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역사적 의미도 예술적 향취도 없다” 비판, 도면과 달리 막상 보니 ‘한숨’

 통제영 수책이 있던 역사적인 장소, 강구안 내만으로 들어가는 바닷길의 가장 좁은 지역인 현재 항남동 동충 통영화물선협회 건물 앞과 건너편 남망산공원 쪽 삼성공업사 및 대영수산 앞, 두 곳을 연결하는 강구안 보도교가 건설 중이다. 그런데 이 보도교에 대해 혹평하는 시민들이 많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강구안 친수시설 설치사업으로 통칭되는 이 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보도교다. 조선시대 통제영이 있던 당시 강구안으로 드나드는 선박들을 통제하는 수책이 설치됐던 곳으로 옛 지도에 표시돼 있다는 역사적 배경으로 보나, 통제사라는 최고위급 수군제독이 주둔하며 상업과 문화가 절로 융성했고 자연스레 예향에 이른 지역민으로써의 심미적 통찰로 보나.

헌데 그런 장소에 작년 11월부터 설치되고 있는 보도교의 모습은 시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미라는 것은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달리 자연을 압도하거나 거스르지 않고, 또는 주변과 달리 눈에 띄도록 두드러지지도 않은 채. 그저 원래 자연의 일부였던 것처럼 조화를 이루는 것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보도교는 한국의 전통미를 지녔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 광도면에 거주한다는 시민 K씨는 “아름다운 항구와 바다풍경에 비해 저 보도교는 흉물처럼 보인다”고 혹평했다.

사실 강구안 친수시설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착공했고, 이제 그 막바지에 이르렀다. 원래 이 사업은 정부가 주체였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녹지광장·수변공원·무대·역사문화광장·요트계류장·연결교량 등을 설치해 시민휴식공간으로 변모시키려고 2014년 시작했다. 예산은 400억 원 이상이었다.

설계에 들어가고 그 내용이 시민들에게 조금씩 알려지자 논란이 일어났다. 한산대첩축제의 중심인 만큼 충분한 무대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 경우 강구안이 좁아진다는 반대주장이 공존했고, 동피랑과 중앙시장 인근인 점 때문에 화장실 설치문제도 핵심논란 중 하나였다. 가장 큰 논란은 연결교량이었다.

선박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개폐식 교량을 요구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예산부족 등 이유로 이에 부정적이었다. 통영의 심장이랄 수 있는 구도심의 밑그림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였기에 논란은 더욱 거세졌고, 민관협의회는 몇 차례 회의를 끝으로 동면에 들어갔다.

 

동면에서 깬 시기는 2018년이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의지를 가지고 통영시민들의 여론을 받아들이면서, 민관협의회 토론이 재개됐다. 이후 총 아홉 차례나 열띤 토론을 마치고 마침내 공사에 들어갔다. 이때 결정된 연결교량은 수책형 아치교(조선수군 수책) 형상에 양쪽 끝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당시 통영시민들은 “과거 마산해양수산청의 항만공사 사례를 보면 토목위주 시설계획으로 항만의 생명력을 오히려 왜곡한 사례가 많았음”을 지적하며 “시민들의 합리적 제안을 가능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더 이상 통영시 요구사항 변경 없이 착공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도면상 또는 상상만으로 짐작해야 했던 연결교량이 막상 설치되자 시민여론이 뒤숭숭해지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수시설 공사설계는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했지만, 시행은 경남도가 맡았다. 경남도 담당자는 “경관조명 설치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교량 색깔을 선택했다”며 “오는 12월쯤 연결교량이 완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공사 완공은 내년 3월말.

통영시는 연결교량에 한 가지 기능을 더 넣는 공사를 계획 중이다. 동충에서 남망산공원쪽으로 건너 온 시민들이 곧장 동피랑이나 시민문화회관으로 걸어갈 수 있는 추가 연결교량 건설공사다. 엘리베이터 하차 후 걸어서 갈 수 있는 대신 약80m 길이에 폭 4m 연결보도를 32억 원을 투입해 만든다는 것. 65%의 국·도비를 현재 신청한 상태라고.

경남도청 관계자는 연결교량의 아치모양을 조선수군 대포에서, 엘리베이터는 수군망루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구안 동충 연결교량이 통영의 역사적 배경, 시민들의 정서, 강구안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진정 고려한 것인지 시민들은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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