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3700% 성장한 해다은(주)의 임정욱 대표
4년만에 3700% 성장한 해다은(주)의 임정욱 대표

‘저염도 명품젓갈’로 승부 임정욱 대표 “둘째 딸이 고향으로 이끌었을지도”

전국민이 수산물 연중 소비하면 통영사람 고용창출 저절로 이뤄질 것

 

구슬도 꿰어야 보배,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부가가치를 늘려야 귀하게 여겨지고,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수산1번지 통영이지만, 시대가 변하고 소비문화가 바뀌면서 1차 생산유통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통하지 않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 자체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지만, 통영사람도 둘째라면 서럽다. 소비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도산면 법송산단에 수산식품산업거점센터까지 척하니 준비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가장 먼저 소비시장의 요구에 대답한 것은 업체들, 그것도 소수정예기업들이다. 그 선두에 선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주식회사 해다은(대표 임정욱.45)인데, 통영산 멍게, 굴 등을 가공해 ‘저염도 명품젓갈’ 등을 제조한다. 2021 대한민국 식품대상에 ‘국산꽃게장’을 들고 출전, 간편식품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HACCP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 설비에서 생산되는 ‘맛통해’(네이버 판매 브랜드)상품으로는 어리굴젓, 굴무침, 멍게젓갈, 통멍게양념비빔장, 수제 간장 새우장, 국산 연어장, 순살양념게장, 명란젓 등이 있다.

 

명절 귀향길이 향토사업 출발길로

2019년 설립해 올해로 4년째지만 성장속도는 놀랍다. 2019년 80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20년 6억이더니, 2021년엔 17억이나 됐다. 올해는 30억 이상을 목표로 잡았고, 이미 절반 정도는 달성했다. 겨울철에 다가갈수록 매출증가가 예상되므로 무난히 달성될 것을 기대한다.

임정욱 대표는 통영시 광도면 우동리 출신이다. 학교에서 잡일을 도맡아 하는 직업이었던 부친의 교대로 진학하라는 바람과 달리 컴퓨터 공학도가 된 그는, 대학졸업 후 남들 부러워할만한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도전하고 싶었고, 금전적 성공을 거두고 싶어서였다”고.

20대 후반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영업직을 원했던 그는 ING보험맨이 됐다. 재미있었고, 실적이 오르면서 수입도 좋았으며, 제휴 등으로 업무도 확장했다. 동업자들과 제법 탄탄하게 사업체를 꾸리던 그에게 운명처럼 변곡점이 찾아왔다. 2012년 결혼해 이듬해 첫째 딸을 얻은 그에게 2015년 5월로 출산 예정된 둘째딸아이는 또 다른 축복이었다. 그해 연초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 통영에 내려와 있을 때 갑자기 부인이 아프면서 3개월이나 앞당겨 조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경상대병원에서, 간호를 위해 서울 사업은 내팽겨 둔 채로.

 

 

갑작스런 둘째의 조산이 행운일지도

동업자들이 매월 일정배당금을 보내왔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공백기가 길어지자 서울의 사무실은 임정욱 대표가 필요없는 시스템으로 차츰 변모하더란다. 인큐베이터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둘째딸을 생각하면 미처 다른 생각할 여력도 없었음은 물론. 결국 무언가 수입이 될 일을 찾아야 하던 차 멸치중매인이던 삼촌이 자신의 건어물 가게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몇 달 동안 열심히 일했다.

당시엔 지금과 달리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였고, 임정욱 대표는 건어물, 나아가 통영수산물 사업의 발전가능성을 깨달았다. 새로운 도전정신이 꿈틀한 순간. 1년 뒤에는 건어물 유통 사업을 시작했고, 그러다가 젓갈 제조업까지 인연이 닿게 됐다. 2018년 멍게젓갈과 어리굴젓을 제조 판매하는 으뜸수산을 창업했고, 온라인판매가 초창기라 제법 번성했다.

이듬해 법인사업자 주식회사 해다은을 설립하게 된 것. 해다은이란 “바다(海)의 풍성한(多) 수산물로 은혜(恩)입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실은 첫째 딸아이의 이름이다. 그는 “내 아이들의 이름을 걸고 식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사를 넘나들던 둘째 딸아이 덕분에 계획에도 없이 통영에 정착하는 바람에 사업을 시작했으니, 이게 운명이 아니면 달리 무엇이랴?

 

지금은 위기, 그래도 직원들과 함께

임정욱 대표는 2021년 해다은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만들었다. 둘째 딸아이가 운명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주변 지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그 감사함과 회사의 성장을 지역민, 수산업인,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다. (주)해다은은 올해 6명의 직원을 추가채용하며 식구가 총 15명이다. 지난해까지 매출신장세가 좋아서 채용을 늘린 것인데, 기대보다 매출이 저조해서 어려움을 겪고는 있다고.

임정욱 대표는 올 겨울을 앞두고 ‘굴국’을 상온식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신선도 를 유지하려면 냉동할 수밖에 없는데, 비닐파우치에 고온고압살균처리하면 상온에서도 보관 유통이 가능한 레토르트식품(상온식품)이 된다. 법송산단 수산식품산업거점센터에 이 설비가 들어오면 활용해 출시한다는 계획. 방부제를 사용하지도 않는 상온식품이 출시되는데, 이리되면 통영수산물을 1년 내내 저장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지역 생산어민과 상생하는 길이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다.

임정욱 대표는 수출판로 개척에도 애쓰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한국무역협회 및 광역시도 연례주최의 동경한국식품전시회에도 참석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임대표는 “현재 홍콩과 미국에 교민들을 위한 젓갈류와 건어물을 수출하고 있는데, 조만간 일본에도 수출길이 열릴 것”을 기대한다.

통영수산물이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그 성공의 열쇠는 임정욱 대표처럼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젊은 사업가들이 쥐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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