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海源) 99-38 / 100F / Oil on Canvas / 1999 作
해원(海源) 99-38 / 100F / Oil on Canvas / 1999 作

 

내 작은 생명이 잉태되어 나고 자란 갯마을 작은 포구의 인상들을 화폭에 담아 온지도 벌써 숱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였다.

바람이 불 때면 후드득 바람결에 흩어지던 솔 내음이 좋았고, 구름이 몰려드는 궂은 날엔 차분하게 물결 따라 굴러드는 조약돌의 노랫소리가 정겨웠다.

햇볕이 곱게 내리는 날엔 물빛에 어리는 윤슬의 향연이 더욱 찬란했으며, 빗소리 고즈넉한 날엔 우산 속을 저며 드는 습을 타고 갯내음이 향기로웠다.

물빛 가득한 수향(水鄕)의 너른 바다를 품고 앉은 작은 갯마을의 정겨움은 내 가녀린 숨결을 어루만져 삶이 버거워지던 어깨에 큰 위로가 되었었다.

소금기 절은 물살 따라 흘러드는 숱한 이야기들 속에 빛과 바람결을 담아내는 작업들을 해오며, 삶은 더욱 향기로워졌고 가슴으로 고여 드는 행복감은 목마른 타향살이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다.

신기루 같은 먼 곳만 바라보며 주머니 가득 주워 담느라 분주했던 생활을 정리하고서, 언덕배기 조용한 고갯마루에 터를 골라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그 동안의 작품들로 공간을 열고, 차를 우리며 지나는 길손을 맞이하는 지금의 일상이 벌써 세 해째이다.

수향(水鄕)에서의 행복한 선물로 나의 일상들은 ‘그 바다 나의 노래’가 되고, ‘내가 만난 포구 이야기’가 되어 ''해원(海源)'' 연작들로 차곡차곡 풍성하게 채워져 갈 것이다.

바람이 머무는 날 언덕배기 고즈넉한 작업실 창틈으로 스멀스멀 솔 내음이 묻어난다.

                                                                        2022. 서양화가 초망(草莽) 김 웅

 

           김웅 (서양화가)
           김웅 (서양화가)

김웅(서양화가) : 통영 生. 개인전 18회 (1995-2021, 서울·부산·울산·통영). 한국미술협회전, 통영미협전, 부산미술大作展, 한국미술의 오늘전, 대한민국선정작가展, 광주비엔날레특별전, 한국-독일교류전, 한국현대미술 뉴욕초대전, 한국미술 오늘의 현장전, 광주국제현대미술제, 현대미술정예작가초대전, 말레이시아국제현대판화전, 일-한 현대판화전, 한-호주 현대미술전 등 450여회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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