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제4부(第四府)라고 부른 지는 오래 됐다. 지구상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3부(三府)로 나뉘어져 서로 견제하는 방식의 국가조직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상징적으로 언론을 보태 제4부라고 하는 것이다.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행정·입법·사법기관이 주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에 불과함에도, 이를 망각하고 국가권력을 악용해 오히려 주권자를 능멸하는 일을 벌이는 역사적 사례가 적잖았기에, 삼부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의 기능이 중요해졌음을 국가공동체가. 시민공동체가 인정하고 수용하게 됨으로써 명예스러운 ‘제4부’ 명칭을 부여한 것.

그래서 주요공공기관마다 언론취재편의를 위해 기자실을 마련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졌고, 통영시도 예외는 아니다. 1청사에 기자실이 있던 시절뿐 아니라 지금의 2청사로 이전한 뒤에도 기자실엔 주재기자들로 붐볐었다.

현재 통영에는 18개의 지역주간신문사 및 인터넷언론사를 비롯해 총36개 언론사가 있다. 주간신문사 소속 기자들은 대부분 자사 사무실이 있으니 기자실에 갈 일이 별로 없지만, 다른 언론매체들은 기자실이 취재정보를 교환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는 보금자리가 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36 개 언론사 중 기자실을 이용하는 기자는 단 3명뿐으로, 기자회견 가기 전 잠시 찾는 을씨년스런 장소로 전락했다. 이런 기자실이라면 차라리 없애고 다른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자실이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호가호위하는 방편으로 활용될 뿐이라면, 혈세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폐쇄가 정답이다.

지난해 말 강석주 전 시장은 ‘기자실 폐쇄’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이유로 추진하지 못했다. 천영기 시장도 후보 시절 ‘기자실 폐쇄’에 반대하지 않다가, 당선 이후 일부 기자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현상유지 중이다. 마치 고양에 목에 누가 방울을 거느냐는 듯.

‘기자실 폐쇄’를 ‘브리핑룸 폐쇄’로 오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기자회견을 위한 장소는 마련돼야 한다. 오히려 지금의 너무 협소한 브리핑룸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쓰임새가 거의 없는 기자실은 폐쇄가 정답이다. 통영공무원노조에서도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실을 폐쇄하고 대신 공무원 복지를 위해 이곳을 여직원 휴게실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조롱받는 시대다. 이는 상당 부분 자업자득이다. 우리는 가끔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일부 몰지각한’이라는 표현을 동원하며, 일부에게 전체책임을 떠넘기곤 한다.

이런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면 부조리는 반복된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이 속한 모임이나 직업군 전체의 책임이라고 스스로 통감해야 만이 두 번 다시 같은 부조리가 반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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