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요리인생 장관상·총리상 통영조리직업전문학교 황영숙 원장의 ‘화룡정점’

상(賞)이란 아무리 많이 받았어도 항상 기쁘고 감사하다. 통영조리직업전문학교 황영숙 원장(63) 말이다. 43년 외길 요리인생에 황원장이 받은 상장은 무수한데, 더구나 대통령상이라는 화룡정점을 찍은 바이니 그 기쁨이야.

그녀의 공적이야 어디 크고 작음으로 평가하랴? 국가적으로는 작다고 해도 지역에서는 크다 할 만하며, 지역의 소소한 봉사의 물결이 나중에 국가적 파도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올해로 26회째였던 굴축제에 황영숙 원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그녀가 굴수협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보면 최근옥, 김대완, 최정복 등 굴수협 조합장의 역사를 알게 된다. 1997년 한려수도 동백축제 중 수산물요리전시 및 시식회 참여한 것에 대한 감사패를 고동주 통영시장으로부터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진의장-김동진-강석주 시장까지 역대 시장으로부터 모두 감사패 및 공로패를 수상했다.

황원장은 학원에 굴요리 창업반을 개설해 음식점 창업 확산에 기여했고, 실업자 재취직훈련으로 굴요리 창업반을 특별 개설한 적도 있다. 특히 굴 음식점 창업을 희망하는 구직자에게는 요리비법을 전수하는가 하면, ‘웰빙-굴요리 세상’이라는 전문 요리책을 내기도 했다. 의도치 않았던 열정적 헌신은 경남교육감, 경남도지사, 인근 거제시장, 한국학원총연합회장으로부터의 표창과 감사패로 귀결됐다.

황영숙 원장은 그저 요리법을 가르친 게 아니라, 삶의 방식과 지혜를 전수했다. 특히 사회 취약계층인 다문화가족 여성들의 한국생활 조기정착과 경제적 자립에 기여한 바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이런 노력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상, 법무부장관상,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농림수산부장관상 등 4개의 장관상을 수상케 한 셈.

이 모든 열정과 노력은 2012년 국무총리 표창으로 결실 맺었다. 30년간 직업능력 개발로 국가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에, 학원 내 실업자 훈련과정과 여성가장 훈련과정을 개설하는 등 개개인의 능력개발과 경제적 자립은 물론 국가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것. 총리상 이후 10년 만에 대통령상을 수상한 공적 ‘양성평등 확산에 기여했다’는 부분도 의미가 크다.

 

자그마한 체구에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이 매력적인 황영숙 원장의 요리인생은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다. 시골출신의 그녀는 위로 언니 2명이 있고, 아래로 여동생 2명, 그 아래에 남동생 2명이 있는 7남매의 셋째다. 그녀가 덜컥(?) 마산성지여고에 합격하자 농사꾼 부모님이 난리가 났더란다. 출세했다며 아예 지금의 마산 산복도로 인근에 셋집을 하나 얻어주고는, 3명의 동생까지 마산으로 전학시키곤 그녀에게 돌보게 한 것.

그때부터 동생들 도시락 싸는 일은 그녀의 몫이 됐다. 어떤 때는 저녁도시락까지 챙겨야 했기에 하루에 다섯 개씩 준비하기도. 자동차 보기 어려웠고, 택배·송금도 안 되던 시절, 시골에서 쌀과 부식, 생활비 등을 버스 편에 실려 보내면 택시도 잘 안 잡히는 터미널까지 내려가서 머리에 이고지고 경사길을 올라 집에 가져오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녀의 동생들은 모두 키가 훤출하단다. 모델을 꿈꿨을 정도로. 그녀는 “아마 그것 때문에 키가 안 자랐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음식솜씨가 좋은 그녀가 만든 도시락 덕분에 동생들도 꽤 인기를 얻었다나.

어떤 게 우연이고 필연일까? 그녀는 경남대 가정학과에 진학했고, 재학 중 요리학원 다니며 자격증을 땄다. 졸업 후 요리학원 강사로 취업했는데, 당시엔 청소와 설거지 도맡아 해야 했고, 심지어 출장뷔페까지 학원이 도맡아 하던 때라 주말에조차 쉴 틈이 안 날 정도였다. 그 바람에 그만 두는 강사들이 부지기수였고.

그녀 역시 그만둘지를 3개월 간격으로 고민하다가 시간이 흘렀고, 나중엔 학원장이 학원운영을 그녀한테 맡길 정도였다. 황원장은 당시에도 인기강사였는데 한번은 학원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그녀에게 전해 준 사례금이 당시 월급보다 훨씬 많았을 정도.

당시 요리학원 원장 동생이 충무요리학원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통영(당시 충무)으로 출강해 줄 것을 부탁해 통영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 원장이 거제에도 학원을 차리더니 그녀에게 운영을 부탁했고, 이후 충무요리학원이 폐업하자 수강들 인수를 부탁해 아예 통영에서 운영을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우연히 시작된 요리와의 인연은 가족들과의 끈끈한 우애를 다지는 계기가 됐고, 다시 통영으로 인생행로를 변경하는 필연으로 이어졌으며, 그녀만이 가진 창의성과 열정은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번져 현재의 그녀를 완성했다. 황영숙 원장이 받은 수많은 상장·표창장들은 그녀가 살아온 인생여정에 대한 보상이기 보다는, 그녀의 아름다운 인생여정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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