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산업사회야 가히 ‘홍보의 시대’라 불러도 손색없으니까, 시내 곳곳에 광고판과 현수막이 넘치는 것이야 어제오늘 일도, 딱히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통영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현수막이 있는데, 그건 바로 ‘천영기 통영시장님의 취임 1주년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것들이다.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통영시가 앞장서서 현수막을 게시한 것 같지는 않다.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것은 우리민족 미덕의 하나인 “겸손한 인성”에 어긋나는 것일 터. 현수막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니 현수막을 내건 당사자들이 같이 적혀있다. OO청년회, △△조합, □□부녀회, ◇◇협의회, ☆☆주민자치위 등등. 소위 관변단체 또는 통영시와 긴밀한 행정적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민간단체들이 주로 현수막을 내건 모양이다.

입맛이 영 개운치 않고, 쯧쯧쯧 혀가 절로 차진다. 우선 통영시장이라는 공직이 개인의 영달을 위한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어느 누가 시장이더라도 임기가 4년인 이상 1주년이 있을 것이고, 2주년, 3주년도 있을 것이다. 그럼 그때마다 축하한다는 현수막을 게시할 것인가? 또 선거운동 당시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머리 조아리며 목이 쉬도록 외쳤던 것은 “시민들만을 위해 봉사하겠다”, “지역발전을 위해 분골쇄신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물론 지구가 시속 10만8000Km의 속도로 태양을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날을 우리는 설날이라고 부르며 ‘매년’ 축하하기는 한다. 그래서 1주년을 기념하고 싶은 욕망이 인간 DNA에 새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통영시와의 관계가 밀접한 민간단체, 관변단체들이 지자체장의 취임 1주년을 굳이 축하한다고 호들갑 떠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취임1주년 언론인간담회가 조만간 있을 것이지만, 그 자리에 언론인들이 ‘취임 1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가지는 않는다. 얼마나 공약을 잘 지켰고, 지역경제가 나아졌는지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위해, 건전한 비판을 위해 간다.

또 현재 얼마나 우리 지역이 엄중한 상황인가? 인구는 7년째 줄어들고 있고, 조선업의 부활은 멀어만 보인다. 지역근간산업인 수산업 역시 이런저런 원인으로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 예측된다. 1년 지났으니 막 허니문을 끝낸 것이고 업무파악 정도 마쳤을 터, 오히려 “1년이나 고통을 감수하게 해서 시민들게 죄송하다”고 해야 할 처지다.

본격적으로 실력을 선보여서 시민의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차에 ‘1주년 축하’ 운운하는 것을 천영기 통영시장이 원하는 바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 기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천영기 시장은 ‘입 발린 소리’에 어깨 으쓱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경쟁하듯 현수막을 내건 것인지는 몰라도, 시민들 보기엔 볼썽사납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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