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일이지만, 바로 지금이 시민들이 가장 대접받을 수 있는 때다. 지역의 동량이 되고자 하는 출마자들이 너나없이 두 손 모아 악수를 청하고, 공손하게 조언을 구하며, 허리 숙여 머리를 조아리니까. 평범한 시민들에게조차.

그래서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기자가 평소에 쭉 해왔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자 한다. 다름 아니라 각종 지역행사에서의 의전문제다. 불필요한 의전은 굳이 챙기면서 꼭 챙겨야할 의전은 쏙 빼먹기 일쑤다. 누구를 위한 의전인지, 의전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지. 가령 예를 들어보자.

행사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인물은 지역대표 공직자 ‘시장’, 그 다음은 ‘시의회 의장’, 이후로는 지역주요 인물 순서다. 그런데 ‘시간관계상 간략하게 소개한다’면서도 참석한 시의원들은 전부 다 소개한다. 연설할 기회도 시장 다음으로 시의장에게 주어지는데, 시의장은 연설에 으레 참석한 시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는 정성을 보여준다. 두 번이나 거명되는 셈이다.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생각해보라. 4급 서기관인 시청국장이 시장 대신 참석할 경우 그를 소개하긴 해도, 시장이 참석했을 시 아무리 국장이 참석해도 소개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시의회를 대표해 의장이 참석했다면 의장만 소개하면 될 일 아닐까? 사실상 상시 선거운동 하는 셈이자, 불공정경쟁의 전형적 사례다. 시민들은 부아가 치밀기도 하고.

이런 경우도 있다. 관내 각 조합장과 상의회장이 함께 참석한 행사에서 참석내빈을 소개할 떼 오히려 때로는 관내 공공기관의 장을, 때로는 조합장을 먼저 소개하는 경우처럼. 공공기관의 중요도, 권위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지역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조합장의 권위가 더 중요하고, 마찬가지로 조합장보다는 상의회장이 먼저 소개받는게 마땅하다. 대부분 조합장은 통영상의의 특별회원이자 특별의원이다. 조합장이 상의회장보다 먼저 소개받는 것은 마치 교장보다 교사를 먼저 소개하는 격이랄까.

얼마 전 끝난 대선에서도 그랬고, 지금 한창인 지선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모든 출마자들의 한결같은 공약은 경제살리기, 민생고 문제 해결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제일 먼저 한 행보는 경제단체장들과의 회동이었다. 그만큼 경제가 중요하다는 뜻 아닌가.

다음 시장·시의회부터는 제발 의전을 간소하게 치렀으면, 시민들이 지루하지 않았으면, 그나마 의전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았으면 한다. 주권자가 멀뚱멀뚱 박수부대도 아니고, 통영상공회의소가 권력기관이나 정치인의 2중대가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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