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의 열기가 어느새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입추는 벌써 지났고, 얼마 전 처서마저 지났으며, 백로를 며칠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24절기 중 처서(處暑)는 “더위가 머무르다”, “더위가 그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한해의 절기 중 늦여름 더위가 물러가는 때이며 ‘입추’와 ‘백로’사이에 있다.

안미정 대표
안미정 대표

예로부터 처서에는 ‘모기입도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더위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때이다. 이 계절에는 시장에서 흔희 볼 수 있는 둥근 호박과 제철 맞은 갈치로 맑은 국을 끓여 시원하면서 달달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갈치는 7월~11월이 제철로 그물로 잡는 먹갈치가 있고, 한 마리씩 낚시로 잡아 올린 채낚기 갈치가 있다. 갈치의 어종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를 뿐이다. 은빛 비늘이 상하지 않고 그대로 불을 켠 듯 밝은 은빛이 도는 갈치가 가장 싱싱하면서 좋은 갈치라고도 할 수 있다.

선도가 떨어질수록 은빛비늘은 희끗하게 벗겨져 비린내를 풍기지만 갈치국은 신선한 갈치를 손질해서 육수를 낼 필요도 없이 끓는 물에 둥근 호박과 청양고추 약간만 넣고 폴폴 끓어오르면 갈치를 넣어 우르르 한번 끓여주면 되는 아주 쉬운 음식이다.

하지만 그 맛은 맑으면서 시원한 맛과 기름기가 잔뜩 오른 갈치의 고소한 맛이 호박의 달달한 맛과 어우러져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그 시원하고 맛난 감칠맛을 잊지 못하게 된다. 싱싱하지 않으면 끓일 엄두도 못내는 갈치국은 도시에서는 맛보기 힘든 바닷가의 음식이며, 바쁜 어촌생활에도 쉽게 끓여 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어촌의 대표적인 맛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욱 맛을 내려면 아직 속이 차지 않는 배추보다는 얼갈이배추를 넣어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배가 되도록 끓이면 전날 밤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들 마져 시원하게 속을 풀어주는 귀한 갈치국이 된다. 갈치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알맞게 들어 있어 채소와 섞어서 조리하면 궁합이 맞는 식재료이다. 특히 리진, 페닐알라닌, 메티오닌 등 필수아미노산이 고루 함유된 단백질 공급식품으로서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도 아주 좋다.

■ 갈치국

〈 재 료〉

- 갈치 1마리, 무 200g, 둥근 호박 350g, 대파 1대, 마늘 1T, 간장 1T, 미림 1t, 소금.

❐ 만드는 법

1. 갈치는 은빛 비늘을 벗겨내고 내장을 깨끗이 손질한다.

2. 물 1리터에 무를 나박나박 썰어 끓이고, 물이 끓어오르면 둥근 호박을 크게 썰어 넣어 한 소큼 끓인다.

3. 둥근 호박이 조금 익으면 갈치를 넣고 팔팔 끓여준 후, 마늘과 국 간장, 맛술, 소금을 넣고 끓으면 대파를 얹어 한 번 더 끓여준다.

4. 취향에 따라 얼갈이배추는 한번 데쳐서 무와 함께 먼저 끓여 단맛이 올라오게 한 후 고춧가루를 풀어주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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