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 가장 통영스러움을 위해서 통영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자연스러움의 아름다움
                               
                      공현혜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연구위원

 

가끔, 부러운 것들이 있었다. 고층 아파트의 넓은 평수라거나 정원 넓은 기와집이라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어린 나이에는 그런 것들이 꿈이 되기도 하고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부자’라는 개념을 잘 못 배운 탓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을 막연히 부러워한다고 잘 못은 아니지만 가진 것을 자랑스러워함을 잃어버리는 이유가 되기에 잘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배움의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직함이 높은 사람이나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식들을 공부시켜 사(士)자 붙은 직업이나 대기업의 고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요즘은 자식들의 특기나 취미를 살려 대학을 가지 않고 다른 일을 찾아 나서는 것에 겁내지 않는 부모가 많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인식의 변화는 우리나라를 문화강국으로 만들었다. 우리국민은 문화국민이고 문화시민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세계를 꿈꾸고 세계를 시장으로 일하기 때문에 우리 문화가 자랑스럽게 알려져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라도 알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설악산 휴게실이나 불국사 휴게실이나 제주 기념관이나 관광 상품을 전시 한 곳에 가면 지역의 특산품이 아닌 잘 팔리는, 인기 있는 상품들로 가득하다. 전국 어느 관광지를 가더라도 같은 물건이 전시되어있는 것을 보면 각 지역의 특색 있는 것이 없다. 그래도 찾아보려면 농산물 품종 서넛뿐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일은 내일을 위하는 일도 된다. 경제적 부유함을 가지기 위한 심리적 불안 때문에 많은 관광지역에 같은 상품들이 전시되고 정보가 빠르니 잘 팔리는 물건을 파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관광객이 늘었다는 정보에 여러 지역에서 케이블카를 놓는 다거나, 루지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많아지니 각 지역에서 루지를 설치한다거나 하는 지역특성이 맞지 않는 일들로 신비감이 사라져 가고 있다. 신비로움을 간직하는 것은 후세들에게 물려줄 유산이 되는 것이다.

신비로움이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 겉치레를 아무리 해도 사람이 향기롭지 못하면 친구가 없고, 신비로움을 가진 유명세를 타던 정치인이나 연예인도 신비로움이 사라지면 보통의 사람보다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도 스스로를 잘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들을 잘 알아야 잘 산다고 한다. 하물며 나라와 도시는 마찬가지다. 특히 관광을 주업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도시에서는 신비로움, 아름다움 자연스러움을 잃으면 안된다.

어디선가 ‘자연스러움의 기술’이라는 책을 만난 적 있다. 과장되지 않고 치장하지 않는 내 안의 나를 일으켜주는 책 같았다. 도시도 같다고 생각한다. 빼어난 랜드마크가 없으면 유일하게 생각 될 캐릭터를 만들면 된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들이 다시 다른 도시에서도 찾을 수 있는 상품이 되면 안 되는 것이다. 통영에 와야 맛보고 즐기고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세계최고인 것이다. 그리고 세계최고는 자연스러운 것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그냥 그대로 자연을 보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것이 자연과 잘 어울려야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 통영친정에 갔다가 시내에서 놀라운 것을 봤다. 여중생일 때 동충에서 남망산 아래까지 노를 저어 건네주던 배를 탄 적 있다. 그 때 오백원 정도의 삯을 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바닷길 위에 다리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92.5m의 보도교 라고 했다. 도보로 강구안을 살펴 볼 수 있고 남망산까지 빠른 안내도 될 것이지만 자연스럽지는 않아 보였다.

사람의 본질은 욕망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지 못한 욕망은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답지 못하고 거부당하게 된다. 개발이 시민들의 경제적 활동에 많은 거름이 될 것인가. 인류는 개발하면서 발전해 온 것이 아니라 진화하면서 개발이 된 것이다, 신비로움은 이제 찾을 수 없다 할지라도 자연스러움에서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오늘의 통영은 누군가 지켜 온 곳이다.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고위관직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통영의 아름다움을 후세에게 물려주고 관광객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주기 위해 지켜 온 것 들이다. 통영이 가장 통영스러움을 위해서 통영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공현혜 시인
공현혜 시인

공현혜 시인 : 한국문협서정문학연구위원, 국제펜한국본부·한국현대시인협회·한국불교아동문학회·통영문협·한글문학회 회원, 한국서정문학대상·경북작가상·경주예술인상 수상 등 다수, 시집 『세상읽어주기』·『애벌레의 꿈』·『폭풍속으로』 외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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