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및 통영 청소년 5명 중 1명 ‘1년에 1번 이상 자살 생각’ 조사결과에 화들짝

자살을 향한 톨게이트 ‘자해’ 심각성 깨달아야, 양치기소년 되는 순간 이미 늦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 문동은(배역 송혜교)은 씻을 수 없는 학교폭력 피해자로서, 성인이 된 뒤 가해자들에 시원하게 복수하는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다르다. 드라마에도 나오는 장면이지만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기억도 못하는데,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금의 병영문화와는 다르겠지만, 예전 군복무를 마친 남성들이 종종 “잘 해주던 고참은 기억이 안 나는데, 괴롭히던 고참은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패자에 대한 포용이 부족해서일까, 대한민국 사회는 지나치게 경쟁적이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 좋은 성적을 위해서, 든든한 직장과 배경을 위해서, 많은 수입을 위해서 경쟁을 거듭한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 따윈 없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이기지 못해서, 회복이 불가능하기만 할 것 같은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서 극단적 선택이 강권되는 곳이 대한민국 사회가 된지 오래다.

OECD보건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19년 기준 자살률이 10만 명당 25.4명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2위 리투아니아 22.2명보다 무려 3명 이상 많다. 2000년 13.7명으로 OECD 15~6위권이던 것이,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1년엔 무려 31.7명까지 치솟았었다. 이후 2017년까지 완만하게 줄어들다가, 2018년 이후 다시 증가세다.

이런 현상은 고스란히 우리 자녀들에게까지 전해진다. 통계청이 작년 말 발표한 ‘2022년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자살률은 10만 명당 2.7명으로, 아동·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다. 10세 미만을 제외한 10대 청소년의 자살률을 보면 남자는 6.5명(2020), 7.3명(2021), 여자는 6.4명(2020), 6.9명(2021)으로 증가세다.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전혀 위안 삼을 일이 아니다. 청소년들은 우리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

보고서를 보면 걱정이나 우울 같은 부정정서는 크게 늘고 행복 등 긍정정서는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이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른 연령세대의 경우 남자의 자살률이 여자보다 월등히 높은데, 청소년만큼은 남녀가 비슷한 점이다. 2021년 40대 여성의 자살률은 17.1명인데, 남성은 38.9이며, 60대도 여성(13.1명), 남성(44.3명)으로 큰 차이가 난다.

통영의 청소년들은 지역의 어른들에게 경고의 황색신호를 보낸다. 2021년 통영시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년에 1회 이상 자살을 생각한 학생의 비율이 20.6%, 자살 계획을 세워 본 청소년의 비율은 6.2%,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의 비율은 3.4%으로 나타났다. 주변 청소년 5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것이다.

통영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염주열 상담원은 “경상남도청소년 생활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서 난리가 난 적 있다”며 “통영과 달리 자해와 자살을 구분해서 설문했는데, 자해를 생각한 적이 있다는 비율이 19.4%였다”고 말했다.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비율은 12.0%였다고.

자해가 상습화되면 자칫 의도치 않은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고, 자해의 강도가 세지면서 차츰 의도적인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점에서 자해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자해시도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와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자해를 언급하는 경우 처음엔 주변 친구들이 상담사 역할을 해 주기도 하지만, 자주 언급할수록 마치 양치기 소년이 돼 가는 것처럼, 나중엔 그조차 귀찮아서 응대해 주지 않게 되는데,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한 당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2021년 경상남도 청소년 생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은 12.0%, ‘자살 시도’를 한 비율은 3.7%로 나타났고,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청소년의 비율이 무려 71.1%에 이른다.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알려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비율이 40.1%나 됐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비율도 24.4%나 됐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이유로는 학업문제(42.8%), 가족갈등(17.3%), 진로불안(16.3%)순으로 나타났으며, 해결방법으로 ‘혼자서 자살사고나 행동을 멈췄다’고 응답한 비율이 80.1%, 상담치료를 받아 해결했다는 비율이 13.9%로 각각 나타났다.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 10명 중 7명은 주변에 알리지 않았고, 8명이 혼자 문제를 해결했다고 답한 것.

자해도 비슷해서 사실을 알리지 않은 비율이 75.8%, 혼자 해결했다는 비율이 76.9%였다. 자해를 한 이유로는 ‘나쁜 기분을 멈추기 위해서(46.4%)’, ‘스스로에게 벌을 주려고(22.4%)’, ‘싫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20.9%)’로 나타났다. 일선 학교 어느 교사는 “한 학생이 교실에서 자해를 시도 하길래, 잘 달래서 집으로 귀가 조치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청소년 문제 상담전문가의 교육을 받거나, 자문을 구해서 청소년 자살·자해문제를 덮는 방식이 아니라, 맞부딪혀 해결하는 방식을 찾아나서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행복감은 줄고 걱정이나 근심, 우울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어쩌면 공교육 학습시간이 줄었음에도, 사교육·자율학습시간이 늘어난 때문일 수도.

전문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해를 막는 보호요인’으로 상처에 대한 인식, 삶의 목표, 자기의 회복, 사회적 지지가 있다고 한다. 상처에 대한 인식은 자해행동으로 인해 신체에 영구적인 상처가 생기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이고, 삶의 목표는 학업이나 직업 목표가 생기는 것을 뜻한다.

자기의 회복은 자신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며, 사회적 지지는 부모나 학교 및 또래관계에서 당사자가 받아들여지고, 지지받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성인과 달리 청소년 자살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똑같은 방법이 적용되지 않을까?

이미 늙어서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휩싸인 통영이라면, 청소년 문제로 한정해서 볼 것이 아니라, 좀 더 통영의 운명과 궤를 같이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