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                

                                                              한춘호

한쪽 무릎 꾸부리고

퍼덕이는 사념을 낚아 올리는 섬

 

한숨 들이키며

담배를 물고

하얀 구름을 피워 올리는 섬 ...

 

손을 뻗어 닿지 않는 거리가

섬만큼의 거리일까?

 

중앙시장

어깨가 부딪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람은

섬이 된다.

 

지척의 거리에서도

제각기 언어의 꽃을 피우는

화려하고

슬픈

섬들.

 

위의 시는 백일장에 응모했던 시입니다.

백일장에 가면 시의 제목을 현장에서 통보받아 서너 시간 내에 시를 적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를 쓰고 다듬는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여 시의 거친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섬이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라고 하듯이 우리도 모두 타인으로 둘러싸여 있는 외로운 섬이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삶의 언덕에서 쳐다보는 노을처럼 제 가슴에 스며들어 있는 싯귀가 있습니다. “사람이 우거진 사람들 숲에 사람에 외로운 사람들처럼” -누구의 시인지 시의 제목도 시인의 이름도 더구나 이 시 구절을 올바로 기억하는지조차도 모르겠지만 – 나 또한 사람에 둘러싸여 사람에 외로운 섬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우리는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과 또한 많은 타인과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저마다 어찌할 수 없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이런 외로움을 깊이 생각해본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저마다의 외로움을 가진 또 다른 섬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외로운 섬은 외로운 섬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제각기 언어의 꽃을 피우는 화려하고 슬픈 섬들”이 서로 손을 뻗어 다리를 만들기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춘호 (시인)
한춘호 (시인)

한춘호(시인)

2019년 계간지 “인간과 문학(가을호-제27호)” 신인추천, 2020년 무크지 “0과1의빛살” 발행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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