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제3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 당선자들에 대한 당선증 수여식이 열렸다. 여러 번 당선된 터라 별 감흥이 없는 얼굴의 조합장도 있었고, 처음이라서 아주 기쁜 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조합장도 있었다.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관내 15개 조합장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는 때는 매4년 당선증 수여식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김숙중 기자
김숙중 기자

지금부터 12년 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 피해여파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다. 사고 직후 매일 세슘137과 스트론튬90 등 방사능 오염물질이 하루 약 60GBq(기가베크렐)씩 대기는 물론 태평양으로 방출됐으며, 이후 지금까지 원자로를 식힌 뒤 하루에 130톤씩 배출되는 원전오염수를 육지에 저장 보관하고 있다. 현재 보관 중인 원전오염수는 무려 130만 톤.

통영시 자료에 따르면 통영시민들이 하루에 사용하는 수돗물 양은 4만3742톤이니,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의 양은 통영시민의 약 1달치 소비량에 맞먹는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보관 오염수의 2/3만으로 세계 5위 초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를 전부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배출하더라도 매일 130톤이 지속적으로 배출된다는 점이다. 결국 일본정부의 방사능오염수 배출결정은 보관중인 오염수 배출뿐 아니라 매일 새롭게 배출되는 오염수까지 함께 하루 260톤씩을 태평양에 배출하는 셈이다. 그것도 언제까지라는 기약도 없이. 지금부터 10년 뒤가 되면 배출된 오염수가 260만 톤에 이르게 된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표현해 마치 ‘별다른 이상이 없는 물’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고, ‘3중 수소’에만 시선을 쏠리게 한다. 해양오염도 오염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방사능에 오염된 바다에서 식생(植生)하는 생물들이고, 그 생물들을 우리는 해산물, 수산물이라 칭한다. 바다생물들은 말할 것도 없이 방사능 오염 플랑크톤을 먹으며, 우리들은 그것을 어획해서 식탁에 올리는 것이다.

일본은 오는 5월 G7정상회의에서 방사능 오염수 배출의 명분을 얻을 속셈이라 추측된다. 그래서 개최장소를 히로시마로 했다. 히로시마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며, 일본인들에게는 자신들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국(戰犯國)이 아니라,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피해자(被害者)로 신분세탁을 시켜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바다의 땅이라는 통영, 그리고 거기 터전을 잡은 통영사람들은 해산물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할 정도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업이 그것이다. 방사능오염이 의심되는 수산물을 어느 대한민국 사람이 먹겠는가?

이런 와중에 수산1번지 통영의 수산업협동조합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좀처럼 만의 기회에 “日원전오염수 해양배출 결사반대”를 결의하지 않은 점은 너무 아쉽다. 물론 조합장들이 거국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긴 했다. 그래도 그런 자리에서, 통영의 수협장들이, 단체로 결사반대를 했다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국민들에게 큰 시사점을 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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