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미국프로농구(NBA) 컨퍼런스결승전 4차전을 앞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티브 커 감독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7전 4선승제 시리즈에서 이미 3승을 거두며 NBA파이널 진출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기자회견을 향한 관심이 컸다.

김숙중기자
김숙중기자

그런데 그는 “오늘 농구이야기는 안 하겠어요. 지난 6시간 동안 팀에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농구에 대한 질문도 안 받겠어요. 중요하지도 않으니까요, 여기서 4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어린이와 선생님이 죽었습니다. 열흘 전에는 버팔로 슈퍼마켓에서 흑인 노인이 총에 맞아 사망했었고,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교회로 가던 아시아 출신 시민이 살해당했었는데, 이젠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죽었습니다.

도대체 언제 우리는 행동에 나설 겁니까? 지쳤어요. 삶이 망가진 유가족들에게 이렇게 앞에 나와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도 지겹습니다. 지겹다고 해서 죄송한데, 저는 침묵하는 모습이 지긋지긋한 겁니다. 충분한가요? 50명의 상원의원이 총기규제 법안을 거부했습니다. 하원에서는 통과된 법안을 2년 동안 묵혀 두고 있어요.

그들이 법안을 승인하지 않는 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학교와 상점에서의 총격사건을 막기 위한 조치를 거부하는 상원의원들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아이들, 노인들, 교인들의 생명보다 자신의 권력욕이 우선입니까? 왜냐면 그런 것으로 보여요.

오늘 경기는 충분히 준비했습니다. 다만,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희생된 분들이 내 아이, 손자, 부모, 형제자매였으면 어땠을 지요? 이제 이 문제에 입 닫고 있으면 안 됩니다. 워싱턴에 있는 50명의 상원의원이 우리를 인질로 잡고 있습니다. 미국인 90%가 지지정당에 상관없이 그 법안에 찬성하는데 말이죠.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스티브 커 감독은 ‘그 유명한’ 스테판 커리가 있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감독으로 15년, 17년, 19년 등 3번 NBA챔피언에 올랐다. 올해 보스톤 셀틱스와의 NBA파이널에서도 지난 6월 15일 승리하며 4번째 챔피언에 등극시켰다. 스티브 커 감독은 선수시절에도 마이클 조던이 있던 시카고 불스에서 뛰며 3번, 팀 던컨이 있던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뛰며 2개의 우승반지를 손에 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작심발언 한 것.

지난 5월 24일 오전 11시쯤 소총 두 자루로 무장한 남성이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초등학교에 난입, 무차별 사격을 가해 초등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총기구입이 법적으로 가능한 18살이 되자 자신의 생일날 사건총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미국의 총기사건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커 감독의 말처럼 규제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무법천지였던 서부개척시대, 법(공권력)은 수백Km 멀리 있고 주먹(총기)은 가까이 있으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집집마다 보유하던 것에서 생긴 총기소유 전통인데 이는 수정헌법에도 반영돼 있을 만큼 미국인들의 문화로 발달해 있다. 또 하나는 상원의원들을 구워삶는 NRA(미국총기협회)의 로비.

그런데 본 기자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스티브 커 감독의 소신발언이 ‘정치적 발언’으로 폄훼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스포츠인물 또는 연예인이 국가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 이를 대부분 ‘정치적 발언’이라고 깎아내린다. 세상의 모든 일은 정치적이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엄연히 헌법에 규정해 놓고서도 '정치적 발언‘이라고 폄훼하는 데는 비겁한 이유가 있다.

마치 정치적 발언을 정치인의 전유물인 냥 함으로써, 소수기득권의 권력유지가 수월해지고, 다수를 지배하기가 편해지기 때문이다. 언론도 권력자나 권력집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존재하거나, 허용된 것이 아니다. 헌법정신에 기초해 일상의 삶에 바쁜 주권자를 대신하는 것 아닌가? 결국 모든 주권자는 정치적 발언을 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 기자의 기사에 대한 온갖 비판댓글도 감히 삭제하지 않으며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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