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본 기자는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지지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모친 피살 후 영부인 역할을 한 영애(令愛)로서 가련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전부는 아니었다.

김숙중기자
김숙중기자

5선의 국회의원이고, 우리나라 최대정당의 총재를 지낸 민주주의자이자 공화주의자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박정희 추종자들에게 한풀이가 됨으로써, 갈등과 투쟁뿐이던 보수와 진보 사이 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구시대를 종료하고 새 시대로 들어가, 당시만 해도 멀게만 느껴졌던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 발각되면서 탄핵이라는 불행을 맞아야 했다.

본 기자는 공화주의자이자 대의민주주의 신봉자다. 정치는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언어로써 투쟁하여 정당성을 획득하는 예술이다. 여기에는 공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공평하진 않더라도 공정은 해야 한다. 누구나 똑같은 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불공정하다면, 어느 누구인들 분노하지 않으리오.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경기에서 중국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보수정당의 대선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혹시 깨닫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임명직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인지도를 높인 다음 정치적 반대파의 대선후보로 출마했기 때문.

로마제국에는 군인황제시대가 있었다. 서기 235년~284년까지 약50년의 기간을 일컫는데, 이 시기 무려 26명이나 황제에 오른다. 전임황제를 칼로써 내쫓고 자신이 황제에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는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독재자가 쿠데타로 자리를 뺏기는 아프리카의 불행에서처럼 현대에도 재현된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검찰총장을 임명했을 때 그 검찰총장이 대통령인 자신과 대립각을 세워서 국정운영을 어렵게 만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정운영에 난맥상을 보이면 지지율은 금방 빠진다. 그렇게 검찰총장이 국민지지를 얻고, 정치적 위상을 올려서 다음 대선후보에 나서는 것을 막을 방도가 있는가? 같은 의미에서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국민들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후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하지만 그 상자에 마지막 남은 게 ‘희망’일지는 모르겠다.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