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만 명이나 찾았다. 3년 만에 열린 축제에 그렇게나 많은 관광객이 방문했다. 한산대첩축제냐고? 글쎄, 개막공연 및 재현행사에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구경 왔고, 마지막 날 승전축하 대동제엔 역대급 방문객으로 북적였던 것을 사실이지만, 135만 명이나 왔을까?

안타깝게도 이는 한산대첩축제보다 하루 늦은 지난 15일 막을 내린 2022보령해양머드박람회-우리에게 보령머드축제로 잘 알려진-체험방문객 최종집계다. 물론 한 달 동안 열린 머드축제와 비교할 수도 없고, 수도권에 근접해 있다는 점은 통영과 다른 큰 이점이지만.

통영한산대첩축제야 정확한 방문객을 집계할 수도 없다. 축제정보를 모르는 보행자, 알고는 있는 단순 보행자, 우연히 알게 된 관광객, 방문목적을 가진 관광객을 구분할 수조차 없기 때문. 그래서 다만 추정할 뿐.

올해는 아직 추정집계가 끝나지 않았다. 아마 추석 이후 축제 평가보고회가 열리면 결과가 알려질 것이다. 과거 축제는 어땠을까? 최근 2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도 못했으니 넘어가고, 2018년과 2019년을 보자.

4년 전 제57회 한산대첩축제 방문객은 30만2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지역민이 9만8000여 명(32.5%), 외래방문객이 20만4000여 명(67.5%)이었으며, 경제적 파급효과 180억여 원으로 추산됐다. 2019년 제58회 축제 방문객은 소폭 증가해 31만 명이었으며, 경제파급효과는 234억 원인 것으로 보고됐다.

1998년 시작해 올해로 25회째가 되는 보령머드축제는 이미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여름축제이자 정부가 선정한 최우수축제다. 지난 7월 16일 시작해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31일간 열린 2022 보령해양머드박람회는 3년 만에 개최한 올해 규모를 더 키웠다. 당초 단순 머드축제에 머물던 것을 머드관련 박람회로 확장한 것. 또 보령군에서 충청남도 차원의 축제로 업그레이드시켜, 행사기간동안 충남 15개 지자체별로 홍보할 수 있는 날까지 지정했을 정도다.

무더위에도 머드축제 북적북적

사업비로 145억 이상을 투입한 올해 축제는 해양머드주제관, 웰니스관, 머드신산업관, 레저&관광관, 머드체험관, 특산품홍보관, 공연관까지 갖추고 부대행사로 전국어린이사생대회, 청소년머드 커버댄스 페스티벌, 머드건강댄스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여기에 아시안컵 보령국제요트대회, 전국 궁도대회, 전국 배드민턴 대회 등 스포츠 이벤트까지 축제 기간에 개최했다.

축제 조직위원회는 당초 120만 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기대했다. 개막 직후 방문객 수는 기대에 못 미쳤으나, 축제가 무르익을수록 관광객이 폭증하며 방문객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2017년엔 200만 명이 방문해 1600억 원 이상의 경제유발효과를 냈다고 충남연구원이 발표했고, 2019년에도 181만 명이 방문했다고 하니 올해는 저조한 편이랄까. 그래도 57억이라는 수익사업 목표액까지 3억 넘게 초과 달성했다고.

머드축제 방문객 모두가 유료가 아닌 점은 분명하다. 2019년 유료 방문객은 3만1300여 명이었으니, 채 2%가 안 됐다. 하지만 통영은 유료 방문객 자체가 없지 않은가? 통영의 경우 방문객도 중복 집계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긴, 머드축제 기간 중 100만 명 넘게 방문한다면 굳이 유료 방문객 아니어도 지역에 미치는 경제파급효과는 엄청날 듯하다.

다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콘텐츠 비교다. 보령해양머드박람회 주제관에서는 “머드의 생명, 위기와 극복, 머드의 선물 블루카본, 가치와 활용, 미래 등”을 다뤘다. “머드 속에는 2000여종의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서식하는데, 충남과 보령 갯벌에 서식하는 583종 생물표본을 큐브 형태로 쌓아올려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갯벌을 상징화한다”고 주제관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 축제의 성공여부는 어떤 심오한 역사적 배경이나, 풍부한 전통문화 콘텐츠나, 무수한 문화예술인들이나, 그들이 창작한 아름답고 고귀한 예술작품이나, 그 문화전통을 계승하려는 지역민들의 열정과 노력에 달려 있지 않다. 그냥 재미있고, 즐거우며, 뭔가 트렌드에 부합하는 듯 감각적이고, 한때의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곳에는 찾기 힘든 그런 이벤트만 있으면 성공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평가는 보령해양머드박람회를 깎아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이는 2020년대를 같이 살아가는 우리가 쉽게 목격하고, 수긍하는 사례들을 몇 가지만이라도 알게 되면 금방 납득할 수 있는 팩트다. 요즘은 MZ세대 취향을 잡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MZ세대는 기성세대가 ‘낡아빠진 것’, ‘전혀 매력 없는 곳’, ‘허물어 부수고 깔끔하게 새로 지어야 할 곳’, ‘아직 마무리도 되지 않은 짓다가 만 곳’이라고 규정하고 평가하는 것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통영, 고성, 거제인근에 카페로 유명한 곳의 절반가량은 아마 옛날 건물을 약간 개조한 것일 게다. 산양읍의 어느 유명한 바닷가 카페는 버려진 육상 가두리 양식장이었고, 풍화리의 또 다른 유명 카페는 1970년대 지어졌을 법한 1층짜리 주택 3채와 옛날식 마당을 그대로 활용했다.

 

갬성'있으면 SNS 입소문 금방

도심지에 들어선 일명 ‘핫플’ 식당은 종종 벽지도 바르지 않은 채이며, 천정도 마감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이 모든 것은 ‘빈티지’로 젊은 층에 어필한다. 넓은 홀 한 가운데 모닥불 하나 피워놓고 그 주변으로 앉은뱅이 소파가 배치돼 있으면 이는 그대로 불멍카페가 되는 세상이다. 이런 것들을 요즘 세대는 “갬성 있다”며 즐겨 찾는다.

보령해양머드박람회의 입장권은 일반이 1만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이었다. 어린 두 자녀가 있는 4인 가족은 3만6000원이고, 성인 5명 단체라면 6만원이다. 독자들은 이 정도 금액이면 구입할 의향이 생길까? 아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입장권이 6만원, 4만원이면 어떨까? 아까 그 4인 가족이면 20만 원이고, 아까 그 5명 단체면 30만원이다. 아주 깊게 고민할 듯하다. 10월 초순이면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는 재즈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원래 남이섬에서 열리던 축제다. 이 축제 올해 입장권 가격이다. 다른 건 없다. 콘서트홀에서 진지하게 음악 들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방문객은 맥주든 뭐든 음료 한잔 들고 편안하게 자리 앉아 재즈를 듣기도 하고, 잡담을 나누기도 하며, 한숨 자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입장권은 없어서 못 판다.

다시 한산대첩축제로 돌아오자. 한산대첩축제가 가진 콘텐츠와 보령해양머드박람회의 그것을 한번 비교해 보라. 그 무엇으로도 한산대첩, 통제영, 이순신 장군 콘텐츠를 이길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별도의 입장권도 없는 한산대첩축제는 외면 받는데, 어째서 고가의 입장료가 있는 저 축제들은 도리어 각광받는 것일까?

우리는 한산대첩 축제에 대한 근원적 질문들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질 때가 됐다. 우리의 치부를 다 드러내더라도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자신에게 위축될 필요는 또 없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지금은 마치 애물단지 같은 통영미륵산케이블카도 한때는 국민케이블카라고 불리지 않았는가?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서 선선한 시기에 축제를 열자는 것은 그저 도망가는 꼴일 뿐이다. 똑같이 한 여름에 개최하는 머드축제엔 방문객이 북적북적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설사 선선한 가을로 옮겨서 개최한다고 해도, 단풍 행락객이나 이미 가을철 터줏대감이 된 진주유등축제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영화 명량에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이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한산대첩축제의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여름철 축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콘텐츠가 너무나 자랑스러운 나머지 방문객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강요한 측면이 있다. 서사(敍事.epic)는 강요에서 나오지 않는다. 단순함이 켜켜이 쌓여서 결국 서사가 되는 점 간과하면 안 된다. 축제를 우리가 주도하려 하지 말고, 방문객이 주도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방식이어야 서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요즘 트렌드는 “촌스러워도 되지만 억지스러우면 안 된다”는 점이다. ‘불멍’을 이해해야 비로소 한산대첩축제의 성공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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