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단 내 도로 소유자인 HSG성동조선이 적치해 놓은 각종 중장비
▶통영시 광도면 안정국가산단 내 도로 소유자인 HSG성동조선이 적치해 놓은 각종 중장비

업계“절름발이 산단, 활황기 대비해야”市“오버브릿지 허가 해줄 수밖에”

합리성이나 융통성이라곤 찾을 수도 없고,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민조차 없는 통영시 행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일까?

통영시가 10여 년 전 광도면 안정 국가산업단지 내 도로 소유권을 성동조선해양에 넘긴 것으로도 부족해, 하나 남은 산단 내 도로에 LNG터미널 오버브릿지 점사용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어 지역경제계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다. 오버브릿지가 설치되면 향후 조만간 닥칠 것으로 예견되는 조선업 및 해양플랜트산업 활황기에 대처할 길을 끊는 것은 물론 여전히 텅 빈 안정 국가산단에 입주할 업체들의 동기부여마저 꺾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한 HSG성동조선, LNG발전소 사업자인 통영에코파워의 ‘업체 이기주의’도 한몫하고 있으며, 이를 키운 것은 비합리적이고 융통성 없으며, 한치 앞도 바라보지 못해 뒤통수 맞는 통영시의 행정이다.

그림1은 안정 국가산단의 조감도이며, 그림2는 해당지역의 토지이용계획 확인도면 일부다. 그림1을 보면 가운데 LNG발전소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HSG성동조선이 있다. HSG성동조선과 LNG발전소 건설현장의 경계선과 가까이 평행선을 그리며 있는 도로(황리1629번지)는 HSG성동조선 소유 부지이며 지목조차 공장용지로 돼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LNG발전소 건설현장 경계를 따라 있는 도로(황리2054번지)는 현재도 도로로 이용되며, 소유권도 통영시에 있다.

그림2를 보면 HSG성동조선, LNG발전소 건설현장, 한국가스공사와 도로들의 위치가 좀 더 명확해진다. 여기에 더해 현재 국가산단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텅텅 비어있는 산단 미입주 공터와 오버브릿지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2의 오른쪽 끝 하얀 부분은 안정만 바다다. 산단 미입주 공터에 들어오는 업체가 해상작업을 하려한다면 두 군데의 도로는 필수적인 인프라라고 봐야 한다.

주차장 받는 대신 도로 넘겼다?

도로#1은 현재 HSG성동조선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데다, 성동조선이 도로 위에다가 크레인과 각종 중장비들로 막아놓고 있어서 도로로 이용하기 불가능한 상태다. 그런데 어쩌다가 ‘도로’라는 공공인프라의 소유권이 사기업에 넘어간 것일까?

원래 이 도로의 지목은 도로(?)였지만 지금은 ‘공장용지’로 변경된 상태. 주변 대부분 지역이 그랬듯이 국가산단을 조성할 때 무상귀속해서 국가산단의 밑그림을 그린 뒤 도로로 지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도로를 끼고 성동조선해양이 입주했고, 지역민들이 잘 알다시피 성동조선해양은 수주잔량으로 세계 5대 조선소에 들 정도로 활황을 누리기도.

이때 근로자들이 넘치면서 주차구역이 부족하게 됐고, 인근 주차장 조성을 위해 무상 귀속됐던 부지를 성동조선해양이 비용을 들여 주차장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대신, 도로#1의 소유권을 성동조선해양에 넘겼다는 것. 이때가 10여 년 전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정도가 현재까지 도로 소유권이 넘어간 경위를 알 수 있는 최대한 인 듯하다. 진실여부와는 무관하게.

이후 조선불황으로 성동조선해양이 몰락했고, 2020년 HSG성동조선이 인수하면서 도로의 소유권도 이 회사로 같이 넘어가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 이 도로는 각종 장애물이 적재된 것 외에 HSG성동조선이 다른 업체들과 도로로써 공유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도로 상공으로 LNG배관 지나가고

도로#2는 안정국가산단에서 안정만 해안까지 이어진 유일한 도로다. 통영LNG발전소에는 LNG저장탱크 1기가 현재 건설 중인데, 발전소사업자인 통영에코파워는 건설 중인 탱크의 유지관리는 한국가스공사에 맡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LNG터미널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 터미널이 도로#2 상공을 횡단하게 된다. 이것이 그림2의 빨간 동그라미 오버브릿지.

통영에코파워는 오버브릿지가 도로를 횡단할 수 있도록 통영시에 점용허가를 신청했는데 아직 허가는 나지 않은 상태다. 통영시는 “관련법에 따라 중량 40톤, 폭 2.5m, 높이 4m, 정차길이 16.7m라는 도로통행 제한차량운행기준을 어기지만 않으면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당초 형하고 6.7m를 8.5m로 상향해 신청하면 더더욱.

통영에코파워 관계자는 “점용허가 신청한 지가 6개월 지났지만 아직도 허가나지 않았다”며 “누군가 압력을 넣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압력행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간 통영상공업계가 안정국가산단 내 도로사용을 정상화하기 위해 무척 노력한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림#2에 보면 ‘산단 미입주 공터’는 약7만평에 이를 만큼 넓지만, 황무지나 마찬가지.

조선불경기가 이어지며 입주업체가 없으니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해상으로 연결되는 도로마저 활용할 수 없는 불리한 조건이 입주희망 업체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 통영시 관계자도 “향후 조선활황기 도래 시 ‘기자재업체’가 입주하면 형하고 8.5m는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근데 이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예시다. 점용허가를 해 이미 오버브릿지가 있다면 이런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라도 입주할 기자재제작업체는 없을 것이기 때문.

 안벽조성, 사내도로 공유 둘 다 불가

통영시는 “물량장이 있어야만 도로활용도가 있는 것이지, 없으면 도로활용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지역상공업계와 부딪히는 부분은 또 여기다. 통영에코파워 관계자는 “해안도로를 만들 계획은 있지만, L자 안벽을 만들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해상물류와 연계하기 위해서는, 호안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안벽을 만들어 물량장을 조성해야 하는데 정작 통영에코파워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

통영시는 오버브릿지의 형하고로 인해 도로#2 통행에 방해를 받으면 통영에코파워가 만들 예정인 사내도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적어도 국가산단입주업체에 한해서. 하지만 이 역시 백일몽에 불과할지 모른다. 통영에코파워 관계자는 “발전소 같은 국가산업시설 내부를 외부업체와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L자 안벽조성이 어려운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발전소에 필요한 취수구와 배수구가 만들어지기 때문. 통영에코파워 관계자는 “둘 다 폭4m정도의 블록형태로, 취수구는 100m정도, 배수구는 40m정도 바깥바다로 뻗어나간다”며 “둘 사이 충분히 이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박하기 위한 안벽건설은 어렵다”고 말했다. 1Km정도 뻗어나가는 정박시설을 만드는 것이 대안일지 모른다는 말도 덧붙여.

융통성 없이 끌려가는 행정은 여전

‘손님은 왕’이라는데, 현 시대는 ‘민원인도 왕’이다. 허가하면 왜 하느냐 난리치고, 안 해주면 왜 안 해주느냐 난리치니까. 수세적인 입장이 된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해도 통영시의 행정은 답답한 것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냥 원래의 목적과 취지를 살릴 것, 시민과 지역공동체를 위할 것, 이것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10여 년 전에 도로의 소유권을 성동조선해양에 넘긴 것은 대표적 사례다. 주차장 기부채납 대신이라지만 법규 위반 소지도 있어 보인다.『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의 건설과 공공복리의 향상에 이바지(§1)』하기 위한 도로법에는 분명 도로노선을 변경하거나 전부 또는 일부를 폐지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이 도로가 어디 그냥 도로이던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줄여서 ‘산업입지법’을 보면 국가산업단지든, 일반산업단지든, 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할 때는 산업입지 개발지침을 작성해 고시해야 하고(§5), 그 지침에는 균형발전, 문화재 보존, 토지가격 안정, 분양가격 결정에 대한 사항과 함께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의 설치(시행령§4)가 들어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도로는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빠질 수 없는 인프라다.

산업입지법, 특별법 만든 이유는?

시행령에는 ‘준공된 산업단지의 개발행위에 관한 특례’조항이 있는데, 승인을 받은 경우 산단개발계획을 변경하지 않고도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절대 불가한 경우의 하나로 ‘너비 15미터 이상인 도로의 신설 또는 폐지’를 적시(§13의4① 5)했다. 즉, 15m 이상인 도로는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로#1의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지목은 ‘공장용지’이지만 중로2류(폭15m~20m)라는 도로종류가 표시돼 있다. 소유권도 넘어갔고, 지목을 바꿨는지 몰라도, 폐지될 수 없는 도로임을 성동조선해양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도로 위에 장애물을 쌓아놓고 통행만 못하게 한 것일 뿐, 도로 자체를 걷어낼 수 없었던 듯.

‘노후거점 산단법’도 있다. 노후거점산업단지의 활력 증진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이다. 산업단지 기반시설을 강화하기 위한(§2) 무려 ‘특별법’으로, 산업단지 기반시설에 ‘도로’가 들어있음은 불문가지.

통영시는 성동조선해양에 산업입지법과 노후거점산단특별법까지 어기면서 도로용도를 폐지하고 소유권까지 넘겼다는 것이 된다. 이곳이 국가산단으로 일반시민보다는 입주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처리였던 셈.

그럼에도 성동조선해양의 권리뿐 아니라 의무까지 승계한 HSG성동조선이 도로#1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은 극히 비정상적이다. 특별법을 만들어 오래된 산단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을, 같은 입장이나 다름없는 기존 입주업체들이 자행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국가산단의 도로는 특정업체에 독점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입주업체마저 도로활용도에 있어서 진골, 성골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 미입주 지역에 입주유치를 위해 발을 벗고서라도 나서야 할 판국에, 통영시도 그렇고 터줏대감 업체들도 그렇고 오히려 기업유치를 가로막는 행태만 보여준다면 지역경제는 살릴 길이 없을 것이다. 또 뻔히 눈에 보이는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입주를 원하는 업체도 없을 것이다. HSG성동조선도, 통영에코파워도 공존공생의 길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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