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범시민대책위 “노조 요구 수용 및 적극적 협상의지 환영”

노조 “당사자 참여·고용보장·노조-단체협약 승계 한화가 확약”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지회(대우조선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한화그룹의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향후 2주간 전격 수용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대우조선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한화그룹이 일부 즉각 수용, 일부 적극 검토 확약 등 인수의지를 확인했기 때문. 이에 따라 한화그룹 인수단은 지난 16일부터 향후 2주간, 즉 30일까지 현장실사하게 된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해양매각이 불발된 이후 올해 초 정부와 산업은행이 분리매각 방안을 제시하자 “분리매각은 해외매각이고 핵심기술 팔아먹는 매국 행위”라며 통매각(일괄매각)을 요구했었다. 결국 지난 9월 대우조선 노조가 요구한 매각방식 대부분을 수용하는 내용으로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화인수단 진정성에 노조도 화답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10월 한화가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되자 한화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4대 요구안을 직접 전달했다. 여기에는 ①전 구성원 고용보장 ②노조 및 단협승계 ③회사발전 계획 ④지역 발전계획 등이 담겼다. 이후 노조는 한화와의 협상을 요청했는데, 한화는 “본계약 체결 전에는 법적 지위가 없고, 당사자 접촉을 금지하는 MOU 조항 때문에 지회와의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대우조선 노조는 적어도 “당사자 참여 보장과 4대 요구안에 대해 노조와 협상하겠다는 입장을 현장실사 전에 공개적으로 밝혀줄 것”을 요구했지만, 한화는 “본 계약 전에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1일 대우조선 노조는 다시 상경집회를 했고, 면담을 통해 한화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단 최고 책임자가 노조지회를 방문해 현장실사 전 노조 요구안에 대한 한화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

지난 15일 한화인수단 대표자가 지회를 방문해 당사자 참여 보장, 고용보장, 노조-단체협약 승계에 대해 확약했고, 나머지 요구안은 본계약 체결 후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하기로 전격 합의에 이르게 됐다. 노조로써는 “한화 측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대우조선 노조는 “처음 마주하는 한화와의 노사관계 첫 단추가 잘 끼워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한화의 매수자 현장실사를 허용하기로 했다”라며 “한화의 진정성과 신용이라는 기업 정신을 믿고 상호신뢰 속에 중대결단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본계약에 대우노조도 초청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협의는 어렵더라도 본계약 이후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의사라도 밝히라”고 한화그룹에 촉구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올바른 매각을 위한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범시민대책위)도 “한화가 현장실사를 앞둔 시점에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 의지를 천명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 한화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실사 저지 입장을 철회한 노조의 결정도 높이 평가한다”고 논평했다. 더불어 “본계약, 내년 초 마무리될 매각 추진이 서로의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원만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한화그룹 인수단은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본 계약 체결 때도 대우조선 노조를 참여시킬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대우그룹해제,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산업은행 대주주 참여, 2008년 매각논의 개시 등으로 이어지며 거제를 중심으로 한 지역경기 성쇠의 핵심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역민들은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많았다. 지역민들은 한화의 본계약에 노조를 초청하는 것이 향토기업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는 대기업이 지역민에게 보내는 산타클로스의 미소이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