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통영시의회에서 열린  시의회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회의 모습
지난달  24일  통영시의회에서 열린  시의회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회의 모습

협치는 먼 나라 일, “직무유기나 마찬가지” 양당을 향한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

포스트코로나 첫 해외출장인 점, 상대 향한 배려심·공복으로 책임감 전혀 없어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시의원 전원 가는 것이 시민전체 이익에 부합”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은 공무원의 국외출장 즉, 해외연수를 대단히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인다. 출장을 가서 아무리 열심히 배우고 와도 ‘외유(外遊)’라고 뒤집어씌우기 일쑤고, 시민혈세를 낭비하기만 하지 별다른 소득을 못 올리는 비효율적인 특권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젠 여기에 더해 지역의 시급한 현안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 집행부를 견제하기는커녕, 여·야간 정파적 다툼의 연장선으로 악용된다는 비난까지 받아야 할지 모르게 됐다.

통영시의회가 올해 3월말쯤 5박 7일간의 공무 국외출장을 떠난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목적지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마지막 국외출장이 2019년 10월의 네덜란드, 독일이었으니 무려 3년 5개월만이다.

김미옥 의장은 이와 관련 “9대 시의회가 출범하고서 반년 넘도록 이런저런 사정으로 갈 수 없었다. 6월이면 통영에서 도민체전을 열어야 하고, 후반기 넘어서면 곧장 내년 총선국면에 접어든다. 올해 3월이 아니면 도저히 시기를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햇수로 4년만의 공무 국외출장인데다, 향후 여러 일정을 감안하건대 3월 외엔 출장을 갈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것. 김미옥 의장은 통영시의회 의장으로써 집행부에 대한 견제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해 여야 시의원들의 단합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 공무 국외출장에 13명 전원이 아니라, 9명만 가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8명의 국민의힘 의원과 1명의 무소속 시의원까지 9명만. 더불어민주당 4명 시의원들은 가지 않는다. 김미옥 의장의 장담과 포부를 무색하게 한다는 세간의 평가다. 말로는 민주당 시의원들과 단합해야 한다면서, 실상은 숫자의 힘으로 왕따 시키겠다는 저의가 아닌 지 의심스럽다는 것.

물론 민주당 의원들이 공무 국외출장을 안 가는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김미옥 의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2년 통영시결산심의 의원 중 통영시의회 몫 2명을 모두 국민의힘 초선의원만을 선정한 점, 시의장 의회인사권을 놓고 벌어진 천영기 시장과의 갈등 국면에서 천시장의 압박에 굴복해 통영시의회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점, 그 과정에 민주당 의원들과는 소통이 없었던 점 등이 김미옥 의장에 대한 규탄내용이었다.

이들은 향후 통영시의장 주관 행사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공무 국외출장도 시의장의 주관행사로 간주하고, 이미 기자회견 당시에도 공무출장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이에 대해 김미옥 의장도 즉각 입장문을 발표하며 맞대응―해명에 가까운―했다. 김미옥 의장은 “결산심의위원을 상임위 별로 분배해 추천하려 했지, 선수와 정당은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는 점, 민주당 의원의 추천요청이 없었다는 점, 새삼스레 의장 인사권 관련 갈등을 정쟁수단으로 삼는다는 점, 통영시의회가 의장이 소속된 정당의 하부조직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점” 등을 밝혔다.

공무 국외출장을 놓고 일어난 시의회 내 갈등이 지역여론의 테이블에 오른 것은 지난달 24일 통영시의회 공무 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회의석상에서였다. 유독 민주당 의원 4명만 제외된 명단을 이상하게 여긴 심사위원들이 날카롭게 질문하면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난 것.

이날 심사에 참석한 공무 국외출장 심사위원들은 위원회 전체 입장으로 이번 공무출장에 시의원 전원이 참석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위야 어쨌든 의장은 시의회의 수장으로써 특히 야당의원들에 대한 설득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에 대해서도 자칫 시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산심의위원에 선임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도 3번(3년)이나 더 남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에 대해 김미옥 의장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란 세간의 평가다. 이번에 여당 초선의원들로만 추천했으니, 다음번엔 야당의원들이 해야 할 명분이 더 커졌다는 점은 물론.

또 여당 소속 통영시의장과 통영시장의 갈등을 같은 당 국회의원이 중재하지 않아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을 상상하기 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미옥 의장이 굴복했다는 평가에 100% 공감이 안 되는 이유기도 하다.

공무 국외출장 심사위원들의 발언도 그렇고, 바람도 그렇고, 이번 공무 국외출장은 통영시의원 전원이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것이 통영시민 전체의 이익과도 부합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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