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그리고 3·1절. 이들의 공통점을 아시는가?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정된 5대 국경일이다. 국경일(國慶日) 즉, 국가적인 경축일이란 뜻.

그래서 국가경축일인 3·1절에는 태극기도 정상적으로 게양하고, 대통령도 국가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것이다. 만일, 3·1절이 현충일처럼 국가추모일이었다면, 조기를 게양하고 추모식에 참석해서 추도사를 했을 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분명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연설을 했다.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물론 3·1만세운동으로 인해 숱한 선조들이 죽임을 당하고,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겪었으니 그 민족적 아픔을 추도하고, 추모하는 것이라고 주장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국가적인, 국민적인 추모를 위해 현충일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 아닌가?

한번만 더 생각해보라. 3·1운동은 1919년 3월 1일 오후 3시 민족대표 33인이 서울 종로 태화관에 모여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면서 시작됐다. 그 선언서는『우리는 이에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한다. (중략) 반만 년이나 이어 온 우리 역사의 권위에 의지하여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며, 2천만 민중의 정성된 마음을 모아서 이 선언을 널리 펴서 밝히는 바이며, (중략) 천하의 무엇이든지 우리의 이 독립 선언을 가로막고 억누르지 못할 것이다.』고 적시했다.

우리의 제6공화국 헌법도『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못 박았다. 3·1운동은 우리 국민들이 외세의 핍박에 항거하고, 인류보편적인 자유·평등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민족적 자각을 한 뜻 깊은 날이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은 기쁜 날이다. 그래서 국경일로 지정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통영시의 통영만세운동 기념행사 현수막에 ‘경축(慶祝)’이 아닌 ‘추모(追慕)’라고 표기하는 실수를 했다. 언론보도를 보고 놀란 어느 독자가 황급히 본 기자에게 제보한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현수막에는 버젓이 ‘추모’라고 적혀있었다. 그 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3.1절은 국가경축일인데 왜 추모인고? 현충일이면 몰라도 국가경축일을 추모라 함은 안 맞는 것 같아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무심결 실수라도 많은 시민들에게 바르지 않은 생각을 심을 수 있음을 공직자라면 항상 깨닫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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