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랑어 양식 펀드

                                                                 -----------------  박순자(수필가)

 

청춘을 바친 무한도전이 은빛 날개를 편 걸까?

해양수산부에서 ‘6차 식품산업’이라며 관심을 가졌다. 지난해 몇 차례 큰 태풍을 잘 견디고 난 후, 우리 바다에서 최초로 성공한 참다랑어 양식과 우리의 기술을 인정해주었다.

국내 최초 참치양식 펀드 1호 출시!

“펀드업계와 양식업계가 만나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첨단기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혁신성장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펀드가 출범하던 날, 부산 BNK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해양수산부 장관은 성장 가능성이 큰 해양수산 부문의 미래를 위해서 금융투자 부문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참다랑어 1호’ 같은 실물 펀드 출시로 바다의 고부가가치가 발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해수부와 투자금융회사가 민간 부문의 실물과 투자 펀드를 접목하기 위해 면밀한 실사와 진지한 논의를 수없이 거친 후 내 놓은 성과다. 이 결과물로 미래 먹을거리 산업에 한 획을 긋게 되었다. 투자금융에서 치어 구입비, 인건비와 사료비 등을 대주고, 우리 어민들은 돈 걱정 없이 우리 바다에서 우리 기술로 다랑어양식을 성공시킨다는 공식이다. 어민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 첫 참다랑어Blue-fin Tuna. 양식 투자 펀드가 나왔다.

“BNK 투자금융지주 산하6개 계열사가 40억 원. 남평참다랑어 영어조합법인이 10억 원을 공동 출자하여 설정 기간 3년 동안 다랑어양식에 투자하게 된다. 공동투자 약정한 금액 50억 원으로 외해 양식장의 참치종자 5-10Kg 내외 크기의 어린 치어와 사료를 구입하고 3년을 키워 판매할 때까지 들어가는 운영비로 쓰인다. 50Kg 이상으로 키워낸 다랑어를 출하한 판매대금으로 투자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말이 투자지 사실 빚이나 다름없다. ‘남의 돈은 절대 잠자지 않는다.’ 빚은 무서운 것이다. 무조건 더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게 된다.

“축하합니다.”

갯돌에 붙은 따개비처럼 수십 년 바다 사업을 해왔지만 해수부나 투자금융사가 관심 보인 적이 없었다. 척박한 시간이 끝나고 BNK 투자금융과 약정하던 날, 남편의 모습을 TV로 본 지인들의 축하와 덕담이 쏟아졌다. 고생을 보상받는 것 같다. 낯선 길 걸어오면서 번민도 많았지만 자식들이 먹는 먹거리라 생각하고 정직하게 관리했다. 이 노력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다.

엊그제 러시아에서 식자재 수입상과 요리사들이 욕지도로 왔다. 원형 가두리 안에서 푸른 지느러미 세우고 사료를 낚아채는 역동적인 몸짓에 놀라며 동영상으로 참다랑어를 찍었다. 사람들이 넘어질 정도로 가두리를 뒤흔드는 다랑어의 활발함을 보면서 판매할 시기를 체크했다. 일본과 필리핀등지의 남방양식장에서 수입하던 것을 통영으로 돌려야겠다며, 우리 참다랑어의 품질이나 맛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샘플을 주문했다. 수출할 단계까지 가려면 지금보다 크게 키워야 하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쉽지 않은 난제들이 산제해 있다.

일본 다랑어와 차가운 통영 바다에서 자라는 참다랑어의 맛을 비교해 보겠다는 러시아 실무자들은 엄지를 척 세우며 돌아갔다. 바다만 바라보고 청춘을 바친 고단한 날들을 인정받는 것 같아 감사하다.

‘BNK 참치 전문투자 형 사모투자 신탁 1호!’

TV와 경제신문 사설을 큰아들이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냈다. 남태평양 대신 욕지도 양식장에서 살찌며 자라는 다랑어 떼와 우리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녹록하지 않았던 지난 세월을 잠시 잊으라는 뜻인지 바리톤 엄정행 선생이 부른 가곡 ‘목련화’ 가 배경음악으로 깔려 있다.

‘추운 겨울을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도다’

영상을 보며 노래 한 음절 따라 흥얼거리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감정 추스르며 창을 여니 매화 핀 옆자리에 목련화가 소담스럽다. 물기 마른가지에 새움 돋아나고 비바람 견뎌 온 봄꽃들이 제 색깔과 향기로 한창이다.

노래 속 ‘가인’처럼 내게로 찾아온 봄!

 

박순자(수필가)
박순자(수필가)

박순자 : 2002년 『수필문학』 천료, 수필집 『꽃자리』 『달빛 낚기』, 26회 한국해양문학상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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