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탑승운행하는 모습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탑승운행하는 모습

하청노동자들을 화물차 짐칸에 승차시켜 작업현장으로 이동시킨 것을 방치한 대우조선해양과 우제혁 조선소장에 대해 창원지검 통영지청이 이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기소는 유예했다. 또 최고경영자인 박두선 대표이사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계속되는 위법 행위에 대해 다시 고발 조치를 할 것”이라며 “검찰은 기소유예가 아니라 위법 행위에 합당한 기소를 하고,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가 조선소 야드에서 하청노동자를 화물차 짐칸에 태워 운행한 것을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방치한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5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가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와 우제혁 조선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법인과 우제혁 조선소장을 기소유예 결정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기소유예란 위법사실은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기소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대우조선해양 일부 하청업체에서는 매일 오전 하청노동자를 탈의실에서 거리가 먼 작업 현장까지 화물차 짐칸에 태워 이동시켜왔는데, 자칫 화물차 주행 중 사고가 나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하청지회는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을 금지할 것을 원청 대우조선해양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소 내 차량 운행속도를 30km/h로 제한하는 등 안전을 위한 차량 운행 규정을 정하고 있으면서 정작 큰 위험이 있는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은 방치해 왔다고 노조는 밝혔다. 특히, 정규직노동자의 경우 3면과 천정이 막힌 공간에 좌석을 설치해서 안전하게 운행하는 반면, 하청노동자는 50cm 높이의 허술한 쇠파이프 지지대뿐인 짐칸에 사람을 싣고 운행해, 안전 문제에서도 정규직과 하청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이 같은 위험천만한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이 가능했던 것은 관련법이 미비하고 이를 핑계로 고용노동부가 직무유기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①항 12호는 “운전자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지 아니할 것”이라 정하고 있다. 문제는 아파트 단지 안이나 조선소 안처럼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은 도로교통법 제2조의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

그러나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조선소 안에서는 화물차 짐칸에 사람을 싣고 운행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①항은 1호는 “사업주가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6조 ⑧항은 “사업주는 화물자동차 적재함에 근로자를 탑승시켜서는 아니 된다. 다만, 화물자동차에 울(둘러막거나 경계를 가르는 물건) 등을 설치하여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위험천만한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이 가능했던 것은, 누가 봐도 안전장치라고 볼 수 없는 50cm 높이의 허술한 쇠파이프 지지대가 단서 조항에 규정된 ‘울’에 해당하는지 고용노동부가 판단을 유보한 채 사실상 직무유기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조선하청지회는 지적한다.

특히, 조선하청지회가 작년 6월 7일 고발을 했음에도,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위험성’은 인정하면서도 ‘위법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며 6개월 동안이나 시간을 끌었고, 결국 검찰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적극적인 지도,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비록 기소를 유예하기는 했지만, 검찰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만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을 당장 금지시키는 강력한 지도, 감독을 해야 한다고 조선하청지회는 주장했다. 이들은 이제껏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온 원청 대우조선해양 역시 즉각 하청노동자 화물차 승차 및 운행을 자체 규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한다.

그러면서 “만약 검찰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판단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이 계속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승차 및 운행을 묵인하고 방치한다면, 조선하청지회는 계속되는 위법 행위에 대해 다시 고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검찰도 기소유예가 아니라 기소를 해서 위법 행위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우제혁 조선소장은 기소유예 처분하면서도, 최고경영자인 박두선 대표이사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했다. 그러나 박두선 대표이사 역시 조선하청지회가 작년 6월 8일 공문을 통해 하청노동자 화물차 짐칸 탑승 및 운행의 위법성을 알리고 금지를 요구했음에도 지금까지 위법 행위를 묵인하고 방치해왔다.

결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언제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기업 최고경영자 역시 그 권한에 합당한 책임과 처벌이 가능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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