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업이 완성됐다. 지난달 28일 천영기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시장후보 공천을 받음으로써 오는 6·1 지방선거 통영시장 본선에서 맞설 출마후보자 4명이 모두 확정됐기 때문.

우선 강석주(더불어민주당.58) 후보가 지난달 26일 예비후보 등록하면서 현역시장이 아닌, 이젠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레이스에 뛰어들었고, 천영기 예비후보(국민의힘.60)가 여당후보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박청정 예비후보(우리공화당.79)는 그의 정치인생을 마무리 하는 최후의 전쟁에 나서고 있고, 서필언 예비후보(무소속.66)는 지난 7일 출마후보 중 가장 먼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각 후보마다 인생여정이 다르고, 정치적 배경과 경력도 달랐듯이 당사자들을 향한 지지자들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후보들이 지향하는 정치적 목표도 분명히 다른 색깔이다. 그런데 치열한 겉의 바로 아래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지점도 발견할 수 있다. 선거의 결과가 나왔을 때 이들 후보들이 얻게 될 명예와 불명예는 어떤 것이 있을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고.

 

강석주 후보, 연임 못하는 첫 사례?

지금까지 민선통영시장 역사에서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 전례는 없다. 고동주 시장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2대와 3대 시장 연임에 성공했고, 진의장 시장은 보궐로 당선 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5대와 6대 시장에 연임했으며, 비록 당선 후 낙마했지만 2010년 무소속 신화를 세운 김동진 시장 역시 2018년까지 7대 및 8대 시장을 연임했다.

강석주 후보는 2017년 촛불탄핵에 이은 2018년 남북해빙무드 속에서 민주당계로는 사상 처음 통영시장에 선출됐는데, 올해 선거는 현직시장이라는 프리미엄조차 가볍게 여겨질 만큼 불리한 것처럼 보인다. 강석주 후보는 통영시장 연임에 실패하는 첫 사례가 될까? 아니면 연임에 성공한 첫 민주계 시장이라는 이중훈장을 얻게 될까? 객관적인 평가에서 강석주 후보는 분명 불리해 보인다.

하지만, 아직 선거일까지 상당히 남아있고, 어떤 생각지도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당장 국민의힘 공천결과를 놓고 벌어진 자중지란 또는 공천갈등은 강석주 후보에게 유리한 점이 될 수도. 강석주 후보는 “양자대결, 3자대결 모두 자신있다”며 지금까지는 포커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천영기 후보, 보수후보 2연패 오명?

천영기 후보는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예비후보자 토론회에서 자신이 가진 정무감각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특히 강석우 예비후보를 선거철새라고 비판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강근식 후보에게 던진 부분이 하이라이트였다. 일명 이이제이(以夷制夷). 여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어떤 사람은 ‘영리한 선택’이라고 칭찬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교활한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대중의 정서에 부합하는 지는 차치하고, 정치란 게 원래 그런 것인지 몰랐다면 순진한 셈.

“8부 능선을 오른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 천영기 후보는 “안 그렇다. 쉬운 게 없다”며 본선을 만만히 보지 않았다. 여건도 수월치는 않다. 공천결과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겠다며 곳곳에 들끓는다. 하지만 ‘언제는 안 그랬나?’라는 평가도 있다. 반발하고 탈당해서, 낙선하던 당선하던 결국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뜻.

천영기 후보는 유독 “안티가 많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그가 당선하면 시의원, 도의원을 경험한 첫 통영시장이란 타이틀을 얻겠지만, 만약 그가 낙선하면 보수정당 후보로서 2회 연속 낙선한 장본인이란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다.

 

변수라고? 무소속 반란을 보여주련다

서필언 후보의 출마로 이번 선거가 4년 전의 데자뷔란 평가도 있다. 하지만 서필언 후보만큼은 동의하지 않는다. 2018년 시장선거에서 강석주 후보(39.49%)는 강석우 후보(38.19%)에게 1.3%p차이로 당선됐는데, 여기엔 무소속 진의장 후보가 17.26% 득표한 덕을 톡톡히 봤다. 당시엔 상황도 강석주 당선자에게 유리했었고.

그래서 서필언 후보가 4년 전 무소속 후보만큼 득표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럼 결국 천영기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하지만 그는 당선권 이상으로 득표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무소속임에도 진의장 후보의 두 배를 득표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만, 정치야 생물이라니 예측불가다.

반복하지만 국민의힘 공천불복사태가 밑자락에 깔려있고, 귀향 뒤 단 한 번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밭을 갈아왔다는 것이 자신감의 원천. 그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내세울만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서필언 후보가 발표한 다양한 공약에 대해 “정말 좋다”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 공약을 실행하려면 고지에 올라야 하는 게 안타까울 뿐.

 

돈키호테? 대기만성 롤 모델 꿈꾸나?

박청정 후보는 2018년 우리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3%, 2144표를 득표한 바 있다. 이번이 열 번째 공직선거 출마. 100년 뒤 후손들은 박청정 후보를 어떻게 평가할까? 최다 선거출마에 모두 낙선한 돈키호테 같은 괴짜? 아니면 9전10기 끝에 팔십의 늦은 나이에 시장에 당선한 대기만성의 롤 모델? 지금으로선 ‘전자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라면 박청정 후보에게 지나친 모욕 일려나?

어떤 정치세력이라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이념이고 보면, 그가 가지고 있고, 주장하고, 지지하는 정치적 소신이야 자유선택이지만, 다른 것은 놔두고서라도 국제음악당 안에 있는 윤이상 선생의 묘지를 사유지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에 선뜻 동의할 시민들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안타깝지만 박청정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들러리 이상임을 처음으로 입증’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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