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년체전 태권도 종목에서 통영에 사상 첫 금메달 안긴 주인공, 최중량급 전국 최강자 자리매김

 최초라는 단어는 매혹적이다. 다른 누구보다 먼저라는 것,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는다는 것, 나 다음으로 이루거나 도달한 경우 제 아무리 뛰어나도 두 번째일 뿐이라는 뜻이니까. 지난달 열린 제51회 전국소년체전 태권도 종목에서 통영에 최초의 금메달을 안긴 정민성 선수(진남초6)는 본 기자의 표현처럼 “그가 앞으로 가져올 ‘최초’ 타이틀의 서막”을 장식한 것이리라.

우리나라 초등 6학년생 특유의 시크한 표정의 정민성 선수가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4년 전. 절친들이 2개월 먼저 시작한 태권도에 ‘같이 놀려고’ 따라 시작했다. 친구들이 부럽다거나, 실력이 딸릴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정민성 선수, 1년 6개월 만에 1품을 땄다. 지금은 벌써 3품.

또래들과 달리 축구에도 큰 흥미를 못 느끼는 대신 피구가 즐겁다는 정민성 선수에게 1품 때 처음으로 고비가 왔다고. 육체적으로 힘들면 어느 아인들 계속 하고 싶을까? 상장과 메달이 정민성 선수에게 새로운 동기를 불어넣었다.

큰 키에 무뚝뚝한 표정의 정민성 선수지만 아직 초등생답게 솔직담백하다. 학급에서 학업으로 2~3등 한다는 그에게 “그럼 전교 20등 안에 들겠는데?”했더니 그렇진 않단다. 학급자체 학업수준이 좀 떨어지느냐? 했더니 냉큼 “그렇다”고 말할 정도로.

승부욕하면 또 정민성 선수다. 이기면 재미있었고, 지면 재미없었던 거다. 그래도 나를 한번이라도 이긴 선수에게는 꼭 설욕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대표적 사례가 이번 소년체전 결승전. 대전 상대였던 강원 대표 김승민 선수는 정민성 선수가 그때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였다. 신장 170cm의 정민성 선수도 또래보다 큰 체격인데, 김승민 선수는 같은 초등6학년임에도 벌써 키가 180cm를 넘는다.

그 때문에 2021년 두 번 만나 모두 2~5점 차이로 졌고, 올해 4월 전국어린이대회 1회전에 만나서도 4점 차이로 패하며 탈락했던 아픈 기억을 준 상대다. 소년체전은 달랐다. 차문길 관장(KTC원광태권도체육관)의 지도아래 큰 신장과 긴 다리, 강력한 힘을 활용하는 상대를 역이용해, 안으로 파고드는 공략법을 맹훈련한 덕분이었다. 10cm나 더 크고, 완력이 좋은 선수와 상대해서 전략전술을 적용시키는 자체가 정민성 선수의 자신감을 급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는 셈.

정민성과 김승민, 두 선수는 태권도 최중량급 전국 톱3에 들어있으며, 앞으로도 선수생활을 하는 한 계속 만나야할 운명의 맞상대이자 라이벌이다.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뛰어넘어야 할 적수다. 정민성 선수의 꿈은 국가대표가 되어 지금까지 그 어느 선수도 해내지 못했던 세계선수권대회, 그랑프리대회,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정민성 선수의 롤모델이자 페더급 세계랭킹 1위 자리를 10년 동안 지켰던 이대훈 선수조차 해내지 못한 위업을.

차문길 관장은 정민성 선수의 장점으로 스피드를 꼽았다. 정민성 선수는 이 스피드를 이용해 앞차기를 피하면서 역공하는 데 능하다고. 단점으로는 긴 발차기를 효율적으로 못한다는 점이라고. 장점인 스피드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것. 현재 이 부분을 집중보완하고 있다.

오는 18~19일 창원에서 열리는 경남학예체전은 눈앞에 다가온 목표다. 소년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전국구가 지역대회쯤이야 우승 못하랴만, 토끼사냥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은 호랑이가 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지 않은가? 자만심이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

이제 성장기인 정민성 선수는 금강원석이다. 가다듬고, 연마해서 다이아몬드로 빛나기를 바란다면, 이를 압박감으로 받아들일까? 정민성 선수의 부친 정충재씨(49)는 “즐기면서 하면 좋겠다”는 뜻밖의 말을 한다. 정충재씨는 “소체 결승전에서 만난 두 선수의 기량차이는 미미했다”면서 “다만 민성이가 그 사실을 인식하고, 즐기면서 경기에 임했던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했다. 기자가 참 못났다.

KTC원광체육관 입구에는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차문길 관장의 모토가 걸려있다. 정충재씨도 “본인이 태권도 하기를 원하고, 충분히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 운동하는 동안은 든든하게 지원해 주고 싶다”고 말한다. 즐기는 승부사야말로 가장 무서운 상대가 아닐까? 그리고 모든 것을 던지는 것만큼 용기있는 행동도 없으리라. 그런 점에서 정민성 선수는 진정한 승부사이자, 용기를 가진 아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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