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해가 저문다. 21세기 첫 임인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조선 초 한양의 인구는 지금 통영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15만 명, 적지는 않다. 전 국민 5000만 명과 비하지는 못해도, 그 정도 인구면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 매년 사용하는 표현이다 보니 진부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서 매년 지나고 보면 다사다난했다. 올해 역시. 올해 일어난 주목할 만한 큰 소식 10가지를 시간 순으로 되돌아보자.<편집자 註>

 

1. 큰 족적 남기고 이철성 박사, 정동배 의장 별세

연초 통영에 가장 화제가 된 소식은 지역에 큰 족적을 남긴 두 거인의 별세였다. 1월 8일 풍해문화재단 이철성 이사장이 향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일찍 아버지를 잃은 그는 1955년 부산대 재학 중 고등고시에 합격하며 관직을 시작, 재무부와 국세청 핵심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주경야독하며 성균관대 교수이자 경제학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이자 국무총리․정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약하다가 2006년 사재를 털어 풍해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후에도 끝없는 고향사랑을 실천하며 각종 장학 사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5월 19일에는 지역 정계, 문화예술계, 체육계 거목 정동배 전 시의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정동배 전 의장은 2~4대 통영시의원을 역임하면서, 1996년 2대 의회 하반기부터 2006년 4대 하반기까지 10년간 의장을 지낸 최장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한산대첩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서 한산대첩축제를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 축제로 격상시켰고, 통영시체육회 사무국장·상임부회장·경남도체육회 이사를 거쳐 경남요트협회장을 이끌며 이순신장군배 국제요트대회를 지금의 규모로 성장시켰다.

 

2. 청년인구 유입은커녕...산후조리원 폐업 논란

통영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최상위리스트에 인구감소가 있다. 청년인구 유입, 일자리 창출, 기업유치, 출산장려 등이 전부 여기서 기인한다. 연초 이에 역행하는 소식이 들려와 지역민들을 놀래 켰다. 신생아는커녕 임산부조차 만나기 힘든 통영이다 보니, 산부인과 병원은 겨우 3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분만은 자모산부인과 한 곳만 한다. 자모병원에서 운영하던 산후조리원이 영업부진으로 폐업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정가에서 발 벗고 나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했지만, 근원적인 해법이 없다면 두 번은 막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3. 통영시 추모공원 마침내 현대화 시설로 준공

2013년 종합장사계획 수립 이해 약 10년 만에 통영시 공설화장시설 현대화사업이 마침내 마무리되고 3월 15일 준공했다. 국비 41억 등 199억의 사업비가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화장로 4곳이 운영되면서 대기시간을 줄였고, 고별실·유족대기실·식당·휴게실 등 편의시설도 현대식으로 구비했다. 1971년 건립된 기존 시설은 환경·안전·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아 통영의 대표적 혐오시설이었다.

조례에 따라 통영시민은 7~10만원, 타 지역은 45~80만원의 이용료를 내야 하는 통영시의 수익시설이기도 하다.

 

4. 광역자원회수시설 준공, 매트리스 불법소각 드러나

님비시설로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광역자원회수시설(광역쓰레기소각장)이 3월 28일 시운전에 들어갔고, 약4개월 만에 준공식을 가졌다. 총사업비 682억 중 시비 236억 외에 전부 국비를 지원받아, 하루 처리용량 130톤 소각로 1기, 하루 처리용량 40톤 음식물 자원화시설 1기, 하루 처리용량 25톤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1기, 하루 처리용량 30톤 재활용선별시설 1개 외에 실내수영장까지 갖췄다. 하루 20톤 정도의 고성군 배출쓰레기도 여기서 처리한다.

통영시와 고성군을 묶어주는 가교역할까지 하게 된 상징적이고도 기쁜 일이지만, 8월말에 드러난 불법행위는 기쁨을 반감시켰다. 폐기 매트리스 처리과정에서 상당 기간 동안 작업자들이 스프링이 촘촘한 포켓스프링 매트리스에 대한 꼼꼼한 분리작업이 곤란하자 토치를 이용해 태운 것.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 천영기 통영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했고, 내년부터 보관 중인 매트리스와 수거할 매트리스 전량을 위탁처리하게 됐다.

 

5. 지방권력 다시 찾은 국민의힘, 김미옥 첫 여성의장 영예

국민의힘 천영기 후보의 통영시장 당선에 실질적인 지방의회 장악까지, 국민의힘이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통영정계 헤게모니를 전부 거머쥐었다. 천영기 후보는 현역 강석주 후보를 누르고 제10대 통영시장에 당선됐으며, 시의회의 경우 4년 전과 같이 7명의 당선자를 배출한데 이어 의회 의장단과 3개 상임위원장까지 차지함으로써 의회권력을 독점하게 됐다. 4년 전 더불어민주당과의 전략싸움에서 패하며 전반기에 부의장과 산건위원장을 뺏긴데 이어, 후반기에는 3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뺏긴 아픔을 달랬다. 표대결에서 한 명의 이탈도 없이 전부 9대0을 기록, 국민의힘 초선 의원 3명이 3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

4선의 김미옥 시의원이 통영시의회 역사상 처음 여성의장에 당선됐다. 의장과 부의장이 모두 여성시의원이 된 것도 초유의 일이다. 통영 최초의 여성시의원(2006. 비례), 최초의 여성 지역구 시의원(2014), 연임에 성공한 첫 여성 지역구 시의원(2018), 3연임에 성공한 첫 여성 지역구 시의원(2022) 등.

 

6. 3년 만의 한산대첩축제, 첫 트리엔날레는 ‘불안불안’

한산대첩 축제가 8월 6일 3년 만에 개최됐다. 코로나 방역에 지친 시민에게 다가가는 축제를 지향, 일부 행사를 죽림지역에서 열고 특히 폐막일인 8월 14일 거리 퍼레이드와 시민대동제 한산대첩 승전 430주년 승전축하주막을 무전대로에서 개최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다. 15개 읍‧면‧동 중 도서 지역 포함 10개 지역에서 축제프로그램을 개최했고, 섬 주민을 위한 찾아가는 통영한산대첩축제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았다.

반면 3월 18일 개막해 5월 8일까지 열린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첫 행사는 아쉬움을 많이 남긴 채, 2025년 두 번째 트리엔날레 개최여부마저 불투명해 진 채 막을 내렸다. 주제전·기획전·섬 연계전·지역연계전 등이 전역에서 열리며 통영시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든다는 거창한 희망을 가졌지만, 첫 국제트리엔날레였음을 감안해도, 논란이 컸던 반면 성과는 크지 않았다.

 

7. 대학축구춘계연맹전, 10년 연속 통영개최 성공

지난 12월 제59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이 2023년 2월 통영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2021년 처음 통영에서 개최했던 1·2학년 대학축구대회 역시 3년 연속 개최가 확정됐다. 이 대회는 1월에 열린다. 통영시가 춘계연맹전을 처음 개최한 것이 지난 2014년. 이후 전국의 수많은 쟁쟁한 경쟁지역들을 제치고 10년 연속 유치에 성공했다. 1·2학년 대학축구대회는 내년 1월 5일 개막해 21일까지,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은 내년 2월 12일 개막해 28일까지 열린다.

 

8. 산양3거리~중화항 4차선도로 확장 예정

지난해 12월말 지방도 1021호선 세포고개에서 산양삼거리까지 구간을 4차선으로 확장개통한데 이어, 산양삼거리~삼덕항~중화항 총연장 2.5km 구간에 대해서도 4차선 확·포장키로 결정됐다. 총사업비 264억으로 전액 도비. 이미 경상남도 도로건설 관리계획에 반영한 경남도는 도로건설 재원 마련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쳤고, 하반기 4차선 확·포장 실시설계용역 중이다. 다만,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산양삼거리에서 중화항까지 터널을 개통할 계획이어서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 디피랑 30만 돌파, 50만 목표 순항 중

디피랑이 MZ 세대 SNS감성을  자극하며 새로운 관광데스티네이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이던 2020년 10월 개장한 통영 디피랑은 7개월만인 2021년 5월 뉴적방문객 1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이후 매달 약1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고,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이에 발맞춰 디피랑 시크릿가든을 조성하고, 할로윈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방문객 만족도 높이는 일에 역량을 쏟고 있다. 지난 6월 누적방문객 30만 명을 돌파한 디피랑은, 올 연말까지 36만2000여 명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10. 거북선·판옥선, 26개월 만에 강구안 귀환

강구안 친수시설 조성사업으로 2년 2개월 동안 강구안을 떠나 도남동에 머물던 거북선 등 조선 군선들이 강구안으로 되돌아왔다. 이동과 정비를 마치고 12월 20일부터 일부 공개에 들어갔으며, 내년 1월이면 모든 조선군선에 대해 정상 관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8월 도남동 트라이애슬론 광장으로 옮긴 이후 관람수익이 급감했지만, 이번에 다시 귀환하면서 다시 수익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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