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기 통영시장이 취임한지 1년 지났다. 그런데 이상하다. 모든 전직 시장들이 취임 1주년이 되면 흘러간 365일을 되돌아보며 성적을 평가받고, 칭찬의 손길과 냉정한 비판을 받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올해는 소식이 없다, 아직.

들리는 바로는 1주년 기자회견은 개최하지 않을 모양이다. 천영기 시장답지 않다. 스스로 다짐한 말을 스스로 거역하고 있다니.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천영기 시장은 지난 5월초 언론인들을 만났다, 시청 회의실에서. 당시로는 취임 1주년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아하! 다른 급한 일정 때문에 올해 1주년 기자회견을 좀 앞당겨 하는구나.”하고 본 기자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당시 천시장은 아니라고 했었다. “이번에 언론소통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과 상관없이, 오는 7월초에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다시 개최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천영시 시장, 기자들과의 소통의지는 강하구나. 자신만만한데.”라고 생각했다. 사실 천영기 시장의 자신만만함은 평소의 태도에 묻어 나온다. 취임 초기 경험치가 부족한 듯 약간 보였으나, 이후 금방 시정을 꿰차는 모습이었다. 최근만 해도 지난 17일 오전 ‘강구안 일원 경관개선 타당성 조사용역 중간보고회’나 같은 날 오후 ‘통영실내수영장 활용방안 수립 및 타당성 조사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천영기 시장은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 자신감을 보였다.

용역보고회라는 자리가 보통은 그렇다. 일반적으로 이미 발주자가 요청한 과업이 있는데다 목표가 정해져 있으니, 용역의 목적을 참칭할만한 비판을 삼가한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듯 소소한 문제제기 몇 개가 나오고, “고생하셨다”는 의례적인 인사말과 함께, 눈치 보느라 마음껏 의견을 제시하지도 못했는데 “시간관계상” 어느새 용역보고회는 마무리되는, 그런.

지난 17일 두 개의 보고회는 달랐다. 2~3분 정도 가볍고 의례적 인사말만 던지고 마무리하면 될 법도 했지만, 오전에 천영기 시장은 시간의 제약은 고려해보지도 않은 듯 마음껏, 솔직한 의견을 냈다. 너무 솔직한 나머지 ‘읍면 주민들, 특히 어촌계 관련’해서 “서로 싸우면, 절대 도와주지 않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강구안 동백이 마스코트 야간조명을 옮겨달라는 주민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오후에도 과업발주자가 통영시장임에도 “통영실내수영장의 활용방안에 대해 더 나은 게 있다면 어느 누구의 제안이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거짓말이 아닌 게 분명해 보였다. 건축전문가답게 날카롭게 분석하면서도, 전시물 수장고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런 자신감에도 1주년 기자회견은 없다니. 기자들이 그의 진의를 왜곡한 보도를 했던 것일까? 천영기 시장 자신이 5월초에 한 약속이니, 그가 약속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늦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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