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신념과 열정으로 피눈물 흘리며 이를 악물었던 선조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 어떤 성과도 출발이 있었기에 가능한 법이다.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올해 경남도민체전에서 태권도가 사상 처음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남고부 안성휘(금)·이진유(금)·허준영(은), 남일반 이우빈(금)·김현진(금)·김민서(은)·박현영(은), 여자부 구호진(금)·김미정(은)·남도경(은) 선수들이 이룬 쾌거다. 인구 12만의 통영시가 50만 김해시, 100만 창원시를 넘어선 순간. 만약 이런 성적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 것이라 생각한다면 단단히 잘못 아는 것이다. 씨앗을 뿌려야 수확이 가능하고, 출발이 있어야 목적지에 도달하는 법이니까.

이 모든 성과의 출발은 십 여 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2008년 당시 통영시태권도협회장이던 이상석 회장이 자신의 모교인 동원중(구 통영동중)에 태권도부 창단을 역설하고, 창단해서, 지속적으로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2년 뒤인 2010년에는 통영여중 태권도부까지 창단했다. 남녀부가 갖춰져야 균형이 맞으니까.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2012년 통영여중의 단발머리 태권소녀가 소년체전을 제패하더니,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국가대표에까지 선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통영여중은 이후로도 전국소년체전 경남대표 선수를 꾸준히 배출하는 태권도 명문이 됐다. 2년 전에는 전국소년체전 은메달리스트를, 올해는 동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도민체전 메달리스트 전부 통영여중 출신임은 물론.

동원중학교도 마찬가지. 2014년 소년체전 선발전에 출전한 10명 중 6명이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고, 이런 성과는 아직까지 계승되고 있다. 2019년 경남 교육감배대회에서도 금 6, 동 3 수상으로 종합우승. 이때 선수들이 올해 도체 우승 주역들이다. 일부는 통영인재육성장학금까지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올해 도민체전에서 통영시가 거둔 성과는 통영 체육인들이 오랫동안 뿌린 씨앗을 수확한 것이라 믿는다. 예전엔 도체 때 ‘선수 사오기’가 관행처럼 행해지기도 했다. 개최도시로써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통영시는 재정도 열악하거니와 그런 방면에 좀체 소질이 없었다. 하물며 ‘종합순위 집계’조차 하지 않기로 했던 올해 대회에 그런 관행이 이어졌을 리가 없다. 스포츠는 자주 예측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래서 태권도를 포함한 통영체육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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