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주년 광복절 맞아, 지난 2019년에야 기소유예 총독부 자료 확인

1910년 통영예기조합 조합원들의 단체 사진. 오래된 사진이라 얼굴을 식별하기 힘들다.
1910년 통영예기조합 조합원들의 단체 사진. 오래된 사진이라 얼굴을 식별하기 힘들다.

통영예기조합 소속 기생이었던 함복련 선생(1902~?)의 독립운동이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선정 4년만인 올해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함복련 선생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고 지난 16일 통영시가 밝혔다.

통영은 3.1운동 당시 기생을 비롯해 상인과 어민 등 사회적 소외층이 시위를 주도한 곳이라 그 의의가 깊다는 것이 국가보훈부의 설명이다. 함복련 선생이 대통령표창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된다는 뜻.

함복련 선생은 통영시가 지난 2019년 미발굴 독립유공자 전수조사를 통해 발굴한 독립운동가로, 그녀는 1919년 4월 경남 통영군 부도정 장터에서 사회적으로 천대받던 기생 신분에도 동료 기생들과 함께 만세시위에 앞장서다 일본 군경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다만 실형을 선고 받고 징역을 사는 대신, 기소유예를 받고 풀려나는 바람에 그동안 독립운동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1919년 당시 통영에는 모두 4회에 걸쳐 총6번의 만세운동이 있었다. 서울에서의 3·1만세운동 소식을 들은 진평헌, 양재원, 권남선 등과 동지들을 규합해 3월 13일 장날 남망산 공원에서 거사할 것을 결의하고 준비에 들어갔으나, 사전에 발각되는 바람에 검거되고 말았다. 통영군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3월 18일 부도정 장날에 이성철·봉철 형제 등은 독립선언서와 태극기 등을 뿌리며 만세운동을 시작하자, 수많은 장꾼들이 이에 호응했다.

이로부터 열흘 뒤 1차 만세운동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김재욱, 박성일, 신형두 등은 다시 부도정 장날인 3월 28일 다시금 만세운동을 펼쳤고, 역시 수천의 장꾼들이 함께 독립만세를 외쳤다.

만세운동의 절정은 달을 넘겨 4월 2일에까지 이어졌는데, 이날 만세운동에는 길야정 예기조합 소속 정홍도(정막래), 이국휘(이소선) 등이 동료 5명을 불러 만세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고, 이들은 금비녀, 금반지 등을 판 돈으로 치마저고리 및 태극기를 제작해 동료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날『기생 33명은 오후 3시 반경 낭자군을 짜서 모두 소복으로 갈아입고, 수건으로 허리를 동여매어 경쾌한 몸차림을 한 뒤 각각 태극기를 들고 예기조합(후일의 금옥여관 뒷길 쪽)에서 출발하여, 보무당당하게 우편국 앞을 지나, 중앙시장 복판을 뚫고 전진을 강행하면서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목이 터지도록 독립만세를 고창하면서 만세시위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재판 기록에 의하면 경찰의 보고서에 “동일 부도정 시장 하라다(原田)상점 부근에서 만세소리가 나, 이를 듣고 즉시 그 장소로 가보니, 피고 등의 기생단은 하라다 상점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고창하고, 통영경찰서로 향해 나아가자 약 3000여 군중이 합세하고, 이에 남녀 두 집단이 뇌동하여 남자는 모자를 여자는 치마저고리로 통일하고, 열광적으로 만세를 절규하여 소요가 극에 이르고, 기생단 7명은 열광적으로 힘으로 군중의 최선두에 서서 만세를 불렀다”라고 증언하고 있다.』고 통영시지는 기록하고 있다.

정홍도와 이국희의 이름이 남은 것은 이들이 징역 9월의 실형을 받은 판결문 기록이 남아있던 덕분이다. ‘다른 동료 5명’ 또는 ‘기생 33명’ 중에서 이름이 확인된 것은 지난 2019년 함복련 선생이 처음이었다. 1902년생인 함복련 선생은 1919년 4월 당시 17세의 꽃다운 나이였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독립유공자 발굴 및 예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총독부 검사국 수형기록인 '형사사건부'. 통영 만세시위에 참여한 함복련 선생(파란 사각형에 한자로 이름이 적혀있다)이 1919년 4월 5일 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류되고, 4월 14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사진.국가보훈부>
조선총독부 검사국 수형기록인 '형사사건부'. 통영 만세시위에 참여한 함복련 선생(파란 사각형에 한자로 이름이 적혀있다)이 1919년 4월 5일 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류되고, 4월 14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사진.국가보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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