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조종장학생으로 내년말 임관, 어릴 적 꿈 마침내 이룬 통영의 아들, 이젠 탑건 목표

 마른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하늘을 달리다’ 노래가사다. 통영 최초로 공군 전투기 조종사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이승재씨(23).

공군파일럿이 되는 길은 몇 가지가 있다. 공군사관학교만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학군사관후보생이 있고, 학사사관후보생도 있으며, 예비장교 후보생도 있다. 학군사관후보생이란 ROTC를 말하며, 학사사관후보생은 학사장교를 일컫는다. 물론 공군사관학교 출신이 파일럿에 가장 가깝다. 직업군인의 길을 택한 경우니까. 반면 ROTC, 학사장교, 예비장교 후보생의 경우 의무복무기간이 3년이라서 파일럿과는 거리가 있다. 어느 나라 공군이 3년 뒤 전역할 군인에게 파일럿 기술을 전수하겠는가?

통영초, 충무중, 통영고를 졸업한 이승재씨가 선택한 파일럿에 이르는 길이 또 있다. 대학에서 항공운항학과를 졸업하면 선택할 수 있는 그 길. 2018년 고교를 졸업한 이승재씨가 1년 재수를 하면서까지 진학한 곳이 바로 경운대 항공운항학과다. 경북 구미에 있는 대학인데, 해당학과가 있는 곳이 한국항공대, 한서대 등등 전국적으로 10여 곳 정도.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제복을 입는 해당학과 학생들은 3개의 자격증을 획득해야 졸업을 할 수 있고, 졸업 후에는 3가지 진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민간항공기 조종사, 비행교육 지도관 그리고 공군조종사가 되는 것. 올해 4학년으로 내년 8월 졸업예정인 이승재씨는 지난 3월 공군조종 장학생 전형에 지원해 지난 7일 최종 합격되는 기쁨을 누렸다.

파일럿이 되는 길이 쉽지 않음은 누구나 알 것이다. 대학에서도 전문적인 영역을 배워야 한다. 자가용조종사(경비행기)자격, 계기비행증명자격, 사업용조종사자격증 획득이 졸업조건이기도 하니까. 경비행기 자격증은 상대적으로 쉬운 자격증이다. 이승재씨는 이미 이 자격증을 따 논 상태. 계기비행증명자격은 11월까지는 딸 자신이 있다. 계기비행이란 야간 또는 기상악화, 구름·안개밀집 등 육안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의 비행능력을 증명하는 것을 말한다.

어릴 땐 자동차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이승재씨는 대한민국공군 조종 장학생에 최종 선발됐기 때문에 아마도 사업용조종사자격증은 따지 않아도 졸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군조종사가 될 예정이니 굳이 민간조종사자격증이 필요 없기 때문일 터.

공군조종사 전형도 경쟁률이 치열하고, 그 과정 역시 쉽지 않다. 우선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2차 전형으로 신체검사·체력검정·조종적성검사·면접을 2박3일에 걸쳐 패스해야 3차 전형에 이를 수 있다. 3차는 1차 점수, 2차 점수에 신원조사 결과와 대학성적을 합해서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과정인데 지난 7일 최종 발표된 것. 30명 정도인 19학번 동기 중 5명 정도만이 합격했다.

이승재씨는 내년 8월 졸업 뒤 경남 진주에서 3개월간의 장교교육을 마친 다음 공군소위로 임관될 예정이다. 3개월 교육과정 동안 이승재씨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가다. 내년(2023년) 겨울쯤 임관되면 비행교육대대에서 전문교육을 완료한 다음 소속부대에 배치된다. 비행교육대대에서 훈련용전투기를 조종하는 중등과정과 에어쇼 비행단 블랙이글스 기종으로 훈련하는 고등과정을 모두 거쳐야 정식 조종사가 되는데, 비행교육대대에서의 성적 우수자에게 전투기 또는 수송기 조종사 결정의 우선선택권이 있음은 물론.

이승재씨는 어린 시절 조종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외국에 살았던 경험 때문에 여행하는 것에도 관심이 컸다. 그래서 고등학교 진학 후 비행기 조종과 해외여행 모두가 가능한 민간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항공운항학과 진학을 위해 재수까지 선택했으니.

결정적으로 공군파일럿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대학교 지도교수님이 예비역 공군 조종사였던 점의 영향을 받았다. 장교 임관 시 ‘공군조종병과’를 받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13년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이승재씨. 그는 “한국형전투기 KF-21을 타고 마하의 속도로 날아가는 기분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니만큼 성취감이 대단할 것이라 생각된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통영 출신으로 공군사관학교를 진학한 사례가 1980년대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조종병과가 아니었고 이미 전역했다고 한다. 따라서 통영 최초로 공군파일럿이 되는 영광이 이승재씨에게 돌아가는 셈. 통영의 아들이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최첨병이 되는 늠름한 모습을,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초음속으로 하늘을 달리는 짜릿한 성장과정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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