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관 수수료 받고 사본발급’ 버젓이 규정, 여타 조합들도 전부 발급

산림청 담당관 “정보 늘어난 만큼 서약서 등 받더라도 명부공개가 원칙”

통영산림조합이 법률과 정관에 규정된 권리에 따라 조합원이 요청한 조합원명부 사본 발급을 거절하고 있어 논란이다. 인근 다른 지역 산림조합은 물론 통영수협, 통영농협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조합원에게 조합원 명부 발급하는 것과는 상반된 행태다. 더구나 통영산림조합이 발급거절의 근거로 삼는, 산림조합중앙회가 11월초 지역 조합에 보낸 공문의 내용이 실상은 대법원판례에 따라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할 정보가 늘어난 만큼, 원칙적으로 사본발급은 하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약서를 받아두는 등 만전을 기하라는 의미임에도 오히려 정반대로 해석하는 것이어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통영산림조합 정관(제70조의2제3항)에는『조합원과 조합의 채권자는 제2항에 따른 서류를 열람하거나 그 서류의 사본의 발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조합이 정한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고 돼있다. 즉, 조합원 또는 조합의 채권자라면 일정 수수료를 납부하고 조합원 명부의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산림조합중앙회 정관도 마찬가지인 것이, 이미 산림조합법(55조의2)에 이런 규정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영산림조합 조합원이기도 한 본지 제보자에 따르면 최근 그의 조합원 명부 사본발급을 요청받은 통영산림조합이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제보자가 청구목적과 이용기간을 적시한 청구서를 제출했음에도, 통영산림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거절사유로 산림조합중앙회가 지난 11월 보낸 공문 “조합운영의 공개와 관련없는 목적으로 조합원 명부를 이용하려는 경우 등은 발급이 제외됨을 알려 드립니다”는 것을 제시했다.

취재기자가 통영산림조합에 이와 관련 문의했을 때도 Y과장은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서, 발급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발급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역시 산림조합중앙회와 산림청 공문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본지가 중앙회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공문의 취지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중앙회 회원지원부 관계자는 “발급을 중단하거나 또는 극히 제한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용목적과 기간을 분명히 하고, 명부를 제공받은 자가 명부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는 서약서를 징구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는 취지였다”며 “조합원 명부는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원칙”임을 확인해 줬다.

이는 산림청이 산림조합중앙회에 보냈다는『조합원 명부 발급관련 처리사항 알림』이라는 공문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지난해 8월 중앙회로 보내졌다는 공문을 보면 처리방식을 ‘기존’에서 ‘변경’으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기존’『청구목적을 확인하고, 조합원 명부 사본을 발급[성명, 조합원 가입연월일, 주소{동·호수 또는 지번 제외}』이던 것을,『청구목적이 산림조합법 제55조의 2에 따른 조합의 운영공개에 맞는 경우에 한하여 조합원 명부 사본을 발급[성명, 조합원 가입연월일, 주소{동·호수 또는 지번 제외}하되, 그 밖의 목적으로는 사본 미발급』이라고 ‘변경’했다.

그리고 사유로『산림조합법 제55조의2 제3항에 조합원 명부 열람 또는 사본을 발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조합운영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주소가 기재된 조합원 명부 사본을 발급하는 것이 타당함』이라 밝히며, 대법원 2019도18700판례를 제시했다. 결국 이전에는 공개하지 않던 동·호수 또는 지번까지 공개하도록 확대 변경한 것이다.

나아가 공문에는『그 사용목적과 기간을 분명히 하고, 조합원 명부를 제공받은 자가 명부를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는 서약서를 징구하는 등「개인정보보호법」위반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돼 있다. 즉, 신청자가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되, 원칙적으로는 정보가 확대된 명부사본을 발부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림청이 제시한 판례의 판시사항을 보면, 대법원은 ‘조합원별 신축건물 동·호수 배정 결과’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열람·복사의 대상임은 물론 극히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라고 우리가 이해하는 ‘조합원의 전화번호’마저 열람·복사의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심지어 ‘조합원’이자 ‘감사’인 사람이 관련 자료의 열람·복사를 요청한 경우, 조합임원은 열람·복사를 허용할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 이를 위반해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판결요지에는 “조합원도 조합의 사무 및 재산상태를 확인하고 업무집행에 불공정이나 부정이 있는지를 감시할 권리가 있고, 정보공개를 통해 조합의 업무집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감사에게 감사권 발동을 촉구할 수도 있다”며 조합원의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산림청 담당사무관은 “판례에 따라 더 많은 정보가 조합원 명부에 실릴 수 있게 된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각서를 징구하는 등의 조건 아래 사본을 발급하라는 취지”라고 보충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은 통영산림조합 외 발견되지 않는다. 거제산림조합은 “‘목적’, ‘사용기간’을 적시해서 청구하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통영농협도 “신청서를 제출하고 수수료를 납부하면 신청 자격이 안 되는 경우만 제외하고 발급가능하다”고 했고, 통영수협 역시 “조합원 명부 발급하는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럼 유독 통영산림조합만 발급을 거절하는 이유는 뭘까? 통영산림조합 전직 A임원 때문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사직기한인 지난 20일 사직함으로써 내년 조합장선거에 출마할 뜻을 분명히 밝힌 A씨다. 그로써는 자신은 확보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조합원 명부를 다른 경쟁자에게 공개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경우 후보자가 선거인명부를 열람·복사를 할 수 있는 때는 선거인명부 작성이 끝나는 내년 2월 21일부터이고, 22일까지 이틀 동안 후보자 등록을 하면 다음날부터 곧장 선거기간이 시작돼 투표일인 3월 8일의 전날까지 이어진다. 현재 조합원 명부를 쥐고 있다면 선거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투표권을 쥔 조합원(선거인)을 접촉할 수 있다.

무려 3개월 가까이 조합원 명부를 가진 쪽, 불과 14일만 선거인 명부를 알 수 있는 쪽, 어디가 유리할까? 조합으로부터 조합원 명부사본 발급요청을 거절당한 쪽이 훨씬 불리함은 자명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부하였던 담당직원에게 A씨가 이 정도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코 그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겠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이는 선거법을 정면 위반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추론 또는 의심이 사실이 아니라면 통영산림조합은 법률에 정해진 대로, 정관에 규정한대로, 조합원 명부의 사본을 정상적으로 발부함으로써 입증하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