집과 집을 잇는 골목 담장에는 각 테마를 주제로 2~3년마다 벽화를 조성할 수 있게 해서 지루함이 없는 공간으로 바꾸어 하겠다. 즉, 각 주택의 모습은 다르지만 무질서 속의 통일감을 느낄 수 있게 잘 조성하여 한국의 산토리니가 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간의 자율성이다. 동피랑은 한편으로 우리 시민들의 거주 공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시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게 해서 동피랑이 다양한 관광과 예술의 주제를 논의하는 살아 있는 공간이 되게 하여야 한다. 그래서 동피랑이라는 하드웨어에 민간의 자율성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또 다른 선도 모델이 되어야 하겠다. 즉, 박제화된 동피랑이 아닌, 시민의 목소리로 운영되는 살아있는 공간으로서의 동피랑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통영다움이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최고를 지향하는 장인 정신, 그리고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자율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동피랑 시즌 1이 통영다움의 맛보기 편이었다면, 새로운 뉴동피랑은 통영다움의 본편이 되어야 한다. 동피랑에서부터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불어올 때 통영의 부활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동피랑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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