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정동영 전 경남도의원

 

지방도 1021호선 산양삼거리-중화마을 구간의 노선 확정을 놓고 통영이 떠들썩하다. 지방도 1021호선은 통영 미수동을 기점으로 하여 산양읍을 일주 무전동, 도산면, 광도면을 거쳐 고성, 창원, 함안을 지나 창녕 남지읍에 이르는 177km의 경상남도 지방도로서, 고성과 거제를 잇는 국도 14호선과 함께 통영의 동맥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도로다.

특히나 미수, 봉평을 지나 산양읍을 순환하는 이른바 산양일주도로는 산양읍 주민들은 물론 욕지, 한산, 사량 등 도서주민들도 이용하는 생활도로로서의 기능은 물론, 수려한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관광도로로 그 명성이 높다. 하지만 굴곡이 심하고 도로 폭이 좁을 뿐만 아니라 증가하는 교통량에 인명사고도 빈번해 꾸준히 확장사업이 진행되어 왔었다.

필자가 경남도의원으로 도의회에 입성하면서 산양지역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산양삼거리 ~ 중화마을 4차선 연결』『풍화일주도로 남은구간 완공』『 세포고개 ~산양삼거리 4차선 확포장 준공』이었다. 재직하던 2021년 12월에는 세포마을에서 산양삼거리 간 2.3km를 왕복 4차선으로 확장, 개통하기도 했었다.

본 도로는 2016년 착공은 하였지만 토지보상 관계로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했다. 그래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관계공무원을 독려하여 5년간 22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준공하였다. 이때 나머지 구간인 산양삼거리-중화마을 구간도 세포~삼거리 확장공사의 준공과 함께 바로 연결하여 사업추진이 될 수 있도록 필자가 경남도에 적극 건의하고 추진하였다.

당시 필자는 노선 확정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중앙도로관리계획에 반영되도록 노력하였으며, 지방도 건설을 담당하는 도 교통건설국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과 20여 차례 현장을 방문하여 대략적인 기초 노선을 확정하고 조속한 착공과 추진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이후 시장을 비롯한 도의원, 시의원 등 선출직들이 대거 바뀐 후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면서 착공은커녕 노선에 대한 새로운 검토로 혼란이 가중되기 시작되었고 급기야 지난 19일 산양읍사무소에서 관련 주민들을 대상으로 노선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여기서 원안대로 당포마을을 경유, 해안을 따라 4차선으로 건설하자는 주민들의 주장과 3차선으로 하되 해안선을 따르지 않고 터널을 뚫어 직선화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게 되었다.

이에 필자는 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린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산양읍을 사랑하고 지역의 발전을 염원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4차선 원안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타당성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주민 접근성과 수산업 특성상 원안이 월등하다. 현재 공사가 예정된 구간은 산양읍 주민들뿐만 아니라 욕지, 연화 등 도서지역 주민들도 이용하는 구간이며, 특히나 막대한 수산 물동량이 존재하여 교통량의 꾸준한 증대가 예상되는 곳이다. 따라서 해안구간을 지나지 않고 터널로 직선화하게 되면 늘어나는 교통수요에 적절히 대응치 못해 추가 확장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것이다. 따라서 3차선으로 건설하게 되면 당장에 건설비가 줄어들 수는 있을지 몰라도 4차선 도로에 비해 해안 접근성 등이 저하되어 결국 현재 도로에 대한 확장이 필요케 되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비용이 들어가는 불합리성이 초래되게 된다.

다음으로 관광도로로서의 역할에서 보더라도 원안이 탁월하다. 3차선 안은 이른바 당포터널을 뚫어 산양삼거리에서 중화항을 직선을 잇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이에 따르면 해안선을 비겨나 해안일주도로의 명성이 퇴색해질 뿐만 아니라 특히 옥포대첩에 이어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2번째로 승리하신 당포성지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져 관광도로로서 기능이 확연히 저하되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주요 면 소재지 지역의 우회도로가 건설된 이후 그 지역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그 지역의 경제가 쇠락한 많은예들을 볼 때 관광도로로서 기능을 갖고 있는 이번 노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경제적 측면에서도 원안이 탁월하다. 현재 3차선 안을 주장하는 논거 중의 하나가 바로 원안에 비해 적은 수의 가구가 이주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일견 타당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도로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마을과 마을을 이으면서 개설된 것이라 도로에 연접한 가옥의 이주는 불가피한 것이다.

따라서 도로 건설에 따르는 필연적인 피해와 앞으로 지역이 발전할 장래 기대이익을 비교형량해서 노선을 결정해야 하지, 무조건 피해가 발생한다고 차선안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큰 어리석음이라 생각된다. 마치 박정희 대통령께서 여러 조건이 불비한 1960년대 상황에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지시했을 때 이것이 가져다주는 파급효과는 생각하지 않고 여러 조건을 들어 반대했던 사례를 떠 올린다면 잘 이해가 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마을의 접근성을 고려하면서 활발한 교통의 흐름이 보장되는 원안이 지역 발전과 경제적 측면에서 탁월하리라 생각된다.

산양은 옛 통영군의 뿌리다. 미륵도 본섬을 중심으로 미수, 봉평, 도남동까지 아울렀던 역사가 있으며, 1995년 충무시와 통영군이 통합될 때 통영군을 대표하여 읍으로 승격된 곳이다. 앞으로 한산대첩교가 완공되면 거제와 통영을 잇는 남해안 실크로드의 당당한 중심축이 될 지역이며, 무엇보다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워케이션(Workation=Work + Vacation) 등의 다양한 모습의 산업이 발전될 수 있는 곳이다. 앞으로 산양읍의 무궁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본 사업이 근시안적인 노선 변경으로 이루어진다면 마치 당의정(糖衣錠)과 같이 당장에는 달콤하게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지역 발전에 역행될 것이라 판단된다.

지역 발전의 핵심은 첫째도 교통, 둘째도 교통이다. 교통이 편리해야 사람이 모이고 물자의 거래가 많아져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고금동서의 진리와도 같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사익이나 감당해야 할 피해보다는 멀리 보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산양읍과 통영이 더 발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정치는 사사로움이 아니라 공적인 것에 있다는 맹자의 천하위공(天下爲公) 말씀과 같이 좀 더 대승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해저터널에 쓰인 휘호 용문달양(龍門達陽)의 중의적 의미 즉, 용문에 오른 잉어가 용으로 변화하는 것처럼 이번 도로 확장을 계기로 산양읍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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