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의 실종'

                                                                           김남길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김남길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김남길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6.1 통영시 지방의회 선거 결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 7석, 비례대표 1석으로 총 8석을 확보한 반면, 여당에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3석에 비례대표 1석을 더하여 4석을 확보하였고, 나머지 1석은 무소속의원이 차지하게 되었다.

제9대 통영시 의회는 총 13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데 선수별로는 국민의 힘에서 4선 1명, 3선 1명, 초선 6명이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3선 1명, 2선 2명, 초선 1명으로 나타났으며 무소속의원은 3선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속정당과 의원의 선수 구성에도 불구하고 절대 다수당인 국민의 힘은 제9대 통영시 의회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는 쾌거(?)를 거두고 있다.

무릇 정치란 토론과 논의를 통해 쟁점에 합의하고 이를 통해 협의의 정치 생물을 양성해 내는 것이다. 그런데 소수당인 야당의 배려없이 다수당의 절대다수 의석으로 상임위를 싹쓸이 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되돌아보면 그것은 앞서 보아 온 21대 국회 전반기 정치에서 타산지석의 기본이 됨을 알 수 있음에도 의회 권력의 막무가내식 독주로 쓴맛을 봐 왔던 현 여당이 그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하고 그모습 그대로 컨트롤 브이(Ctrl+V) 하듯 복사해 쓴다는 말인가?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완패를 당하여 170석이 넘는 거대 여당에 눈물로 빵을 먹어 본적이 있고 대선과 지선을 거쳐 행정 권력을 되찾은 지금도 의회 권력의 약자로써 정책추진에 한계에 부딪히며, 의석수 부족의 어려움을 피부로 체득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통상 17개로 구성되며, 여기에 특별위원회인 예산결산, 윤리 특별위원회까지 더하면 19개 상임위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겠다. 21대 국회 개원당시 법사위원장 문제로 점화된 상임위문제는 미래통합당의 보이콧 문제도 있었겠지만 우리 국회 초유의 여당(더불어민주당) 싹쓸이 상임위원장 국회 개원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과반 정당이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한 것은 1985년 구성된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이며, 87년 민주화 이후 첫 사례였다.

이것이 막무가내식 분노의 질주로 이어졌고 이 질주는 역설적으로 분노의 역주행으로 이어져 당시 여당이 대선과 지선에서 패해 야당이 되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양보와 타협 없는 막무가내식 의회 독주의 종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지방의회에서 어찌 협치의 작은 그림 한폭 그려내지 못하는가? 그렇다고 민주당 의원들이 잘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4년간 국힘의원들과 지방의정 단상에서 머리를 맞대야 할 입장이라면 자리싸움에서 단 하나의 자리도 꿰차지 못한 설움을 본회의와 개원식 및 간담회까지 보이콧하는 한풀이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 개원초기부터 다수당인 국힘과 민선 8기 시정의 오류는 없는지 보다 냉철하고 예리한 의정 및 시정 분석을 통해 협치 보이콧이라는 다수당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로지 의정활동을 통해 시민 여러분의 지지를 이어가고자 한다 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면 싹쓸이의 옹졸함이 아니라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붙들어 매는 신선한 묘수 찾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반문해 본다.

어찌되었든 이번 6.1 통영시 지방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 의원의 득표수를 제외한 당선된 지역구 의원의 유효 득표수를 보면 국민의힘은 총 65%인 29,141표를 얻은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후보의 득표율은 34.8%인 15,539표가 된다.

따라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선거에 국힘을 지지하지 않은 상당수의 시민들이 지방의정 단상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인식하고 싹쓸이가 아니라 협치와 양보의 미덕을 보여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여당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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