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도 창작작품 '장수부귀도'_ 90*100 Cm_순지,분채,봉채_2020作
모란도 창작작품 '장수부귀도'_ 90*100 Cm_순지,분채,봉채_2020作

1980년대 초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 있었다.

서양화가 주도를 하던 시절에 이례적으로 동양화가 대통령상을 수상 했는데, 그 작품은 연꽃아래의 원앙 한 쌍을 그린 민화였다.

이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에게 이의를 제기한 서양화가들이 있었다.

그림에 나오는 연꽃은 여름 꽃이고, 원앙은 추위를 피해 겨울에 남하하는 철새라 한 공간에 공존 할 수 없는 잘못된 표현으로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이다.

각하하고 결론은 작가의 해명(윗대 스승님께 배운대로 그린 것 뿐) 후 심사위원들의 격론 끝에 인정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주목 할 이야기는 예술작품은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고, 그 조차 부정한다면 회화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동양화(우리그림)는 형상이 아니라 뜻을 중요시 하는 그림이다.

그러기에 그림에 서양화처럼 원근법이 아닌 사물 자체가 주인공이며, 다양한 각도의 시점들이 모여진 역원근법(확대원근법)으로 그려진다. 그 대표적인 그림이 민화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미술에서 원근법이나 확대원근법은 모두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조형방법이다.

확대원근법에는 개인이 우선이다. 독립된 개인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시각도 충돌하지 않아 개인을 극복하는 한계가 된다.

서양화법은 체계적인 미술적 이론이 확립되지만 확대원근법을 사용하여 창작하는 한국화가나 민화작가들은 직관성이나 윗대에서 배웠던 방식 그대로 사용할 뿐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현실이나 현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머릿 속 형상, 꿈속 형상, 작가의 느낌을 표현 했기에 서양화처럼 체계적인 이론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그림의 작품을 감상하는데는 체계적인 전문지식이나 작가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다. 작가를 몰라도, 누가 보아도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우리의 그림은 문자유희와 생태적 특성, 혹은 이 두가지의 결합을 이용해 사물에 상징을 부여하여 대중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모란도」는 세 개의 시점과 보이지 않은 하나의 시점으로 결합되어 있다. 하나의 꽃에 여러 시점을 구현하면 형태가 흐트러지기에 정면, 측면, 뒷면에서 본 각각의 모습을 한 화면에 구현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풍요로움의 상징인 다양한 꽃 모습으로 그림을 풍성하고 극대화시켰다.

이렇듯 우리그림 민화는 일상생활에서의 기원, 종교생활 하는데 필요한 그림이었던 것이다. 잘 그릴 필요도, 규칙에 맞추어 그릴 필요도 없고, 다만 우리네 삶에 스며들 듯 그렇게 공존하였던 것이다. 사실 지금의 민화는 조선 초 민화와는 조금 다르다. 그때는 단순 삶에 그림 한 장 그려 벽지로 이용하고, 벽사의 기운으로 문 밖 대문에 붙이는 정도 일 뿐, 화려함은 없었다고 보아진다.

사전적 의미의 민화의 정의는 ‘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라고 한다.

그러므로 민화는 엄밀한 의미의 순수, 소박한 회화와 함께 도화서 화풍의 생활화, 실용화를 모두 가르킨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이 세상에서 복 받고, 오래살기를 바라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염원, 신앙과 생활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을 솔직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우리네 가정에도 이런 기원이 담긴 그림 한 점이 걸려있기를 바라며, 2022년 임인년 흑호랑이는 오행 중 검정이므로 물의 기운인 유연함과 호랑이의 기운인 용감하고 용맹함을 담아 올 한 해를 전하고 싶다.

효운 김태영 작가(민화)
효운 김태영 작가(민화)

요운 김태영(민화) : 1995~2021 통영미술협회전·2019 아프테크전·2019~2020 통영을 스케치하다·2020 동서미술의 현재전·공공미술프로젝트·2021~2022 한국미술대전·2019~2021 사)한국민화협회 통영지회 창립전 및 회원전·2001~2021 통영-여수 미술교류전 개최(참가) 등 다수, 현)한국미술협회·사)한국민화협회 통영지부장·통영문화원 강사, 통영미술협회 부지부장·한국미술협회 서양화이사·통영미술제추진 위원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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