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영에 있었다던 구정(九井.아홉 개 우물)에서 착안한 디피랑 열정이 비밀의 정원 안에 조성됐다. 통영 디피랑이 MZ 세대의 사진 찍기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시크릿 가든’을 조성해 선보이면서 인스타그램 명소로서의 위상을 굳게 다져나가고 있다.

디피랑 시크릿 가든은 MD샵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방문객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공간이었다. 통영시는 이곳을 옛 통제영 안에 세 개의 연못과 아홉 개의 우물이 있었다는 ‘삼지구정(三池九井)’에 착안, 여기에 ‘통영 열정’이라는 하나의 우물을 추가하자는 아이디어에 따라 조성됐다.

다만, 추가된 우물은 진짜 우물은 아니다. 볼록거울을 이용해 우물의 느낌을 연출한 인공우물로, 쳐다보는 사람의 얼굴과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어우러지게 담아 찍은 사진은 가히 ‘인생사진’이라고 할 만큼 잘 나온다. 게다가 작은 소품들을 이용한 포토 존들도 조성되어 있어 재미있고 다양한 사진들을 찍을 수 있어 디피랑 이용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시크릿 가든은 비가 내리거나 개인 후 떨어지는 빗방울이 양철 지붕과 만나 소리를 낼 때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통영관광개발공사 관계자는 전했다. 또 간절한 소원을 적어 게시할 수 있도록 자작나무로 만든 ‘소원판 게시공간’도 만들어 놓았는데,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돕는데 쓰일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런 공간 조성은 고객들로 하여금 디피랑 방문 및 재방문 욕구를 증가시키고, 이용객들의 개인 SNS를 통해 전파됨으로써 잠재 고객들에게 직접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도수군통제영을 품고 있는 옛 통영성안에는 구한말까지 연못 3곳과 우물 9곳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삼도수군통제영 안에 주거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던 식수원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수도가 설치되기 이전인 점을 감안하면 삼지구정은 통제영의 생명수 원천이었던 셈.

선조들이 연못과 우물을 얼마만큼 소중하게 여겼는지는 우리 전통에 그대로 녹아있는 제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매년 정월 동제(洞祭) 때에는 당산제(堂山祭)를 지낸 후, 마을 공동우물에서 용왕제를 지냈다고 한다. 5월 단오나 7월 칠석을 전후해서는 우물의 청결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청소했으며, 우물을 보수할 때에도 필히 용왕제를 지내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었다. 우물 용왕제의 기원은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우물에 알을 낳기 때문이라는 속설이 있지만, 물을 관장하는 용신(龍神)에게 우물의 정화와 보존 그리고 이 물을 마시는 마을 사람들의 건강 및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祭儀)라는 해석에 더 힘이 실린다. 그만큼 우물을 소중히 여긴 옛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옛 통영에도 마을마다 공동우물이 있었고, 통영성 안에 있는 큰 공동우물을 ‘통영성9정’ 또는 ‘성내9정’이라 했다 한다. 중앙동에 있는 속칭 ‘간창골새미’는 성내9동(城內九洞) 가운데 서구상동(西舊上洞) 도로변에 있던 공동우물이라 하여 서구상로변정(西舊上路邊井)이라 했다. 하지만 옛 통제영 관청이 있었던 ‘관청골’에서 유래해 ‘간창골새미’라 불렀다. ‘성내9정’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용왕제의 제물을 차리던 제단 시설이 남아 있는 유일한 우물이다.

새미용왕제를 지낼 때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공동으로 물을 퍼내어 우물 안을 말끔히 청소하고 허물어진 시설을 다시 보수했으며, 우물물을 마시는 마을 사람들의 건강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지를 태우고 술을 올리는 고사를 지냈다. 새미용왕제를 마치면 차린 제물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등 마을잔치가 됐다. 이를 두고 예전에는 “새미(우물)를 치운다(정비하다)”는 뜻으로 속칭 “새미친다”고도 했다고.

현재는 삼지구정 대부분이 사라지고 북문 터와 남문 터에 우물 터 두 곳만 남아 있다. 특히 남문 터는 기초석이 확인돼 복원이 논의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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