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롯데시네마 통영관 매표소 앞의 모습이다. 단 한명의 관객도 없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통영 유일한 상영관이 된 이곳이 만일 사라지면 통영사람들은 어디서 영화를 관람해야 할까? 
▲지난 20일 롯데시네마 통영관 매표소 앞의 모습이다. 단 한명의 관객도 없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통영 유일한 상영관이 된 이곳이 만일 사라지면 통영사람들은 어디서 영화를 관람해야 할까? 

예향이 지켜야할 문화가 전통적인 것에만 한정됐을까? 아닐 것이다. 시각을 좀 더 넓혀야 한다, 현대 문화까지.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현대 문화라면 영화다. 그런데 문화예술의 도시 통영의 극장가는 위기에 빠져있다.

최근 CGV통영관이 영업을 중단했고, 롯데시네마 통영관도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며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어쩌면 영화를 보기 위해 거제시나 진주·창원으로 가거나, 심지어 고성군으로 가야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통영 극장가를 예향 시민들이 스스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영화는 K-컬처의 국제적인 성공을 주도한 분야다. 봉준호 감독의 2019년 작품 ‘기생충’은 비영어권 최초의 작품상 수상 포함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고, 국내 관객집계도 1000만 명을 넘었으며,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수출돼 제작·홍보비의 10배가 넘는 2억631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화 ‘미나리’도 아카데미 여주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한국영화가 개봉이라도 할라치면 받는 국제적인 뜨거운 관심이 이젠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이렇게 한국영화시장이 세계의 주류로 올라서는 단계지만, 모든 관련업계가 그 수혜를 다 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극장가가 그렇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고통을 가장 절박하게 받은 곳은 바로 극장가였다. 아예 영업을 할 수 없었으니까. 실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며 크게 웃을 수도 있는 장소이니 전염병의 시대에 오죽했으랴.

올해 들어 팬데믹도 위세가 줄어들면서 5월 이후 극장가도 새로운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새롭게 개봉하는 영화들이 구름관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2’와 박해일 주연의 ‘한산: 용의 출현’이 그것.

5월에 개봉한 범죄도시2는 극장관계자의 말을 빌면 “오랜만에 관객이 몰려서 제법 재미가 있었다”고. 범죄도시 1편이 누적관객 688만 명을 기록했는데, 범죄도시2는 누적 1269만 명으로 거의 2배 가깝다.

7월에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은 사정이 다르다. 1편 ‘명량’은 박스오피스 누적관객 1761만 명으로 역대 1위에 올라 있는데, ‘한산’은 726만에 그쳤다. 김명민 감독은 한산대첩의 주 무대였던 통영에서 특별시사회까지 개최하며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1000만 명이나 덜 본 것. 그나마 통영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비율로 관람했다고 한다. 통영관 이두만 대표는 “영화 한산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와 주신 것 같다. 코로나 이전 대비 70% 정도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영화관 없어도 되는 통영?

하지만 통영의 극장가가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은 지역적인 부분에서 찾을 수 있고, 전국적인 부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선 지역적인 부분을 보면 통영시 인구로는 영화관 두 곳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통영시에서 극장 한 곳을 운영할 때 손익분기점 관람객 숫자는 연간 30만 명 정도다. 이 정도는 돼야 비용을 감당하고, 향후 투자를 대비한 최소한의 비축을 할 수 있다는 소리.

하지만 통영에는 이미 두 군데나 영화관이 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연간 30만 관객을 꾸준히 유지하는 정도였다. 극장 두 곳 모두 손익분기점조차 넘지 못하는 실태였던 것. 코로나 이후 ‘범죄도시2’와 ‘한산’으로 관객이 제법 찾았음에도 CGV통영관이 영업중단을 한 것은 그만큼 통영에서의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나마 한 곳이 영업을 중단했으니 롯데시네마 통영관은 반사이익을 누릴 여건은 됐는데, CGV가 언제까지고 영업을 안 할지는 알 수 없는 일.

통영 극장가는 통영시민과 고성군민을 모두 잠재고객으로 삼았다. 통영 12만, 고성 5만 합해서 17만 인구를. 하지만 지난 2020년 10월 고성군이 CGV고성관을 직접 운영하고, 관람료를 50% 할인함으로써 통영의 영화관들은 5만의 고객을 잃어버렸다. 고성군에서야 군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위해 문화·복지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한 것이지만, 자본주의 경제시스템 측면에서 특히 통영의 극장가는 불가측 타격을 입은 셈.

롯데시네마 통영관 관계자는 “고성군 단체관람객이 제법 많았는데, 현재는 전혀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구 24만인 거제시의 경우 영화관이 CGV 딱 하나다. 그러니 지역적인 부분에서 경영에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문제는 오로지 통영의 극장가일 뿐. 사실 통영은 영화관이 하나도 없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역이란다.

 

좋은 영화 미공급도 원인

이젠 전국적인 원인을 알아보자. 원래 영화가는 봄가을이 비수기라고 한다. 행락철이다 보니 여행을 주로 떠나지, 답답한 실내영화관을 안 찾는다는 말. 그래서 추석 이후 극장가는 썰렁해진다고. 그래도 올해만큼까지는 아니었다. 올해 10월엔 주말포함 3일 연휴가 두 번이나 있다. 개천절 연휴와 한글날 연휴가 있으면 여기에 맞춰 새롭게 볼만한 영화가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긴 코로나 터널을 지나며 영화생태계가 그만큼 둔해졌음을 보여준다. 그 까닭에 이미 상영을 마쳤어야 할 ‘공조2’를 아직까지 상영할 정도.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배달업계는 엄청 성장했다. 직접 음식점을 방문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으며, 그에 맞춰 밤늦게까지 장사하던 것도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팬데믹 동안 영화관에 가지 않다보니, 또 넷플릭스 같은 OTT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거리두기가 풀렸음에도 영화관을 찾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주 찾는 문화시민 지혜 필요

롯데시네마 통영관을 그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 사업으로 치부하며, 적자생존을 들먹이는 것은 예향시민의 태도가 아니다. 실상 고성이 자체 영화관을 가진 상황에서 통영의 인구로는 한 곳의 영화관조차 근근이 유지할 정도다. 영화관 경영자가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더 이상의 손해를 감당할 수 없어 그만 둬 버린다면 통영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고성군이나 거제시로 가야 할지 모른다.

이게 과연 예향 통영시에 어울릴 상황인가? 통영시 인구가 줄어들고, 임산부 숫자가 줄어들면서 산후조리원이 문을 닫을 판국이 되자, 이를 막고자 통영시가 나선 적도 있다. 산후조리원도 결국 영리사업체 아니던가? 그럼에도 산후조리원 유지를 도울 방법을 찾았다.

롯데시네마 통영관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롯데시네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고 전부 롯데시네마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위탁관이라고 해서 개인이 투자하고, 그 타이틀만 롯데시네마로 내거는 것일 뿐. 24시간 편의점이 개인사업체인 것과 똑 같다.

부도가 난 롯데시네마 통영관을 2013년 인수한 타지 출신 사장은 이후 가족과 함께 아예 통영으로 이사 왔고, 최근 7개관중 4개관을 안락하게 감상할 수 있는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전면교체 했으며, 1대에 무려 1억을 웃도는 디지털영사기를 7개관 모두 교체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고성군처럼 롯데시네마 통영관을 시민예산으로 지원해 주지는 못할지언정, 예향 통영의 시민답게 우리 고장에 극장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자주 찾아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진정 문화도시 통영시민이라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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