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통영시내에 유난스레 정치홍보 현수막 게시가 많아졌음을 많은 시민들이 눈치 챘을 것이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가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화자찬 현수막을,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무능, 경제파탄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었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가게간판이 많은 상업지역을 보며 본 기자가 종종 쓰는 표현처럼 “눈이 시끄러울 정도”였다.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최근 통영시의회 국민의힘 신철기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정광호 원내대표가 정당 현수막 설치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고 통영시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제62회 경남도민체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양 정당이 손잡다!”는 거창한 제목 아래 “정당 현수막 전체 철거 및 게첨 자제키로”했다는 내용이라서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본 기자가 과문해서인지는 몰라도 그 보도자료에는 탐탁지 않은 조건(?)이 붙어있는 것 같았다. “5월 24일 일제 철거하여 도민체전이 종료되는 6월 12일까지 게첨을 자제하기로 합의”라는 부분. 이를 해석해보면 도민체전이 종료된 이후인 6월 13일부터는 예전처럼 정치홍보 현수막 게시경쟁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실이라면 참 정치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하긴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 동안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 자체가 정치편의주의의 극치니까.

전국체전, 도민체전같은 대형스포츠 이벤트를 하면 개최도시 읍면동별로 각 지자체 참가선수단 또는 종목선수단을 응원하고, 도와주도록 결연한다. 각 읍면동은 결연맺은 시군 또는 종목단체를 응원하는 현수막을 시내곳곳에 게시해 스포츠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게 한다. 넓지도 않은 관내에 선수단 환영 현수막을 게시할 곳도 부족한 처지다보니, 할 수없이 양당이 철거 합의한 모양이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데다, 정치혐오를 잔뜩 부추기는 선동성 문구가 가득한 현수막은 도민체전 개최기간뿐만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게시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여야 정당이 서로 도발하며 경쟁하는 사이에, 시민들을 편 가르는 시대착오적인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까지 버젓이 걸리게 되니까. 주민참여예산제, 청년정책위원회 등등 정치의 본질은 주민참여의 확대일진데, 그런 선동성 현수막은 오히려 시민의 정치혐오만 부추기길 뿐이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