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에서 개최된 제61회 경남도민체전이 4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지난달 29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19년 제58회 도체 이후 3년 만에 제대로 열린 대회였다. 이젠 내년대회다. 내년 제62회 대회 개최지는 바로 통영. 헌데 걱정이 태산이다. 경기력, 체육시설 모두. 이즈음해서 올해 통영시 출전 선수단의 성적을 살펴보고, 내년 홈그라운드에서 열릴 도민체전의 준비상황을 미리 점검해 본다.

원래 4월에 열리는 도민체육대회(도체)는 전문체육선수인 일명 엘리트선수들의 스포츠경연으로, 매년 10월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의 경남대표 선발전 격으로 개최된다. 그래서 고등부와 일반부로 나누어 출전하고, 순위를 구분하며, 기록을 중시한다. 가을에 열리는 경남생활체육대축전은 기량을 겨룬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동호인들을 위한 대회로 성적보다는 참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점이 도체와 다르다,

하지만 올해 도체는 또 달랐다. 일단 8월에 열린 것이 달랐음은 물론. 지난 2020년 제59회 도체는 코로나로 인해 아예 개최할 수 없었고, 작년 제60회 도체 역시 고등부 선수만 참가한 대회로 축소 개최된 바 있다. 3년 만에 개최되는 올해 대회는 4월이 아닌 한여름 8월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 종합순위를 의식한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안전을 우선시하자는 차원에서 시·군 종합순위를 매기지 않기로 한 것.

 

통영, 야구와 우슈 2위가 최고성적

26개 정식종목과 3개 시범종목(게이트볼, 그라운드골프, 파크골프)이 펼쳐진 올해 도체에 통영시 선수단은 정구·레슬링을 제외한 26개 정식종목과 파크골프를 제외한 2개의 시범종목에 46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올해 대회에서 통영시는 단 한 종목도 종합1위를 차지하지 못했고, 야구와 우슈가 종합 2위를 차지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올해 처음 정식종목이 된 족구가 3위를 차지한 것이 그 다음.

볼링·사격·산악·씨름·유도·육상(필드)이 종합 4위를, 궁도·배구·롤러·태권도가 종합 5위를 차지했으나, 나머지 종목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궁도와 골프는 통영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종목이었으나, 올해는 결과가 나빴다. 반면 거제시는 시범종목인 그라운드골프에서만 종합 1위를 했으나, 많은 종목에서 5위 이상을 거두며 종합성적(물론 공식발표 하진 않았지만) 5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밀양시는 궁도와 배드민턴 종목에서 각 1위를, 테니스와 육상필드에서 각 2위를 차지했다. 올해 통영은 종합 7위, 밀양은 종합 8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다.

이런 결과가 시세(市勢)와 무관할 리가 없다. 거제시의 경우 인구가 24만 명이다. 통영인구의 2배. 진주는 34만, 양산이 35만, 김해는 55만, 창원은 100만이 넘는 특례시다. 통영보다 인구가 적은 곳이래야 사천(11만)과 밀양(10만)뿐이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인적 자원이 많다는 의미로, 인구가 많은 만큼 스포츠인프라도 더 많이 갖췄을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예외는 있다. 2019년 거제에서 열렸던 58회 도체에서 거제시는 홈그라운드 이점을 최대한 누리며 진주와 양산을 제치고 종합 3위를 차지했고, 2013년 사천에서 열렸던 52회 도체에서 사천 역시 종합 3위의 기염을 토했다. 2019년 대회에서 통영시는 밀양시에조차 밀리며 종합순위 꼴찌를 기록한 적도 있으니.

통영시가 내년 도민체전을 개최하면서 기대하는 바는 2~3가지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선수들의 기량향상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스포츠인프라의 확충과 지역경제 파급효과. 통영시도 그동안 인프라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통영체육관을 완공했고, 탁구전용체육관, 전용씨름장, 그 외 다양한 체육시설을 갖춰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메인스타디움, 즉 주경기장이다.

올해 대회를 개최한 양산시 종합운동장과 비교할 필요조차 있을까? 양산종합운동장은 수용인원이 2만2000석이나 되고, 2002년 아시안게임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바로 옆 실내체육관은 3200석이 넘는 관람석을 갖췄다. 양산종합운동장에서는 식전행사, 개막식, 선수단 입장식, 개막축하 공연이 열렸고, 실내체육관에서는 각 시군 자치 단체장 및 선수단 임원진 환영리셉션이 열렸다. 통영시는 공설운동장에서 개막관련 행사를 해야 하고, 그 옆 충무체육관에서 환영리셉션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남의 소도시가 이런 여건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바, 도체를 개최하는 곳에는 인프라 정비용 예산을 제법 지원한다. 일단 경남도에서 30억의 시설개선자금을 지원한다. 원래는 개최연도 당초예산으로 편성하는데, 통영시는 시설개선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까닭에 착공을 서둘러야 하는 사정을 들어 올 하반기 추경으로 지원해 줄 것을 경남도에 건의한 상태다.

여기에 정부 특별교부금과 경남도 특별조정교부금 각 10억씩 신청한 것은 물론, 통영시 자체예산 10억을 추경 편성해 급한 대로 서둘러야 하는 인프라 개선사업에 먼저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4억의 추경을 추가요청한 상태다. 이렇게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이 적게는 54억에서 많게는 64억이 된다.

정부 특별교부금은 정점식 국회의원의 도움이 절실한데, 올해 대회 개막식 당일 통영시선수단 임원만찬에서 저녁 늦게까지 자리를 함께 했던 점은 고무적이다. 경남도 교부금 역시 긍정적인 시그널이 많다고. 통영시는 도민체전 행사비용으로 26억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도합 80억, 최대 90억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열악한 시설에 교통대란은 걱정

가장 쓰임새가 많은 분야 역시 주경기장(메인스타디움) 인프라 개선이다. 통영시는 관람석을 전면교체하고, 관람석 바닥도 전면 방수코팅을 할 계획이다. 선수단이 경기를 할 경기장 트랙 역시 전면 교체가 불가피하다. 테니스코트 현재 4면에 추가적으로 3면을 조성해야 하는 등 용남생활체육공원 인프라 개선에 10억 넘는 돈이 투입될 예정이고, 통영야구장 안전시설 개선에도 3억 정도 투입된다.

평림축구장 시설보강에도 2.5억 이상, 노후한 열무정 시설개선에도 2억, 광도테니스장 바닥시설 개선과 조명탑 설치에 2억 등 돈이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래도 이런 인프라개선은 헛된 투자는 아니다, 당장 2024년 경남생활체육대축전에도 활용될 수 있고, 다른 스포츠이벤트에도 쓰임새가 있다.

인프라투자만큼 기대되는 것은 지역경제 파급효과다. 경남체육회는 나흘 동안 열린 올해 도체에 1만2000여 선수단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인구 100만의 창원에서 도체가 열려도 개막식 당일 모든 숙소가 동난다. 어떤 시군 선수단은 적당한 식당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경우도 있다.

통영시는 지난 1월 열린 1·2학년 대학축구대회와 2월 열린 춘계대학축구연맹전 두 대회기간 동안 45억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했다. 두 개 대회는 각각 보름정도씩 열리는 대회지만, 도체는 단 나흘간 열린다. 하지만 선수단 규모는 단일종목 대회와 비교할 바 못 된다. 통영시는 2023년 선수단 2만 여 명이 참가하고, 112억에 달하는 직접적인 경제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대회는 코로나가 완전 종식되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4월이면 주말행락객이 거리마다 넘칠 지도 모른다. 야무지게 준비해서 남들을 위해서 잔칫상만 펼치는 ‘호갱님’이 안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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