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 드라마는 지난 25일 마지막 회가 방송된 ‘재벌집 막내아들’이 아닌가 싶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올해 인기드라마 대미를 장식할 것 같더니. ‘태양의 후예’와 ‘빈센조’로 이미 글로벌스타가 된 송중기는 이 드라마에서 순양그룹에 취업한 고졸대리 윤현우와 진양철 회장의 막내손자 ‘진도준’ 두 역을 맡아 더욱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본 기자는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잘 보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드라마야 대부분 워낙 흥미진진하다보니 한번 보면 계속 볼 수밖에 없는 것이 걱정돼서다. 또 스포츠방송 시청을 좋아하는지라, 드라마만큼은 내 처(妻)에게 양보하고 싶어서기도 하다.

그런데 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만큼은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불현 듯 생각해서 9회째부터 본방사수 완료했고, 지나간 회는 넷플릭스로 독파했다. 같이 시청하면서 처랑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것도 긍정적인 부수효과임은 물론.

그런데 직업병인지 몰라도 드라마를 시청하면서도 우리의 현실에 비춰보게 됨은 어쩔 수가 없더라. 극중 순양그룹의 창업주인 진양철 회장은 이런 말을 한다. “머슴을 키워가 등 따습고 배부르게 만들면 지가 주인인 줄 안다. 나한테는 돈이 정도경영”이라거나, “도준이 니가 와 서민들을 걱정하노? 니는 평생 그리 살 일 없다”고. 진회장의 외동딸 진화영은 임원에게 “내가 순양백화점이고, 순양백화점이 나야!”라고 소리 지르거나, 이복조카인 진도준에게 “너희는 우리랑 달라”라고 매정하게 말한다. 많이 들어본 문장들 같다. 그럼에도 인기가 고공 행진하니, 이 드라마는 친재벌인가?

가난한 가정 출신 윤현우가 고졸임에도 대기업 입사 후 성실성과 업무추진력으로 대리까지 올랐지만, 상관의 지시에 따라 업무 차 외국에 갔다가 오히려 재벌가의 승계다툼의 희생양이 되는 것에서 드라마는 시작한다. 타임슬립이야 흔한 드라마 소재가 됐지만, 윤현우가 타임슬립한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그 재벌가의 힘없는 막내손자 진도준.

그가 할아버지 진양철 회장에게 “고용승계는 왜 그렇게 반대하시는 거예요? 노사화합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회사에도 이익 아닌가요?”라고 말한다. 그는 진화영에게 “주식투자로 1400억을 날리고도 여전히 당당하게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다른 이유 없이 딱 하나, 순양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이고, 그건 고모 능력이 아니에요”라고 날카롭게 지적하니,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친서민인가?

친재벌이면 우파드라마고, 그 작가의 정치색은 보수적일까? 친서민이면 좌파드라마이고, 그 작가는 그럼 진보적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 드라마는 서민의 행태를 꼬집는 것일까, 재벌의 행태를 조롱하는 것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양시양비론에 불과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바라볼 때 양가적(兩價的)인 측면이 있는 것 같고, 이 드라마는 그 부분을 비틀고 있는 것 같다. 재벌이 공동체의 번영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전부 다 잘한 것은 아니고, 서민들이 부족한 것을 요구할 수는 있어도 철부지처럼 굴어서도 안 된다는, 뭐 그런 것일까?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 드라마다. 세상을 단 두 가지로만 바라보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지성적이지도 않다는 기자의 생각이 반영된 드라마라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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