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프로를 꿈꾸는 통영출신 박준영 프로(우)와 부친 박규성씨
 ▲미국PGA투어프로를 꿈꾸는 통영출신 박준영 프로(우)와 부친 박규성씨

경쟁률 24대1인  합격 뒤 “아빠, 이제 시작이에요” 무덤덤 전화, 미PGA투어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

“차세대 통영출신 스포츠스타는 누구? 바로 나!” 아빠 손잡고 골프연습장 따라다니던 개구쟁이가, 나이 어린 동생들한테 지고서 분을 못 참고 울음을 터뜨리던 철부지가, 야단맞고도 클럽을 놓지 않는 승부욕을 불태우던 애송이가 고교졸업반에 덜컥 한국프로골퍼협회(KPGA) 프로선발전 합격이라는 선물을 부모님께 안겼다. 주인공은 통영 태생 박준영 프로(17).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에야 클럽을 처음 잡았던 박준영군이 낭보를 전해온 건 지난 4일이었다. 전남 영암군 사우스링스영암CC 카일필립스코스에서 펼쳐진 2023년 제1차 KPGA 프로선발전을 통해 KPGA프로에 최종 선발된 것. 그것도 그냥 선발이 아니라, 프로선발전 본선A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전엔 프로지망생 박준영군이었지만, 그날 이후 박준영 프로가 공칙 호칭이다. 박준영 프로의 부친 박규성씨는 “속이 다 후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초등학교 5학년 다니던 아들을 데리고 연습장에 갔다가 우연히 골프채를 쥐어준 뒤 주변의 권유까지 더해져 운동을 시키기로 마음먹었고, 때로는 야단도 치고 때로는 애태우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기 때문일 것.

6년 전 골프부가 있다는 산양중학교로 진학했다가 피치 못해 창원남중으로 전학 간 것은 벌써 박규성씨의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골프를 시작하자마자 한국골프협회에 선수등록하고, 아마추어대회에 종종 출전했지만 눈에 도드라진 성적을 얻지 못해 남에게 말도 못하며 애태웠던 일도 이젠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다. 그럼에도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수원수성방송통신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유명한 아카데미에서 탑클래스 지도자의 훈련을 받도록 하며 재정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은 박규성씨로서는 “준영이가 합격하도고 무덤덤하게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성숙한 태도가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골프는 멘탈게임, 그것도 솔로 멘탈게임이여서일까?

골퍼의 나아갈 길은 여러 갈래다. 티칭프로, 레슨프로 등등. 그러나 경기성적으로 평가받는 투어프로는 되기도 쉽지 않고, 유지하기는 더 만만치 않은 길이다. 일단 프로2군에 해당하는 PGA프로 선발전은 1년에 3번 열리는데, 매 대회마다 1204명이 경쟁한다. 1204명이 이틀 동안 예선 2라운드를 펼쳐 36홀 성적으로 240명을 선발하고, 240명을 다시 본선 2라운드를 펼쳐 최종 50명을 선발한다. 박준영 프로는 120명이 겨룬 본선A조에서 75타-77타로 우승까지 차지하며 선발된 것이니 수석합격인 셈.

박준영 프로는 2군 투어 출전 자격을 가진 것이고, 연간 20개의 2군 투어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획득할 수 있다. 1군 프로에 해당하는 ‘투어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연2회 열리는 투어프로 선발전에 참가해 940여 명의 선수들과 겨뤄서 최종 50명에 선발되면 된다. 또는 1부 투어시드권을 놓고 경쟁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도 있다. 박준영 프로가 말한 대로 “이제 시작”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투어프로라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박준영 프로는 지난 23일엔 충북 태안 솔라고CC에서 열리는 2군 스릭슨투어 8차 대회예선전에, 지난 24일엔 9차 대회 예선전에 각각 출전할 계획임을 밝혔다. 각 대회에만 400명씩 출전한다. 아직 젊은 나이인 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만, 그의 최종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뒤돌아볼 틈 없다. 느긋한 성격에, 강력한 멘탈의 소유자로써 “미국PGA투어프로가 되겠다”는 박준영 프로의 꿈. 통영 태생 두 번째로 KPGA프로가 된 박준영 선수의 눈부실 만큼 빛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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