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580호] 학교장이 신입생 선발전형위원들에게 “선생님들이 말을 안 듣네”라고 화를 낸 것으로 면접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것일까?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도7446 판결]

 

A교장은 2013. 5.부터 2017. 2.까지 B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했다. B고등학교는 2017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요강을 공고하면서 생활기록부 100점, 포트폴리오·면접 100점 등 합계 200점을 만점으로 하고, 상위 점수 획득자 40명을 신입생으로 선발할 계획을 수립했고, 학생 면접은 이 학교 교사 4명이 실시하기로 했다.

A교장은 2016. 11. 25. 4명의 학생 면접위원 및 입학전형위원이 참석하는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를 주재하던 중, 면접위원 등에게 점수합산 결과 42순위로 불합격권이었던 C지원자를 합격시키도록 지시했다.

그 과정에서 A교장은 면접위원들에게 화를 내며 “참 선생님들이 말을 안 듣네. 중학교는 이 정도면 교장 선생님한테 권한을 줘서 끝내는데. 왜 그러는 거죠? 이 정도면 ‘교장 선생님께서 결정하십쇼.’ 하고 넘어가거든요. 왜 이곳은 말을 안 듣지? 왜 그래요?”, “어떻게 고등학교는 정말로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아무튼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야.”, “여학생 하나 붙여요. 남학생 다 떨어뜨리고, 거기서 거기라면 또 엄한 소리 뒤에 가서 하느니 여기서 여학생 하나 집어넣고.”라고 말을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결국 교사면접위원들은 A교장으로부터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을 것이 염려돼 C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올려서 신입생으로 선발되게 했다. 그러나 관련 법령, 다른 학교의 입학전형 기본계획, B고등학교의 2017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요강 등에 비추어 보면, A학교장뿐만 아니라 신입생 입학사정회의도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사후에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4명의 면접위원 중 3명이 C지원자의 면접 태도가 불량한 점 등에 비추어 면접 점수를 상향시켜서 신입생으로 합격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로써 A교장은 위력으로써 교사면접위원들의 신입생 면접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

고등법원은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위력으로 면접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A교장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 근거로 A교장은 학교입학전형위원회의 위원장이더라도 교사 면접위원들에게 이미 산정된 면접 점수를 변경하라고 요구할 권한은 없다는 점, A교장의 지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을 것이 염려되어 지시를 따르게 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교장은 B고등학교의 교장이자 입학전형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재직했다. 면접전형 직후 전형위원회 위원장인 A교장과 교사 면접위원들을 비롯한 전형위원회 위원들은 전형위원회(이른바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를 열고 최종 합격자 확정을 논의했다. 이 사정회의에 참석한 전형위원회 위원들은 면접 당시 면접위원들이 부여한 점수가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이 사정회의를 통해 면접위원들이 부여한 면접 점수의 편향성을 바로잡고 지원자의 특이사항을 반영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면접 점수를 조정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

전형위원회 위원들은 이 사정회의에서 순위 41위 이하의 학생 중 합격시킬 사람이 있는지에 관해 논의를 했고, 기숙사 여건 등을 고려해 남학생과 여학생을 각각 20명씩 합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논의가 계속되던 과정에서 A교장이 재학생의 동생이라서 교사들이 그의 부모를 알고 있는 C지원자를 뽑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면접위원 아닌 전형위원회 위원의 일부도 각자 의견을 개진했다. 한 면접위원은 “학생지도를 하는 건 교사들”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 후에도 논의가 계속되던 중 한 전형위원이 C지원자를 합격시키자는 결론을 제시했고, 다른 전형위원은 물론 또 다른 면접위원도 이에 동의했으며, 추가적인 반대 의견은 없었다. 어떤 전형위원이 면접 점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또 다른 전형위원이 교무부에서 정리해 면접위원들에게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그 결과 C지원자를 포함해 2명이 합격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A교장은 B고등학교의 교장이자 전형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입학사정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 후 계속해 논의가 길어지자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인바, 이 발언에 다소 과도한 표현이 사용됐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행위의 내용이나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거나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발언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신입생 면접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참조조문] 형법 제13조, 제314조 제1항, 초·중등교육법 제47조 제2항,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8조 제1항, 제80조 제1항 제4호, 제9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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