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허락해야 할 조합원의 명부발급 요청을 작년 말까지 줄곧 ‘거절’하던 통영산림조합이 올해 돌연 태도를 바꿔 ‘즉각 발급’해 주면서 “고무줄 잣대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그 이면에 오는 3·8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직 임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힘을 얻고 있다. 묘하게도 그 전직 임원의 사임 이전과 이후에 벌어진 상반된 상황 때문이다.

3연임 제한규정 적용으로 공석이 되는 통영산림조합 조합장 선거에는 현재까지 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A씨는 지난해부터 조합에 명부 발급을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조합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납득할 수 없는 사유를 들며 거절했다고. 본지는 지난해 제569호 1면 머리기사(http://www.hanryeo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57278)로 다룬 바 있다.

산림조합법에는 조합원의 알권리를 위해서 명부발급 요청권을 보장하고 있고, 산림조합 중앙회뿐만 아니라 통영산림조합 정관에도 똑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거절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인 셈.

 

전직임원 있을 땐 명부 안줘서 말썽

A씨를 비롯해 일부 조합원들은 ‘발급거절’에 조합의 전직 B임원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왜냐면 전직 B임원은 3·8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시한인 지난해 12월 20일 사직했기 때문. 조합원의 명부발급 요청에 대한 결제권을 가진 직위에 있던 B씨가, 사직 후 스스로 출마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면, 선거에서 경쟁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주요 정보를 봉쇄하려고 했을 수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다. 직속부하 직원들을 단속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것이란 점은 물론.

조합이 발급을 거절하며 내세운 근거는 중앙회에서 보낸 공문이었고, 그 공문은 산림청에서 보낸 공문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569호 기사에도 적시했듯, 산림청 조합담당자와 중앙회 담당자도 모두 “발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이후에도 한 동안 통영산림조합은 ‘발급거절’모드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확인한 바로 A씨는 물론 다른 출마예정자들도 전부 조합원 명부를 발급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조합에서 출마예정자에게 먼저 연락해서 발급받아 갈 것을 요청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발급을 거절하다가, 갑자기 발급을 허용하는 것은 무슨 고무줄 잣대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나아가 “그동안 발급을 거절 한 것이 잘못이었고, 거기에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바뀐 것이라고는 공석이었던 임원 자리에 새로운 임원이 1월 인사발령 받은 것뿐이기 때문.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을 방문해서 격하게 항의한 점도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조합직원들에게 “왜 법에도 나와 있고, 정관에도 규정한 조합원 명부발급을 거절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고, 이에 대해 담당자가 “중앙회 공문에 따른 것, 개인정보보호 차원,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여서 불가피하다”는 등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멋대로 고무줄 잣대에 '비난여론'

조합원들이 “신문에 나지 않았는가? 중앙회 담당자도, 산림청 담당자도 발급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조합에서는 다 발급하는데 왜 유독 여기만 안 주는 것이냐?”고 재차 항의했다고 한다. 나아가 “조합직원이라면 산림조합법만 잘 지키면 될 일이지, 왜 선거법 들먹이는 것이냐? 선거법 위반 여부는 선관위에 맡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고. 한술 더 떠 “오히려 명부발급 규정을 안 따르는 것이 당선방해목적의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으름장까지 놨다고.

아무튼 이런 일이 있은 이후 하루 만에 조합원 명부 발급결정이 났다는 것이다. 제보에 따르면 B씨는 퇴임 이후 조합원들에게 수차례 SNS메시지를 발송했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는 정성을 들인 메시지로, 발송자만 적시할 수 있는 일반적인 단체문자 발송은 아니었다고. 최근 B씨는 메시지 발송을 중단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선거는 공정해야 한다. 누구의 손발을 묶거나, 입을 틀어막은 상태로 링에 오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불공정한 게임일 것이다. 공정함은 법규의 일관성에서 출발한다. 출마할 마음을 가진 임원이 재임 중엔 법률이나 정관조차 애써 무시하며 안 주겠다고 하더니, 퇴임 후에야 더 이상 피할 수 없자 주겠다는 것은 공정함을 잃은 처사다. 고무줄 잣대냐는 비난이 안 나올 수 없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도 정도껏이라는 말이다.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