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통영시청에서 통영시가 주최하는 2023년도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제 당선된 지 6개월 남짓으로 한껏 영이 서린 현 시장이 호스트인 만큼 관내 얼굴 좀 알려졌다는 인물이란 인물은 대부분 게스트로 참석했다. 취임 6개월 만에 제법 내세울만한 굵직한 치적도 올린 천영기 시장이야 한껏 고무됐을 것이고, 이번 기회에 충분히 홍보효과를 봤으니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그런데 본 기자는 한 가지 유감스런 점이 있다. 원래 신년인사회는 통영상의가 주최했느니 어쩌느니 이런 얘기가 아니다. 행여 수 십 년 아니 수 백 년 뒤 우리 후손들이 선대의 언론역사를 연구하거나, 취재하다가 이 부분을 발견하고 당황해 할까 싶어서, 또는 “어떻게 그 당시에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지성인이 하나도 없었을까?”라고 비판할 것을 우려해서 적어도 나라도 그 흔적을 남기고 싶어 끄적인다.

세상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해야 하는 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권력과 언론이다. 권력과 언론이 너무 가까이 지내면 권력의 잘못조차 지적하기 어려워지고, 부패하기 쉬워진다. 반면 권력과 언론이 너무 멀리 있으면 권력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민들이 알기 어려워진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국민들의 알 권리를 해치는 것이다.

또 하나 공사구분이 명확해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권력과 언론의 관계다. 공사가 분명하지 않으면 공직자로서 범한 잘못을 사적인 인연을 핑계로 눈감아주게 된다. 공사구분이 칼로 두부 자르듯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적으로 긴밀한 관계 때문에 시민들의 공적인 알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말.

통영시청이 주최하는 신년인사회를 통영언론인협회가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영 언론인협회에서 어떻게 후원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히 부적절한 행태다. 권력과 언론이 비밀스레 유착하지 않고 대놓고 후원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일까? 혼돈스러울 지경이다. 통영시로서는 행사를 후원하는 언론단체가 고마울 수도 있겠으나, 후원을 하지 않는 다른 저널리스트 단체에서는 어떤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할까?

통영언론인협회 소속 몇몇 언론사는 행사 이전에 대대적으로 팝업광고를 올렸던데, 혹시 후원의 방향이 역방향이었던 것인가? 아니길 바라고, 아마 아닐 것이다. 노파심에 하는 얘기지만 이 기자수첩은 한려투데이 기자로서 끄적인 것일 뿐, 통영기자회의 공식입장은 아니다. 참, 그리고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시청강당 오디오시스템 좀 사운드 선명한 것으로 교체 좀 하자.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