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정욱| 굴무침| 연어장| 순살게장| 어리굴젓| 통멍게| 명 란|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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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라는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용어가 상징하는 바가 있다. 소각장, 화장장, 하수처리장 등 혐오시설이라면 아무리 공동체에 필수적이어도 ‘내 눈 앞에는 안 돼’ 사양하는 이기주의의 극치니까. 하물며 다른 지자체의 쓰레기랴?

그렇게 오랫동안 지역에서 논란을 일으키다 2020년 11월 공사에 들어간 명정동 광역자원회수시설 즉, 광역소각장이 마침내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28일 착화식을 가졌다. 점화식하면 좀 더 쉬웠을 텐데. 풀어 설명하자면 소각장 짓는 것은 마무리했으니, 제대로 가동하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소각로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오는 7월 통영·고성 광역자원회수시설 준공에 대비해 소각로에 일정 온도의 열을 적정온도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가해 소각로를 열 변형에 적응시키기 위한 시운전의 첫 단계로, 6월까지 3개월 동안이다.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7413㎡ 규모에 하루 처리용량 130톤의 광역자원회수시설 소각로 1기, 하루 처리용량 40톤의 음식물 자원화시설 1기, 하루 처리용량 25톤의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1기, 하루 처리용량 30톤의 재활용선별시설 1개동 외에 본보에 보도된 대로 주민편익시설인 실내수영장까지 갖춘 광역자원회수시설에는 총사업비 682억 원이 투입됐다. 이중 시비만 236억 원이며, 2020년 11월 공사에 들어가 1년 4개월 여 만이다.

다른 시설에 대한 언급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중요한 것은 이 시설에서 고성군이 배출한 쓰레기도 처리한다는 것. 원래 명정동에는 하루처리용량 50톤의 1호기 소각시설(2003년 설치)과 하루처리용량 48톤의 2호기 소각시설(2015년 설치)이 있었다. 총98톤의 소각용량을 갖췄지만 실제 처리용량은 하루 74톤 정도였으며, 건조와 재활용을 제외하고 매일 29톤의 쓰레기는 매립 처리됐다. 물론 2018년 이후 매립은 불가능한 상태.

소각장 사용한도를 15년 정도로 보는데 1호기는 2018년 수명을 다 한 셈. 그래서 신규 소각장 설치가 절실했던 것이고, 광역소각장을 설치할 경우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서 통영시가 나섰던 것. 2호기가 36톤 정도 분담하는 상황에서 하루 130톤을 처리하는 광역소각장이 완공됨으로써 통영시는 부담을 크게 덜게 된다.

인구감소 덕분인지 최근 수년간 쓰레기 발생량도 감소추세다. 2016년 하루 140톤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33톤이 됐으니, 연간으로 계산하면 2550톤이 넘는다. 고성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하루 20톤 정도로 추정되니, 그래도 하루 153톤이면 무난한 용량이다. 소각시설 1·2호기 운영에 연간 60억 원 넘게 들어갔는데, 광역자원회수시설에는 이보다 많은 연간 92억 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고성군이 연간 7억 원 정도를 부담할 것으로 보이며, 재활용품 판매수익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작년의 경우 3억6500만원을 벌었다고.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광역소각장이 대기오염 물질을 얼마나 배출하느냐 일 것. 일단 다 타고 재가 남는데, 공기 중에 흩날리는 비산재와 바닥에 쌓이는 바닥재로 나뉜다. 지정폐기물인 비산재는 매립을 하면 안 되므로 포집을 해서 타 지역으로 위탁반출 처리하는데, 작년에 796톤의 비산재가 발생했으며 위탁처리비용만 3억8300만 원 들었다. 바닥재는 생활폐기물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냥 매립지에 매립한다. 작년에 4430톤이 발생, 쓰레기배출량 대비 9.1% 수준이지만, 분리수거만 철저하게 하면 바닥재는 감소할 수 있다고.

어느 전문가가 “미세먼지 보다 다이옥신을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놀랍다”고 말했다지만, 아무튼 발암불질로 악명 높은 다이옥신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고 보면 될 듯하다. 무촉매환원시설(SNCR), 반건식반응탑(SDR) 등과 백필터를 거치며 오염물질을 대부분 제거하고, 굴뚝에 설치된 원격측정모니터링시스템(TMS)은 오염물질의 양과 종류를 센서로 측정해 실시간 환경부에 전달한다. 환경부는 WHO기준인 하루 4pg정도면 무해하다고 보고 있다. pg(피코그램)은 1그램의 1조분의 1에 해당. 기존 1호기는 하루 0.0015pg, 2호기는 0.003pg의 다이옥신을 배출했다 한다. 그럼 최신 광역소각설비의 배출량은 더욱 미미할 터.

착화를 거쳐 현재 소각로를 태우는 3개월의 시운전 동안 실제로 쓰레기를 소각하며 발생가능한 문제점을 파악해서 대비하게 된다. 그리고 7월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1호기는 며칠 정도 사용하다가 폐쇄할 예정이다. 이미 수명을 다했기 때문. 다만 곧장 철거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철거에도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는 국비지원이 안 돼서 전액시비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2호기 사용연한은 2030년쯤인데, 연한이 돌아오면 정비를 해서 몇 년 더 사용할지 아니면 폐쇄를 할지 결정하게 된다. 광역소각장이 한창 논란거리일 당시 “완공만 되면 현재 매립돼 있는 쓰레기를 전부 소각처리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에 대해서 통영시는 “당장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입장이다. 물론 현재 처리용량이라면 소각처리도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미 매립된 쓰레기를 파내는 것에도 비용이 필요한데 사업비조차 마련하지 못했고, 파내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악취와 먼지는 어떻게 할 것이며, 또 추가적으로 선별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까짓 거 뭐 서두를 일이랴? 광역소각장이 완공되면서 통영뿐 아니라 고성의 쓰레기 처리에 걱정할 일이 없어진 것 외에도, 폐열을 이용한 실내수영장 같은 편익시설까지 덤으로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상징적이고, 기뻐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어느 누가 우리 동네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길까? 통영시와 고성군의 행정통합에 심리적 저항선은 ‘고성군에 혐오시설 전부 다 지으려고?’였다. 광역자원회수시설을 통영이 나서서 만들었고, 고성의 쓰레기를 모두 반입시키는 것이야말로 지역통합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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