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라 에스프레소 

                                                                                   - 이지령 시인 

 

마셔보세요

 

내가 시킨 커피가 아니다 고민의 틈도 없이 등을 밀며

 

한번 마셔보세요

범람하는 쓴맛이 지속되어도 그냥 마셔보라니까요

 

컵과 빨대 사이에 남아 있는 지문은 지나온 날이 환생되는 순간이다

 

다음 생은 명랑하십시다

 

떡갈나무가 목젖까지 자라고

수억만 년 침묵이 컵에 담긴다

 

짙은 침묵을 마시다가

 

엄마의 기도가 떡갈나무 아래에 뿌리 내린 걸 알았다

두고 간 말을 찾아 나무아래 앉아 오래 울었다

 

커피가 너무 써서 어쩌면 떡갈나무 허리가 자꾸 굽어져서

 

엄마의 기도는 도레미 도레미 같은 음에 머물고

좀 더 경쾌한 음을 내는 날이면

 

다음 생은 분명 명랑하겠습니다

 

건네준 찻잔에 목젖이 갇힌다

떡갈나무는 내내 다정할 것이다

 

직조된 언어로 튀어 오르는 생동으로

 

목젖까지 자라는 떡갈나무를 그냥 두어야 해

 

쓰디쓴 맛이 엄마의 기도와 닮아간다

 

엄마, 인증 샷 하나 추가 어때요?

 

이지령 시인
이지령 시인

이지령 시인 : 통영문인협회 회원, 시집 [구체적인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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