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시청 신년인사회 다음날 상의 신년인사회, 양자택일 강요 모양새, “진영 아우르겠다 약속 지켜야” 비판도

다가오는 2023년 신년인사회가 사상 처음 “통영시청 따로 통영상의 따로” 개최될 예정이다. 통영상의가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신년인사회를 통영시(시장 천영기)가 별도로 열겠다고 밝혔고, 통영상의(회장 이상석)는 상의대로 항상 해 오던 것처럼 신년인사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원래 연초 신년인사회 개최는 상공회의소가 주최·주관하는 연례행사다.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 및 국내 정재계,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국가경제 부흥을 기원한다. 경남상의가 개최하는 신년인사회에는 경남도지사와 도내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고, 통영상의가 여는 신년인사회에는 통영시장과 지역 정재계 및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새해 경기호황을 축원한다.

내년에는 통영시가 신년인사회를 주최하는데, 그것도 통영상의 행사 하루 전에 개최하는데다, 통영상의의 시청강당 대관신청까지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통영상의는 봉평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신년인사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모 인터넷 매체는 “지난 선거에서 반대 진영에 선 것으로 알려진 이상석 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으로 인한 결과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예전부터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했던 이상석 통영상의 회장은, 회장이 된 이후에도 점잖 빼는 대신 직설적인 화법으로 익히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런 거침없는 언행과 직설화법 때문에 2015년 통영상의 회장선거에서 낙방한 적도 있다. 상의노장파들의 견제를 받은 것. 한 마디로 강렬한 캐릭터의 소유자.

천영기 통영시장 역시 비슷하다면 비슷한 부류다. 피아구분이 확실한 타입에 조준사격을 주저하지 않는다.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것인데, 이는 같은 진영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6대 시의원 시절 같은 새누리당 소속 유정철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상임위 자리에서 거침없이 내던진 적도 있다. 지난 4월 통영시장 후보 국민의힘 당내경선에서 강석우 예비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유명하지 않은가?

이번 사태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것일 수 있다. 지난 8월 기자단간담회에서 천영기 통영시장은 “기업하는 사람이 그렇게 해도 되는 거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적이 있다. 지칭하진 않았지만 당시 기자단은 이상석 통영상의 회장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다 이해했었다. 그럼에도 이어진 오찬자리에서 본 기자가 “아직도 (이상석 회장에게)풀리지 않은 감정이 있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천영기 시장은 오히려 “아니다. 전혀 그런 것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역의 중추적인 두 인물간의 다툼은 쉽게 풀리지 않을 응어리를 만든다. 그래서 이미 빨간불 켜진 지 오래된 지역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민관이 일치단결해도 부족할 판에, 시민들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없이 기싸움·정치싸움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 와중에 통영시는 내년 고용위기지역 재연장에 실패했다. 2018년 처음으로 고용위기지역에 지정된 이후 5년 만인데, 창원시와 고성군도 함께 제외됐다.

2018년 처음 고용위기지역에 지정됐다지만 사실상 지금부터 10년 여 전 처음 지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도남중소조선단지가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자 2012년 정부가 통영시를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처음 지정했다. 이후 연장에 재연장을 했고, 재연장이 불가해지면 고용촉진특별구역, 고용위기지역 등으로 명칭을 바꿔가며 지금까지 지정해 왔는데, 그것이 중단된 것. 따라서, 무너진 지역경기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잡고 달려도 부족할 판이다.

이제 지역정재계 및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은 어느 신년인사회를 가야하고, 어느 신년인사회를 가면 안 되는 지를 놓고, 자신의 양심과 갈등을 벌여야 한다. 만일 선택적으로 갈 경우 그 후과를 걱정해야 한다면, 우리 지역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될지 모른다. 개인일정상 불가피하게 한 곳만 가야 하던지, 아예 두 군데 모두 못 갈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상석 회장은 지역최고의 경제단체 수장으로서 천영기 통영시장과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천영기 통영시장 역시 지역에서 제일 큰 어른이 된 마당에 통 큰 행보를 해야 한다. 더구나 천영기 시장은 “진영을 아우르는” 것을 실천할 의무가 있다. 지난 7월 1일 취임식에서 “천영기 시장이 붉은 넥타이에 파란색 셔츠를 입었다”는 정점식 의원의 발언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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