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경남도의원

통영! 언제 들어도 가슴이 뛰며 눈 감아도 보이는 실재와 환상이 뒤엉킨 신비의 공간이다. 이러한 통영에서도 가장 백미를 꼽으라면 바로 통영운하가 아닐까 싶다. 수많은 회화, 사진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며 가히 통영의 상징으로 각인된 통영운하는 한국 유일의 3중 교통로이다. 즉, 충무교의 자동차 길, 통영운하의 뱃길 그리고 해저터널의 도보길이 바로 그것이다.

가깝게는 당동과 미수동을, 멀리는 통영반도와 미륵도를 각각 사이에 둔 통영운하는 예전에 판데목이라 불리는 곳이다. 지형적으로는 썰물 때 바다 바닥이 드러나면서 육지와 연결되는 간조육계사주(干潮陸繫砂洲)로 임진왜란 당시 패주하는 왜병들이 요충지인 이곳을 직접 파서 도망갔다고 하여 판데목(한자로는 鑿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근대에 와서 통영반도와 미륵도의 왕래가 많아졌고, 특히 일제강점기 시기의 집단 일본인 거주촌인 미수동의 히로시마무라(廣島村)와 도남동의 오카야마무라(岡山村)가 생기면서 양 지역의 교류가 비약적으로 증가해 통영운하의 개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32년에 동양 최초의 해저구조물인 해저터널과 통영운하의 준공을 보게 되었다. 이후 늘어나는 자동차 교통으로 인해 1967년 충무교와 1998년 통영대교가 각각 건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통영운하는 수려한 자연적 환경에 더하여 여러 인문적 배경으로 인해 통영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에게는 다양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또한 관광객들에게는 통영만의 매력을 제공하는 명소로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통영운하의 충무교가 돋보이는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이 특별 제작되어 청와대 인왕홀에 당당히 걸려 있기도 하다.

이러한 통영운하인데,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도천동 일대의 빈집은 물론, 통영대교 쪽의 도로는 도로 공사를 하다가 만 듯한 절개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미수동 일대도 어지러운 전선줄과 횟집 골목의 난립한 간판들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통영운하의 현주소가 이러한데 정녕 이를 그대로 방치해둘 것인가?

이에 필자는 통영운하의 새로운 매력을 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통영운하 양쪽 언덕을 특색 있는 유럽풍 테마마을로 조성하자.

현재 통영운하 양쪽 주택가를 정비하고 현재 어지럽게 난립한 각종 건물들을 고도를 맞추고 건물의 크기를 일정하게 구획해서 산뜻한 느낌이 들게 주택들의 재건축을 유도한다. 이를 위해 통영운하 주변을 정비를 위해 국제공모전 등을 개최해서 가장 이상적인 주제를 선정하고 여기에 맞게 개발한다. 특히 해저터널과 착량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소적 특징까지 아울러 고려한다면 분명 통영운하의 매력을 배가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통영운하를 경유하는 유람선을 띄워 세계최고의 관광지로 만들자.

현재 통영항과 원근의 섬들을 잇는 교통로로 사용 중인 통영운하를 관광용 유람선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적인 운하도시로 일컬어지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그리고 일본의 오타루 등을 비추어 보아도 모두 관광객들을 위한 배들이 운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을 기점으로 해서 통영운하를 경유해 미수항으로, 다시 봉평동과 도남동 관광단지를 들린 후 한산도 제승당을 거쳐 이순신공원 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강구안으로 가는 코스 등을 개발해서 통영을 바다 위 선상에서도 통영만이 가지고 있는 통영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유람선 역시 조잡한 기존의 관광 유람선이 아닌 품격 있는 배를 건조해서 그 배만 보더라도 통영을 알릴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점과 기점 사이에도 통영을 상징할 수 있는 조형물을 세워 놓음으로서 관광객들의 지루함을 없애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멋진 통영운하를 더욱 더 잘 홍보해 보자.

서두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통영운하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길, 해저길, 그리고 하늘길이 중첩되는 유일무이한 곳이다. 또한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 그리고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스며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홍보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통영운하에 야간 점등도 개설해서 다양한 빛으로도 통영의 바다를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하고 각종 시내 관광지와 연계하는 등, 통영운하를 관광객에게 각인시킬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홍보가 곧 경쟁력인 시대에 너무나 안일하게 통영운하를 놔둔 것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하겠다.

눈썰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해저터널의 입구에 쓰인 용문달양(龍門達陽)이란 글을 보셨을 것이다. 해저터널이 개통된 1932년 당시 일인 통영읍장이던 야마구치 세이(山口 精)가 쓴 글자로 말 그대로 통영반도인 두룡포의 입구가 미륵도인 산양에 이른다는 것을 축약한 글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용문을 지나 태양에 오른다는 뜻도 있는 중의적인 글이다. 즉 후자는 황하의 잉어가 용문의 협곡을 넘어야 용이 된다는 설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서, 현재의 부단한 노력이 곧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는 말이라고도 하겠다. 용문달양의 뜻처럼 통영운하도 용문을 뛰어 넘는 큰 잉어가 되어 통영 발전을 견인하길 기대해 본다.

※기고문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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