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원
                                                              정소란

어디에 있을까, 기다리던 사람은
꿈이 끊긴 시점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내생의 길은 아득하고 깊다

그보다 더 어렵다가도 쉬울 일이면
여기 낮은 무덤 앞에 있던지
마주하는 손이 공손해진다

풀뿌리가 드러나는 가뭄이 들어도
뭐 어떠랴, 봄의 가슴 속인데

두고 누운 풍경에 눈이 감기는 것은
무덤 발아래 소나무 길러 해풍을 부르고
정씨최씨 정담을 엿듣고 싶은데
그만 눈뜨라는 말씀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뒷산 너덜겅 돌무더기 구르는 소리
으름꽃잎 향낭 터지는 소리
폴폴 송화가 날리고
적막한 마을 휘파람새 깃발을 꽂는다

             정소란 시인
             정소란 시인

 

 

정소란  (시인/ 1970년 통영출생) 
-2003년 월간『조선문학』등단
-2019년 시집『달을 품다』출간
-2021년 시집 『꽃은 시가 되고 사람은 꽃이 되고』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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